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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자율성만 있는 밸류업 방안… "핵심은 세법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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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성·이사회 책임 등 5가지 강조

배당소득세 분리 과세·상속증여세 등 상속법 개정

[서울=뉴시스]이종혜 기자 = 상장기업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을 위한 새로운 공시 통합페이지가 27일 출범한다.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미래 사업 계획, 주주환원 방안 등 기존 공시보다 세분되고, 구체적인 투자 지표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투자자와 기업의 정보 비대칭을 줄여 기업 가치를 높인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선 세법 개정이 이뤄져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가 확정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해설서'에 따르면 그간 사업보고서에 흩어져있거나, 드러나지 않은 정보를 재구성해 투자자들이 상장기업의 과거 현재보다는, 미래 계획인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기반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자율성·이사회 책임 강조


기업이 자율적으로 중장기 목표를 제시해 사업 부문별 투자, 주주 환원,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 등 계획을 작성할 예정이다.

밸류업 가이드라인의 핵심 특징은 ▲자율성 ▲미래 지향성 ▲종합성 ▲선택과 집중 가능성 ▲이사회 책임 등 5가지다. 기존 공시가 재무 상태, 계약 체결 등 이미 발생·결정한 내용이 중심이었다면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는 중장기적 목표와 계획에 초점을 맞춘다. 다만 가이드라인 내용은 전부 권장사항이다.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기업이 쓰고자 하는 내용만 취사선택해 기재하면 된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기업개요 ▲현황진단 ▲목표설정 ▲계획수립 ▲이행평가 ▲소통 등 목차순으로 작성된다. 기업 개요엔 업종, 연혁, 재무실적 등 기본 정보가 들어간다. 여느 공시와 달라지는 지점은 현황진단부터다. 사업모델과 국내외 시장여건 등 서술 사항을 비롯해 각종 재무지표와 비재무지표를 기재할 수 있다.

재무지표에는 시장평가, 자본효율성, 주주환원, 성장성 등으로 분류할 수 있고 업종별 개별특성을 고려해 지표를 자유롭게 선정할 수 있다. 재무지표는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이익비율(PER), 자기자본이익률(ROE), 매출액·영업이익·자산 증가율 등 시장평가와 자본효율성 지표를 비롯해 배당수익률, 주주환원율, 총주주수익률(TSR) 등을 쓸 수 있다. 자사주 보유분, 자사주 소각 내역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또 기업들은 이 지표들에 한정하지 않고 새로운 지표를 만들 수도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에는 세제지원, 밸류업 표창, 평가우대 등 인센티브 제도도 포함됐다. 주주환원 확대 시 법인세배당소득세를 경감해준다. 또 밸류업 지수 편입우대, 거래소 연부과금 면제, 주기적 지정 감사 면제 심사시 가점 부여, 불성실공시 관련 거래소 조치 유예 등 8종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상장기업들이 자율적으로 개별 특성에 맞게 수립, 이행, 소통해서 문화로 정착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일본은 정량적인 목표 수치, 데이터 위주인데 가이드라인 제시 4개월 후 기업의 14%가 공시했고 일부는 예고공시를 하며 정착했 듯 한국도 자연스러운 절차를 거쳐서 공시가 진행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기업 가치제고 계획은 이사회를 중심으로 한국거래소(KRX) 상장공시시스템(KIND)을 통해 자율공시로 제출하면 된다. 연 1회 등 주기적 공시를 권고한다. 예고 공시도 가능하다. 정 이사장은 "기업의 경영관리상 책임있는 기관인 이사회가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이사회 책임을 강조했다.

27일 신설되는 기업 통합 페이지에서는 업종별·규모별 비교가 가능하다. 준비된 기업부터 차례대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하고 공시할 수 있다.

기업들이 주의할 점은 자율공시더라도 허위 내용을 공시하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점이다. 허위내용 기재로 재산상 이익을 얻으려고 했다면 부정거래행위 금지 등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 위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잘못 기입한 내용이 있거나 사업·경영 계획상 중대한 변경으로 수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정정공시로 수정·보완이 가능하다. 정정공시하는 경우 변경 이유와 변경 사항을 기재해야 한다.

정 이사장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서 제시한 수치 목표가 실현되지 못한다하더라도 기업에 귀책은 될 수 없다"라며 "불가피하게 시장·경제여건에 대해 투자자에게 설명,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면책제도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구체적인 수치 제시가 어렵다면 필요한 서술로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뉴시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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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순환 구조 위해선 세법 개정 필수


일본·중국과 한국의 밸류업 가이드라인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자율성에 기반해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언론에서 3국을 비교하는데 일본은 자율성만 강조했고, 중국은 강제적인 요인들이 반영될 여지가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은 자율성에 입각해 인센티브를 제공해 좀 더 긴 호흡으로 하나의 문화로 정착해나가겠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공개된 인센티브는 주주환원 확대시 법인세·배당소득세 경감 등 세제지원과 표창기업에 대한 3대 분야 8종 인센티브(5대 세정지원·거래소 공동 IR 우선참여 기회·밸류업 지수 편입우대·주기적 지정 감사 면세 심사 시 가점 부여 등)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 목표는 주주환원 제고다. 기업 가치를 올려 주주배당을 더 많이 하거나 자사주 매입 혹은 소각 비중을 확대하는 등 주주 친환적인 정책을 더 많이 제시해야 한다.

가이드라인이 구체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기업과 시장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세제 혜택의 구체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인센티브인 세제지원을 살펴보면 주주환원 확대 시 법인세·배당소득세 경감 등 5종 세제지원의 구체적인 내용은 담겨있지 않다.

기업들과 시장에서는 강력한 세제 혜택만이 유인책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기획재정부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분리과세 때 현행 원천세율(15.4%)보다 높은 20~30%의 단일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인 적용 대상 및 세율은 오는 7월 세법 개정안 때 공개된다.

하지만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이 세제 혜택을 반대하고 있어 인센티브가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한 중견기업 대표는 "대주주 입장에서는 배당을 할 이유도, 주가를 부양시킬 유인책도 없다"라며 "배당을 해도 50%가 넘는 세금 부담, 상속증여세도 시가총액에 따라 산정되기 때문에 세율을 최대 60%가 되기도 하는데 이를 개정하지 않으면 실효성은 없다"라고 지적했다.

현행 소득세법상 금융소득종합과세(금소세)는 이자·배당을 비롯한 금융소득이 연간 2000만원을 넘으면 다른 소득과 합산해 최대 49.5%(지방세 포함)인 고율의 누진세율을 적용한다. 또 상속·증여세는 상속 또는 증여받은 날짜를 기준으로 이전 2개월과 이후 2개월 주식의 최종시세가액(종가) 평균으로 산정된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상속·증여 주식 가치가 30억원이 넘고 최대주주 할증까지 반영되면 세율은 최대 60%에 이른다.

패널티를 통한 강제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다른 대기업 대표는 "미국 지수 상승이 지속되는 것도 시장중심적 거버넌스가 확립돼있고 확장적인 배당성향과 자사주 매입을 실행하기 때문"이라며 "거버넌스가 걸림돌인 한국에서 규제와 인센티브를 통해 오너 중심의 기업 경영이 개선되고, 지속적 밸류업을 할 수 있는 체질 개선이 필요한데 먼 얘기다"라고 진단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jh3@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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