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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조카에 맞아 죽은 50대 여성…‘지적장애인 성매매 착취’로 입양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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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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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여수의 한 모텔에서 조카에게 맞아서 숨진 50대 지적장애인 여성이 가족들에 의해 성매매에 동원되는 등 착취 당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여수 모텔 살인 사건의 전말을 추적했다. 2022년 5월17일, 여수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박씨 가족은 건강이 좋지 않았던 여동생이 갑자기 사망했다며 장례지도사에게 빠른 시신 수습을 의뢰했다.

시신을 본 장례지도사는 사망자의 머리가 크게 부어있고 곳곳에 멍이 발견된 점, 동생이 사망했음에도 슬픈 기색을 보이지 않는 가족들의 모습 등에 석연치 않음을 느끼고 경찰에 신고했다.

모텔 안의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경찰은 모든 기록이 삭제돼 있는 것에 수상함을 느끼고 영상을 복구했다. 복구된 영상에는 충격적인 진실이 담겨있었다.

피해자 경애씨는 사망 3일 전 30대 조카에게 여러 차례 폭행을 당했다. 청소 상태가 마음에 들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경애씨의 언니와 조카는 심하게 폭행 당한 그를 모텔 비품실에 방치했다. 결국 경애씨는 늑골 골절과 폐 파열, 이로 인한 흉곽내출혈 등으로 사망했다.

수사 결과 경애씨는 이 가족들의 진짜 혈연관계가 아니음이 밝혀졌다. 경애씨는 1987년 24세의 나이에 박 영감네에 입양됐는데, 당시 이 집에는 이미 다섯자녀가 있었다.

주민들은 당시 박 영감이 운영하던 여인숙에서 성매매가 이뤄졌다고 증언했다. 박 영감의 여인숙이 있던 곳은 오랜 기간 전남 지역의 성매매 집결지역이었다. 주민들은 이들이 지적장애가 있던 경애씨를 입양해 성 착취했다고 주장하며 경애씨가 ‘현대판 노예’였다는 충격적인 증언을 내놨다. 경애씨가 착하고 순박하며 유독 하얀 피부를 가져 찹쌀공주라고 불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세계일보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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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영감 아들은 경애씨를 식모 역할로 데려왔을 뿐 성 착취나 학대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딸로 입양을 한 이유는 경애씨가 결혼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었다고 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당시 성매매 업소에서 경찰의 단속을 피하고 노동력을 착취하기 위해 딸로 입양시키는 일이 종종 있었다. 경애씨의 입양과 출생신고가 동시에 이뤄진 날, 20세 경희씨도 같은 방식으로 입양됐다. 하지만 박 영감 아들은 경희씨가 자발적으로 성매매했다고 주장했다.

경애씨는 입양된 지 4년 후 한 시골에 살던 남성과 결혼했다. 이후 남편이 사망하자 박 영감네로 돌아왔다. 경애씨가 돌아왔을 당시 박 영감네는 여인숙을 더 이상 운영하지 않았고, 이에 경애씨는 언니가 운영하던 모텔에 살게 됐다.

언니 박씨는 장애인 연금을 받기 위해 경애씨를 장애인으로 등록했다. 경애씨는 사망한 남편이 남긴 8000만원가량의 재산도 갖지 못 했다. 경애씨 명의의 계좌에 돈이 들어오면 다음 날 돈이 바로 빠져나갔다. 박씨는 경애씨가 사망한 4일 뒤에도 계좌에서 돈을 인출했다. 10년간 착취한 금액만 4000만원.

제작진은 경애씨 다음으로 입양됐던 경희씨가 거문도에 살고 있음을 알아냈. 그는 성매매하지 않으려 반항한 후 폭행을 당해 집을 나왔다고 전했다. 경희씨 역시 지적장애인으로 밝혀졌다. 경희씨는 박 영감네에 입양돼 성매매에 동원됐고 아기를 못 낳게 수술했다고 증언했다. 월급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인우보증제는 집에서 출산하는 일이 흔했던 일제강점기에 처음 만들어졌다. 이는 이웃이나 지인, 친척 등 최소 성인 2명이 보증할 경우 병원의 출생증명서 없이 출생 신고와 사망 신고를 가능하게 한 제도로 2016년 폐지됐다. 박 영감 부부는 이를 이용해 두 여성을 입양했다.

전문가는 “그렇게 팔려 간 사람들이 여전히 살아 있다. 그들이 어딘가에서 여전히 착취당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지금은 제도가 바뀌었으니까 문제없다고 하는 건 되게 위험한 발상이다”라고 지적하며 “전수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우보증제가 사라진 현지금도 일반 입양 가정에 입양되는 지적장애인들이 무시 당하고 학대 받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는 “이 사건의 이면에는 분명히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매우 가혹하고 잔인한 묵시적 합의가 있다. 장애인이나 사회적 약자들에게 잔인한 대한민국 사회의 가장 극단적인 표현 형태가 이번 사건이라고 생각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한 가족이 장애인 여성을 데려와 대대손손 부려 먹고 인생을 완전히 짓밟아버린 사건의 판결은 어땠을까.

경애씨의 사망으로 박씨 부부의 딸인 정씨는 지난 9월 징역 20년 형을 받았다. 박씨 부부는 경애씨가 위중한 것을 알면서도 방치해 유기치사 혐의로 각각 징역 6년과 2년을 선고받았다. 경애씨를 폭행해 숨지게 한 조카는 1심에서 징역 25년, 항소심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dad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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