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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나보타' 해외에서 훨훨…국내서는 입지 위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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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과열·가격경쟁 등으로 해외수출 집중

대웅제약의 국산 보툴리눔톡신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가 해외에서 연일 성장세를 이어가는 것과 달리 내수 시장에선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나보타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352억원으로, 이 중 수출이 299억원으로 약 85%를 차지했다. 미국과 유럽 판매를 맡고 있는 파트너사 에볼루스의 역량 덕분에 나보타의 해외 매출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올해 연매출액은 1400억원을 가뿐히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보타의 몸집이 점차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수 시장은 감소세다. 나보타의 국내 매출은 2022년 293억원에서 2023년 267억원으로 줄었다. 올 1분기에는 53억원을 기록하면서 올해 국내 연매출은 간신히 200억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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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타 매출 및 내수 시장 비중. /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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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타가 내수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국내 보툴리눔톡신 시장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데다 가격 경쟁력이 낮기 때문이다.

26일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 받은 보툴리눔톡신 제제는 총 24개 제품(용량별 총 50개 품목)으로, 내수용 제품은 18개다. 미국의 경우 현재 나보타를 포함해 애브비의 '보톡스', 프랑스 입센의 '디스포트', 독일 멀츠의 '제오민', 미국 레반스의 '댁시파이' 등 6개 품목이 판매되고 있다. 국내 보툴리눔톡신 시장은 미국에 비해 무려 3배나 많은 제품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다.

나보타의 미간주름 등 1부위 기준 시술비용은 약 2만~4만원대다. 국산 보툴리눔톡신 가격이 평균 1만원 전후를 형성하는 것과 견주면 나보타가 가격측면에서 불리하다.

반면 해외 수출은 에볼루스와 맺은 계약에 따라 정해진 가격으로 수출이 가능한 만큼 수익성이 더 높다. 대웅제약이 나보타의 해외 수출에 집중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해외 수출 증가로 지난달 나보타 50유닛이 일시 품절되는 등 국내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국내 경쟁 보툴리눔톡신 제제들이 미국과 해외로 발을 뻗어나가면서 나보타 수출의 앞날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국내 보툴리눔톡신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휴젤의 '보툴렉스(미국 제품명: 레티보)'는 지난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품목허가를 승인받았다. 앞서 휴젤은 미국 진출을 위해 지난해 500억원을 투자해 미국과 유럽 파트너사인 크로마파마, 크로마미국과 함께 미국법인 휴젤아메리카를 설립하면서 직접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갖췄다. 미국보다 먼저 진출한 호주와 캐나다에서도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며 시장 확대에 한창이다.

국산 보툴리눔톡신 1호를 개발한 메디톡스도 해외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메디톡스의 메디톡신 등 지난해 수출액은 1206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또 올해 초 브라질에 약 1000억원 규모의 메디톡신 수출계약을 체결했으며 차세대 보툴리눔톡신 제제 'MT10109L'로 미국 진출도 준비 중이다. 메디톡스는 이를 위해 지난 1월 미국 현지법인 '루반타스(Luvantas)'를 설립하고 앨러간 출신 최고경영자를 영입했다. 'MT10109L'는 지난 2월 FDA 허가 과정에서 심사가 거절됐지만 메디톡스는 자료 보완 후 재도전할 계획이다.

이미 나보타가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빠르게 시장을 확대하고 있긴 하지만 이들 기업이 미국에 진출하게 되면 또 다시 국내처럼 가격 경쟁에 불이 붙게 된다. 미국 최대 온라인 성형 사이트인 리얼셀프(realself)에 따르면 보톡스 비용은 단위당 10~25달러이고, 나보타는 단위당 8~16달러로 가격이 더 낮다. 국산 경쟁 제제들이 더 낮은 가격으로 출시될 경우 나보타의 시장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보툴리눔톡신 시장은 포화상태여서 해당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면서 "국내처럼 해외에서도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수출 시장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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