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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강형욱이 쏘아올린 '안락사'…"죄책감은 그만, 주변 차가운 시선 극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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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욱 반려견 레오 안락사 결정 재조명

부득이한 안락사에 대한 부정적 시선 거둬야

뉴스1

강형욱 훈련사와 반려견 레오의 2019년 모습(유튜브 '강형욱의 보듬TV' 갈무리)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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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 "레오의 마지막은 대소변으로 범벅돼 있었을 거예요. 왜냐하면 레오는 마지막에 많이 아팠거든요."

강형욱 훈련사가 지난 24일 유튜브 채널 '보듬TV'에서 한 말이다. 강 훈련사의 이 말은 지금까지 금기시돼 왔던 '반려동물 안락사'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 강형욱, 수의사와 상의 후 레오 안락사 결정

강 훈련사는 최근 훈련소 직원들에 대한 갑질 논란과 함께 반려견 레오를 방치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저먼 셰퍼드 종인 레오는 강 훈련사가 강아지 때 키우다가 7년여 간 경찰견으로 활동한 후 강 대표가 다시 데려와 돌본 반려견이다. 레오 사연은 방송을 타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하지만 지난 21일 보듬컴퍼니의 전 직원으로 추정되는 누리꾼이 유튜브 댓글을 통해 "레오 마지막에 어떻게 떠났는지 다들 아시려나 모르겠다"며 "그렇게 무리해서 데려오고 이슈 만들더니 처참한 마지막이 아직도 실감 안 난다"고 주장했다.

이 누리꾼은 "레오가 마지막에 거동을 못 했다"며 "그때 근무하신 다른 직원 분들은 아실 텐데 더운 옥상에서 분변을 온몸에 묻힌 채 물도 못 마시고 방치돼 있다가 그대로 차 트렁크에 실려 가 돌아오지 않았다. 지나던 직원들이 물을 조금씩 챙긴 것이 전부였다. 직원들도 정들었던 레오인데 마지막 인사라도 했으면 좋았을걸"이라고 적었다.

이 같은 주장이 알려지자 애견인들은 공분했다. 이에 레오의 주치의이자 마지막에 안락사를 도운 수의사 A씨는 뉴스1과 통화에서 "사실과 다르다"며 "레오는 뒷다리를 전혀 못썼지만 욕창도 없었고 깨끗하게 잘 관리돼 있었다"고 반박했다.

강형욱 훈련사는 24일 '늦어져서 죄송합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당시 레오의 상태를 전했다.

강 훈련사는 "숨 쉴 때마다 소변이 조금씩 나왔고 조금의 움직임에도 대변이 그냥 나왔다"며 "치료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나이도 굉장히 많았다. 뒷다리를 아예 쓸 수 없는 상태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마 직원들은 잘 모르실 거다. 저는 회사에 자주 가고 저녁 늦게도 가고 아침 일찍 가서 레오를 돌봐주고 물로 닦아줬다. 시간이 허락할 때마다 계속 만져주고 같이 있어줬다"며 "레오가 못 걷기 때문에 데리고 다닐 수 없었다. 걸어도 못 걷게 했다. 레오의 온몸이 다 땅에 긁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강 훈련사는 레오의 주치의와 수개월 논의 끝에 안락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가 안락사를 선택한 장소는 회사. 당시 출근했던 직원들 사이에서 안락사를 했고, 마지막 인사를 함께 했다는 것이 강 훈련사의 해명이다.

레오를 방치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강 훈련사의 부인 수잔 엘더는 "최선을 다해 돌봐줬냐고 하면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다"며 "방치라는 표현을 보고 나 스스로도 의문이 들어서 레오의 사진을 다 봤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강 훈련사 또한 "누가 내게 그렇게 물어보면 그렇게 생각해볼 것 같다"며 "'그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레오 곁에 있어줘야 했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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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미지투데이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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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득이한 안락사에 대한 부정적 시선 거둬야

강형욱 훈련사의 이 같은 발언은 반려동물, 특히 노령동물 '안락사'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며 보호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동물 안락사에 대해 관대한 편이다. 미국수의사회(AVMA)는 동물 안락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정해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거나 입양 불가 등 이유로 안락사를 고려한다. 레오와 같이 뒷다리를 아예 쓰지 못하거나 중대한 질병에 걸려 회복이 어렵거나 하면 안락사를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는 '안락사'를 언급하는 것 자체를 조심스러워한다. 강아지, 고양이가 아팠을 때 치료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해 보호자가 죄책감을 갖거나 주변에서 질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경우 안락사로 이어졌을 때 보호자 중에는 트라우마가 생겨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일도 생기곤 한다. 속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도 극복해야 하는 이중 고통을 안아야 한다.

이 때문에 앞으로는 부득이한 안락사를 시행하는데 대해 "죄책감보다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려 마지막을 잘 보내주는 문화를 형성할 때"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레오는 더욱이 대형견이다. 몸이 불편한 대형견은 동물병원을 오가는 것이 쉽지 않다. 안락사를 시행하기 위해 병원을 찾는 것도 보호자에게는 심적 고통을 더할 수 있다.

이에 가족들이 모인 장소에서 안락사를 진행하면 충분한 추모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의료법 제33조는 의료기관을 개설한 사람이 의료업을 할 수 있고, 그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해야 한다. 응급환자 진료 또는 환자나 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진료하는 등의 경우는 예외다.

반면 수의사법 제17조는 동물병원을 개설한 수의사가 동물진료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동물병원 안에서만 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병원 관리 의무는 있지만 병원 밖에서 진료를 하면 안 된다는 법은 없는 것.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는 "의료법과 달리 수의사법에는 병원 내에서만 진료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며 "다만 규정은 없지만 출장 진료를 했다가 사고가 나면 의료진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할 수 있기 때문에 함부로 외부에서 진료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도 "기본적으로 병원을 개설한 수의사라고 하면 출장 진료를 할 수 있다"며 "동물병원 개설을 위해서는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 하지만 개설 이후에는 진료 장소를 한정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수의사들 사이에서도 이제는 동물에 대한 안락사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최근 중증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는 반려견의 안락사를 시행한 한 수의사는 "안락사는 보호자도 고통스럽지만 수의사 또한 트라우마로 힘들 수 있는 쉽지 않은 결정"이라며 "부득이한 안락사는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고 고통을 끊어주는 행위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의사의 판단에 따라 집에서 안락사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가족과 함께 살았던 가장 안정적인 공간에서 마지막 인사를 충분히 하고 장례를 치러줄 수 있도록 해준다면 심적 고통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해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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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갈무리)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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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법(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갈무리)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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