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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대낮 우크라 쇼핑센터 폭격, 6명 사망…젤렌스키 "러시아 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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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이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의 대형 상점을 공격해 최소 6명이 사망하고 40명이 다쳤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이 밝혔다.

로이터통신과 가디언·뉴욕 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께 러시아 벨고로드 지역에서 발사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도탄 2발이 주택가 쇼핑센터를 덮쳤다. 사망자 6명 중 2명은 매장 직원으로 추정되며, 부상자 40명 가운데 3명은 목숨이 위태롭다고 한다. 실종자도 16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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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에 파괴된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의 쇼핑센터에서 불길과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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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민간인 주거지역에…"명백한 테러"



미사일은 우체국과 미용실, 카페가 있는 건물의 바로 옆 도로에 박히면서 수m를 파고 들어갔다. 구급 대원들은 인근 아파트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부상자 중 대다수는 얼굴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쇼핑센터 건물은 불길에 휩싸여 검은 연기를 뿜어댔다. 불길은 90여분만에 잡혔다.

올레흐 시네후보우 하르키우 주지사는 러시아가 인구 130만 명이 살고 있는 도시의 주거용 건물 밀집지 한복판을 강타했다면서 “민간인을 표적 삼은 명백한 테러”라고 러시아를 비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의 공격 사실을 전하며 “러시아 광기의 또다른 예”라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가 토요일 대낮 하르키우의 대형 쇼핑 매장에 다시 한번 잔인한 공격을 감행했다”면서 “당시 매장 안에는 200명 이상이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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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현지시간) 하르키우의 쇼핑센터에 소방관들이 출동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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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러시아의 공격을 비난하며 자신의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용납할 수 없다”고 썼다. 이에 대해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은 이번 공격이 상점 내부 군용 매점과 지휘소를 겨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격은 지난 23일 러시아가 하르키우 전역에 미사일 15발을 쏜지 이틀만에 이뤄졌다. 당시 러시아 미사일 중 한 발이 하르키우의 한 인쇄공장에 떨어져 최소 7명이 사망하고 40여 명이 다쳤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인쇄공장 화재로 책 5만권이 소실됐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무차별 공격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은 미사일과 폭탄을 투하하는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하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 충분한 방공 시스템과 현대식 전투기가 있다면 러시아의 이번 공격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면고 밝혔다. 서방에 더 많은 방공 무기와 전투기 지원을 요청하면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 첫해인 2022년 말부터 F-16 전투기 지원을 요청해왔다. 덴마크 등 일부 서방국이 지원을 약속했는데, 아직 실제 지원이 이뤄지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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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현지시간) 러시아의 공격에 파괴된 하르키우의 인쇄 공장에서 불타버린 책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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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재무장관 "러 동결자산, 우크라 지원"



이날 주요7개국(G7) 재무장관들은 러시아의 동결 자산에서 나온 수익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이들은 이탈리아 스트레사에서 열린 회의에서 “러시아 동결 자산의 임시적 수익을 우크라이나에 득이 되는 방법으로 활용할 잠재적 방안에 관한 논의에 진전을 이뤘다”는 내용의 성명 초안을 마련했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가 보도했다.

현재 G7이 동결 중인 러시아 자산은 3000억 달러(약 410조원) 규모다. 이날 논의된 내용은 다음달 중순 G7 정상회의에서 공식 합의될 예정이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24일 우크라이나에 2억7500만 달러(약 3800억원) 규모의 추가 군사 지원을 발표했다.

한편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24일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사용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껏 나토 회원국들은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면서도, 러시아 영토 내 표적 공격에는 사용하지 말라는 단서를 달아왔다.

앞서 제임스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도 지난 2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우크라이나가 영국 무기로 러시아를 직접 공격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겠다”고 깜짝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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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이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서방 무기에 대한 사용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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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류 변화는 최근 러시아가 하르키우 북쪽 국경을 넘어 지상전을 개시하면서 해당 지역을 점령해나가는 전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러시아는 지난 22일에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의 클리시이우카를 장악하는 등 우크라이나 영토의 20% 가량을 차지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서방 무기로 러시아 영토 내 목표물을 공격할 수 없게 만든 제한 규정이 우크라이나의 방어를 매우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은 다음 달 스위스에서 종전 방안 논의를 위해 열리는 평화회의에 미·중 정상이 참석해줄 것을 호소했다.

26일 공개된 녹화 연설에서 그는 "미국과 중국의 지도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요청한다. 우크라이나 평화회의에 참석해 달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 연설을 녹화한 곳은 러시아의 공세로 폐허가 된 하르키우의 대형 인쇄소였다. 그는 "우리는 유엔 헌장이 여기 (폐허 속의) 책들처럼 불태워지길 원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우크라이나 평화회의는 다음 달 15~16일 스위스의 루체른에서 열릴 예정이다. 우크라이나에 따르면 지금까지 80개국이 참여하겠다고 했으며, 러시아는 불참 의사를 밝힌 상태다.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할지 불분명하고, 러시아와 가까운 중국은 이 회의 참석 여부를 아직 밝히지 않았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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