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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청년이 만들어가는 ‘동네의 힘’ 함께하실래요?” 이태호 윙윙 대표 [강은선의 청.바.지(청년 BY 지역)-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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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와 지역, 사회에 가치를 불어넣는 청년들이 있다. 동네 골목 살리기, 상권 활성화, 도시 재생…. 가치를 공유하는 청년들의 문화가 지역을 변화시키고 있다. 모이니 삶이됐고, 자생했고, 지역에 가치와 정체성이 생겨났다. 지역에 삶의 뿌리를 내린 청년들이 꿈꾸는 세상은 어떨까. 주말, ‘청.바.지(청년 BY 지역)’에서 지역 청년들이 바꾸고자 하는 동네, 지역, 사회이야기를 듣는다. <편집자주>

2. 이태호 지역관리회사 ‘윙윙’ 대표

처음 통화했을 땐 ‘명쾌하다’였다. 이메일 인터뷰 후엔 ‘직접 만나야겠다’였다. 직접 만나니 그의 말처럼 ‘창조적 에너지’가 넘쳤다. 머릿 속 구상을 개념화해 현실로 만들고, 비전을 그린다. 대전에서 활동하는 청년 기업가 이태호(39) ‘윙윙’ 대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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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 윙윙 대표가 지난 16일 대전 유성구 어은동 안녕거리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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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윙’은 대전 유성구 어은동에 있는 지역관리회사이다. 도시재생 스타트업 회사로 2017년 창업했지만 시작점은 2010년 ‘테드엑스-대전(TEDx-Daejeon)’이었다. 이 대표를 비롯, 사내·외 이사진 6명 모두 청년으로 구성돼있다. 어은동에서 10년 이상 커뮤니티 활성화에 매진해왔던 조직자들이다.

이태호 대표는 “‘윙윙’은 창업가의 꿈이 우리의 일이 되고 세상의 미래가 되는 동네를 만드는 지역관리회사, 동네를 만들어가는 기획사”라고 했다.

어은동 동네 곳곳에서 창업가와 지역 커뮤니티를 연결하는 직주락(업무·주거·여가) 공간과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윙윙’이란 회사 이름은 궁동에 있던 청년공동체 공간 벌집에서 따온 말이다. 벌집의 벌들이 날아다니는 소리에 날개라는 뜻인 ‘윙윙(wingwing)’을 더해, ‘우리 같이 날아보자’라는 의미를 담았다.

◆공간·전문분야 경계를 허물다

‘윙윙’은 충남대와 카이스트(KAIST) 사이의 블럭인 ‘어궁동’에 있다. ‘어궁동’은 어은동과 궁동을 합친 말이다. 대덕연구개발특구 연구원들과 대학생이 모여있어 과거 가장 빠르게 발전한 동네였지만 인근 도시 개발로 다소 쇠퇴하고 정체성이 모호한 공간이 됐다. ‘어궁동’은 어은동이 궁동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있는 동네라는 안타까움의 표현이었다.

현재는 궁동과 어은동 곳곳의 로컬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동네의 가능성을 알리면서 어은동과 궁동 양쪽 동네 모두를 포괄하는 ‘거버넌스’ 공간이자 다양한 가능성과 새로운 직업을 발견할 수 있는 ‘실험의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공실이거나 밀폐된 공간이 주였던 거리가 어느새 커뮤니티 공간이 많아지고 걷기 좋은 거리로 변모했다. 지역의 당사자들이 지역의 미래를 합의하는 과정에서 동네 풍경이 달라지고, 도시재생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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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 윙윙 대표가 지식경제시대에 맞게 다양성과 사람 중심의 평가체계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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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궁동의 중심엔 ‘윙윙’이 있다. 골목과 골목을 연결해 마을 공동체를 만들고, 지역사회에 숨을 불어넣고자 했던 이 대표의 구상과 맞아 떨어졌다.

‘작당’의 시작은 저렴한 월세였다. 인근에서 대학을 나오기도 했지만 오래된 대학가 빌라의 세는 청년의 ‘주머니 사정’ 부담을 덜어줬다.

그는 “처음부터 계획을 갖고 이곳에 자리잡은 건 아니다”라며 “월세가 싸서 들어왔는데 서로 작은 목표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신뢰할 수 있는 공간 단위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 만나 ‘작당’하게 할까를 늘 고민했다. 그러나 사회시스템 문턱은 높았다. 그걸 풀려다보니 청년기본조례제정에 참여하게 됐고 문화기획, 정책제안에 나섰다. 공유공간 운영, 로컬브랜드 창업, 지역공동체 활성화, 커뮤니티 지원 등 ‘윙윙’의 색을 찾아가다 도시재생까지 이어지게 됐다.

지난해엔 어궁동 상권 브랜드인 ‘안녕거리’가 생겼다. 색다르고 재미있게 ’페어링(pairing·짝 맞추기)’ 된 대전 로컬 생산품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마을의 생태계이자 정체성이 됐다. 2018년 마을 상인과 주민, 청년이 한 데 어우려져 시작된 어은동 마을축제인 ‘안녕축제’는 그 시발점이다. 안녕거리는 생산자와 동네상점, 소비자가 하나의 상점이 아닌, 거리라는 더 큰 공간에서 함께 어우러지는 ‘교류의 상권’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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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동네단위 유통채널 구축사업인 안녕거리 개장식 페어링 파티 모습. 윙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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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1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공유공간을 동네 곳곳에 만드는 일에 참여하며 ‘동네 자산화’ 가치에 공감했다. 1억원 넘는 투자가 들어왔다. ‘어궁동’은 커뮤니티가 만드는 동네이다. 현재는 7개 건물 20여 공간에서 20여개의 창업팀이 협력하고 새로운 일을 ‘작당’하고 있다.

‘윙윙’은 지역을 기반으로 다양한 변화를 고민한다.

이 대표는 “어궁동이 지역의 쇠퇴를 지칭하는 용어에서 가능성을 말하는 말로 바뀐 것이 의미있다”며 “중요한 건 사람들이 모였다는 것이다. 청년, 행정가, 벤처 등 같이 앉을 일이 없던 사람들이 동네라는 공간을 두고 테이블에 앉아 혁신생태계를 어떻게 만들어갈까 머리를 맞대는 게 가장 큰 변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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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윙이 주관한 지역관리회사포럼. 윙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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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세계관의 커뮤니티 협력공간 ‘동네 캠퍼스’

그가 그리는 지역공동체의 미래는 어떨까. 이 대표는 동네캠퍼스 개념을 도입했다.

카이스트와 충남대 사이의 동네 블럭인 ‘어궁동’을 대학처럼 캠퍼스화하는 작업이다. 명칭도 정했다. 비스트리스(B.Street)이다. 비스트리트는 지역가치생산자(Changemaker)를 위한 동네캠퍼스, 다양한 세계관을 가진 커뮤니티들과 협력하는 공간이다. 창업, 연구, 실험 등을 위한 다양한 동네활동을 지원하는 공간이다.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사람이나 지식과 배경이 서로 다른 사람들로 구성된 프로젝트 팀에게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한다는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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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윙이 동네자산화 프로젝트로 매입한 건물 모습. 윙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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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윙’은 본사 건물이 있는 거점 공간이자 동네 컨시어지를 지향하는 ‘새러데이 카페’를 비롯, 독립서점 ‘은유림’ 등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그는 지역 가치는 ‘창조권’에 있다고 했다.

창조권은 더 작은 단위로 지역을 접근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이를테면 ‘15분 도시’이다. 이는 ‘15분 지역생활권 도시’를 줄인 말로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해 직장, 학교, 시장, 공원과 같은 도시의 주요 시설에 15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의 범위를 말한다.

비스트리트는 15분 내에 모든 곳에 다다를 수 있는 걷기 좋은 캠퍼스를 지향한다. 동네 수십개의 건물을 연결해 집합형 단지로 조성하고, 실내외 공간을 유기적으로 연동해 다양성과 개방성을 확보한다.

그는 “창조적 에너지가 넘치는 동네, 일명 ‘창조권’을 만들려고 한다”며 “공간과 전문분야 간의 경계를 허물어 창조적 충돌의 가능성과 임팩트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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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 윙윙 대표가 지난해 3월 지역관리회사 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윙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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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성은 시민들과 협업이다. 시민들이 투자하고 소유해 지속가능성을 가져간다.

이 대표는 “단순히 행정동으로 엮는 것보다 캠퍼스라는 개념이 하나의 세계관 안에 독립적 구조들을 아우를 수 있는 개념”이라며 “도시재생은 다양성을 갖춘 작은 조직들의 수많은 시도와 실패로부터 갈 길을 찾을 수 있다. 그들의 시도와 실패, 그리고 또다른 도전을 응원해주는 동네의 문화와 습관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올해도 ’윙윙’은 일벌이다. 확장성도 고민한다.

유성온천 브랜딩 프로젝트에 돌입하고 일본 나가사키 청년기업과 충남대와의 교류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작업을 한다. 9월엔 동아시아창조컨퍼런스(가칭)을 계획하고 있다. 이 대표는 “어은동에서 일어난 일이 한국의 어은동의 문제가 아니라 동아시아 청년들이 다같이 고민하는 의제라는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어떤 동네를 꿈꿀까.

“다양한 개성이나 자율성을 존중하는 문화를 바탕으로, 공간적·문화적·제도적으로 새로운 혁신을 할 수 있는 에너지 공간을 만들어 가고 싶어요. 방향안에서 분절된 세계관을 동네 안에서는 신뢰자본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단위가 돼요. 그게 ‘동네의 힘’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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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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