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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이스라엘, 국제법원 ‘라파 공격 중단’ 명령도 무시···국제사회 고립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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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형사재판소(ICC)에 이은 제동

심화되는 국제적 고립에도 ‘마이웨이’

경향신문

24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한 주민이 당나귀가 끄는 수레를 타고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폐허가 된 거리를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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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최고 법원인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공격을 즉각 중단하라고 명령한 뒤에도 이스라엘은 라파를 비롯한 가자지구 전역에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체포영장을 청구한 데 이어 또 다른 국제 법정인 ICJ도 연이어 이스라엘에 제동을 걸고 나섰지만, 이스라엘은 심화되는 국제적 고립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 이스라엘에 라파를 공격하지 말 것을 수차례 경고하면서도 사실상 지상군 투입을 용인해온 미국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ICJ가 라파 공격 중단을 명령한 다음 날인 25일(현지시간)에도 폭격을 이어갔다. 이스라엘은 ICJ 결정이 나온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라파와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 중심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가자지구 보건 당국은 판결 하루 새 공격으로 최소 4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북부 자발리아 인근에선 피란민 대피소로 쓰이던 학교 건물이 이스라엘군의 드론 공격을 받아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10명이 숨졌다.

앞서 ICJ는 24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라파에서 군사 작전을 즉각 중단하라는 긴급 명령을 내렸다. 또 재판부는 가자지구에 인도주의적 지원이 이뤄지도록 이집트 접경 라파 국경검문소를 개방하고, 현장 조사를 위한 제한 없는 접근권을 보장하라고 명령했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 발발 이후 ICJ가 이스라엘에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긴급 명령을 내린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에 ICJ 명령을 따르라고 촉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ICJ의 긴급 명령이 “구속력 있는 결정”이라며 “당사국이 법원 명령을 적절한 절차에 따라 지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ICJ 명령은 법적 구속력을 가지지만, 당사국이 이행하지 않아도 이를 강제할 수단은 없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ICJ 명령과 관련해 결의안을 추진할 수 있지만, 상임 이사국인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이스라엘은 ICJ 결정에 “이스라엘은 국제법을 준수하고 있다”고 반발하며 라파에서 군사작전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25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누세라이트 난민촌의 한 건물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은 뒤 주민들이 울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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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J의 이번 명령은 카림 칸 ICC 검사장이 지난 20일 전쟁범죄 혐의로 네타냐후 총리 등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한 지 나흘 만에 나왔다. 양대 국제재판소의 결정으로 이스라엘의 국제적 고립이 심화한 것은 물론, 그간 이스라엘을 지원해온 조 바이든 미국 정부의 입장도 난감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가디언은 “이스라엘이 가장 심각한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주장이 타당하다는 것에 양대 국제재판소가 동의한 것”이라고 의미를 짚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자지구 전쟁 및 이스라엘 지원과 관련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

그간 여러 차례 라파를 공격하지 말라고 경고해온 미국은 이스라엘군이 지난 6일 라파에 지상군을 투입하며 군사작전을 시작하자, 이를 ‘제한된 작전’으로 규정하며 사실상 용인하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을 방문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스라엘의 라파 군사작전과 관련해 아직 ‘레드라인’을 넘지 않았다고 했다.

이타마르 라비노비치 전 주미 이스라엘 대사는 “국제사회와 동맹국 사이에서 이스라엘 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다”며 “비록 유엔에선 미국을 꺾을 순 없지만, 2개 국제재판소가 미국의 통제 밖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모하마드 바지 미 뉴욕대 교수는 가디언에 기고한 칼럼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과거 러시아 등 미국의 적대국들에 ICJ 결정을 따르라고 촉구해왔지만, 이스라엘에 대한 ICJ 판결은 비판해 ‘위선적’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면서 “이번 판결로 미국은 유혈 사태를 멈출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얻게 됐으며, 이스라엘의 라파 침공을 막지 못한다면 미국은 세계에서 버림받는 존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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