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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여의도워치]신문, 포털, 그리고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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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도서관에서 검은색 표지로 된 대판(391x545㎜) 크기의 신문 편철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1960년 4·19 혁명, 1961년 5·16 군사 쿠데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1987년 6월 항쟁 등 현대사의 변곡점을 언론이 어떻게 다뤘나 찾아보는 건 흥미로운 일이었다. 땅 속 깊이 묻혀있던 귀한 유물을 발굴한 느낌이랄까. 30년 전 일이다.

군대를 제대할 때쯤 이메일을 처음 접하고는 아이디로 뭘 써야할지 고민했던 기억이 선하다. 밀레니엄을 전후한 그 시기 인터넷의 폭발적 성장에 불이 붙었다. 머니투데이·오마이뉴스·이데일리·아이뉴스24·프레시안 등 새로운 통로(인터넷)에 기댄 매체들이 속속 등장했다. 검색만 잘해도 내가 찾는 정보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지하철 가판대를 가득 채운 종이신문이 시나브로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무가지의 공세까지 더해지면서 돈을 내고 신문을 사보는 사람들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건 빈 말이 아니다.

2010년을 전후해 아이폰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PC에서 스마트폰 기반으로 언론환경이 급격히 변했다. 이제 독자 열명 중 아홉은 PC가 아닌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접한다. 안정감을 주던 가로형 인터페이스는 어딘지 불안해보이는 세로형에 자리를 넘겨줬다. 불특정 다수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매스미디어의 설자리는 점점 좁아졌다. 1대 1로 친구에게 조곤조곤 얘기를 들려주는 식으로 뉴스를 전달하는 매체들이 늘었다.

집채만한 중계차를 부르고 리포터를 대기시켜 몇시간 준비 끝에 가능했던 생중계 시스템도 스마트폰 하나면 누구나 시도할 수 있는 영역이 됐으니 방송사들이 위기감을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

기술의 변화는 파괴적이다.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으로 필름시장이 무너지고 동네 사진관은 하나둘 문을 닫았다. 피처폰으로 세계를 주름잡았던 노키아는 스마트폰 시대를 준비하지 못해 몰락했다. 전통시장을 무섭게 잠식하던 대형마트는 온라인쇼핑에 밀려 적자를 걱정하는 처지다. 미디어 세계도 예외는 아니다. 스마트폰은 무가지를 밀어냈다. 무가지 수거로 생계를 잇던 노인들도 자취를 감췄다.

조중동 등 종이신문이 모바일 시장에선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며 포털에 모바일뉴스 공급을 거부하다가 백기를 든 게 불과 10년 전 일이다. 신문을 보지 않으면 세상 돌아가는 사정을 알기 어려웠던 시절 신문은 온갖 정보가 모이는 플랫폼이었다. 지금은 수많은 콘텐츠 납품업자 중 하나로 쇠락해 플랫폼으로서 영향력도 잃고 권위도 증발했다.

앞으로는 포털의 위기가 올지도 모르겠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최근 열린 '인공지능(AI) 서울 정상회의'에서 흥미로운 발언을 했다.

그동안 이용자들은 키워드를 입력해 나온 여러 검색결과에서 정보를 선택했다. 정보선택의 최종 결정권이 사람에게 있는 것이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그 결정권마저 AI에 넘어갈 수 있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이 GIO는 "AI는 선택의 여지가 없이 답을 얻는 방식"이라며 "이러한 AI의 특성은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매우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검색으로 성장한 포털이 검색의 종말을 예감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아이들 세계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으로 넘어갔다. 10년 뒤 포털은 아재들이나 찾는 올드한 플랫폼으로 남게 되는 건 아닐까. 챗GPT 개발사인 오픈AI가 얼마전 공개한 'GPT-4o'는 사람처럼 보고 듣고 말하는 기능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이어 AI가 불러올 파괴적 결과에 눈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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