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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장어·새우 닥치는 대로 삼킨다"…'최대 1m' 낙동강 괴물 정체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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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어종 퇴치 안간힘 현장

잡아도 활용책 없어 고민

중앙일보

지난 21일 오전 5시쯤 부산 강서구 일대 낙동강 하류에서 서낙동강 어촌계원 박승관씨가 미리 설치해둔 통발 그물을 끌어올리고 있다. 그물에는 포식 어종인 강준치를 비롯해 블루길과 배스 등 유해 어종이 가득했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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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입 큰 거 좀 보이소. 잉어든 붕어든 (다른 고기) 알이든, 입에 걸리는 대로 다 집어삼키 뿝니다.” 지난 21일 오전 5시쯤 부산 낙동강 하류. 0.57t 선외기 위에서 통발의 그물을 끌어올리던 서낙동강 어촌계원 박승관(59)씨가 그물 속 강준치를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박씨가 패대기친 준치는 오랜 뱃일로 단련된 그의 팔뚝보다도 굵었다. 길이 60㎝가량의 준치는 지치지 않고 펄떡이며 박씨 무릎 높이까지 튀어 올랐다. 유속이 느린 강에 사는 이 포식 어종은 최대 1m까지도 자란다. 박씨 그물엔 준치 이외에도 블루길과 배스 같은 다른 유해 어종도 가득했다.



강준치가 집어삼킨 낙동강… 유해 어종 2배 뛰었다



이날 낙동강에서 만난 어민들은 ”최근 몇 년 새 먹지도 못하는 고기들이 감당 안 되게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강준치와 블루길, 배스 등 유해 어종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 때문에 최근 낙동강 하류 일대에선 낚시꾼과 내수면 어민들 사이 희비가 갈렸다. 고기 낚는 ‘손맛’을 찾아드는 낚시꾼이 늘면서 주말이면 강변 일대에 이들이 친 텐트가 빽빽하게 들어선다. 박씨와 함께 배를 타고 나간 건 평일이었는데도 목 좋은 곳에 펼쳐진 텐트를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그는 “좋은 자리를 잡으면 일주일 내내 (텐트를) 놔두고 출·퇴근하는 이들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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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전 7시쯤 서낙동강어촌계원 박승관씨가 얼려둔 강준치 등 유해 어종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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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어민 시름은 깊어진다. 이들 유해 어종은 번식력이 왕성한 데다 내수면 어민의 주 수입 어종인 토종 붕어와 잉어, 장어, 새우 등을 닥치는 대로 집어삼키며 몸집을 키운다. 그중에서도 준치가 많이 늘었다는 게 어민들 설명이다. 이에 산란기인 지난달부터 이곳 어민들은 유해 어종 퇴치에 구슬땀을 쏟고 있다. 박씨는 “주요 물길마다 통발을 설치해뒀다. 오전 4시에 출항해 한낮이 되도록 그물을 끌어올려 유해 어종을 잡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해 어종이 늘어난 건 강의 수온이 높아져, 녹조가 창궐했기 때문으로 어민들은 보고 있다. 어장이 망가지는 걸 지켜보는 이들의 속은 타들어 간다. 이에 부산시는 유해 어종 포획 예산을 2022년 7500만원에서 지난해 1억4800만원으로 늘렸다. 이 예산으로 어민이 잡은 블루길ㆍ배스는 ㎏당 4000원, 준치는 2000원에 사들인다. 이 기간 유해 어종 포획량은 연간 19.6t에서 46.7t으로 2.4배 늘었다. 시는 올해도 같은 수준의 예산을 편성했다.



전국서 늘어난 유해 어종, 쓸 데가 없다



부산시 등에 따르면 강에 서식하는 유해 어종이 늘어난 건 전국적인 현상이라고 한다. 배스와 블루길의 경우 1960년대 들어 내수면 어업자원으로 삼기 위해 해외에서 들여왔지만, 특유의 비린내가 강하고 잔가시를 제거하기도 번거로워 방치됐다가 처치가 곤란해진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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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23일 오후 경남 함안군 칠서면과 창녕군 남지읍 경계에 있는 낙동강 칠서지점에 조류가 관찰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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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지자체는 이런 유해 어종으로부터 토종 물고기를 지키기 위해 예산을 들여 포획하고 있다. 어촌계 등에서 유해 어종을 포획하면 예산으로 수매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사들인 물고기는 마땅한 활용책이 없어 고민이다. 부산시의 경우 사들인 유해 어종을 땅에 묻거나, 일부는 사료업체에 넘긴다. 이는 전남 등지의 광어ㆍ우럭 양식장에서 사료로 쓰인다.

충청남도는 2021년 배스를 가공해 어묵ㆍ게맛살 원료로 쓸 수 있는 연육 개발에 성공했다. 당시 이 연육으로 만든 어묵이 시민을 대상으로 한 블라인드 맛 테스트에서 기존 어묵보다 좋은 평가를 받아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이 기술이 실제로 활용되지는 못하고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수입 연육보다 품질이 좋고 가격도 낮아 관심을 보이는 민간 업체가 많았다. 하지만 유해 어종인 배스는 수급량이 일정하지 않은 데다 잡아들인 고기 중 일부만 쓸 수 있는 점 등 제약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지자체의 이런 시도에 대해 유보미 국립부경대 교수(식품영양학)는 “잔가시가 많은 배스 등 유해 어종 특성에 맞게 연육을 개발한 방향성은 적절해 보인다”며 “최근 해양수산부도 유해 어종 등 부산물 활용 과제에 관심이 많다. 이런 사업에 참여하고 정보를 공유하면 지자체도 더 나은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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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전 5시쯤 낙동강 하류에서 서낙동강어촌계원 박승관씨가 잡아들인 유해 어종 가운데 붕어, 잉어 등 어자원은 구분해 강에 놓아주고 있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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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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