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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민주 “44%안 수용 결단에 응답을” vs 국힘 “구조개혁도 함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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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연금개혁 처리 갈등

李대표 “민생 위해 우리가 다 양보”

개혁 무산 땐 ‘책임 돌리기’ 포석

여권 일각 ‘先모수개혁’ 찬성론도

與 “44%, 구조개혁 조건부 案일뿐”

추경호 “여야정 협의체 조속 구성

22대 첫 정기국회서 처리” 역제안

여야는 21대 국회 임기 종료(29일)를 사흘 앞둔 26일에도 국민연금 개혁을 둘러싸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이 23일 이재명 대표의 첫 제안 이후 여당 대안까지 전격 수용하며 ‘속도전’에 나선 가운데 국민의힘은 여기에 ‘정치적 꼼수’가 있다고 보고 22대에서 논의하자는 입장을 고수했다.

논의 주도권을 쥐고 강공 드라이브를 펴는 쪽은 민주당이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쇠뿔도 단 김에 빼자”며 “민주당은 연금개혁 의지가 분명하고 21대에서 마무리짓기 위해 여당 제안을 전격 수용하는 결단도 했다”고 밝혔다. 전날 이 대표가 여당 내 대안으로 거론됐던 소득대체율 44%안을 받아들인 만큼 “21대에 모수개혁을 마무리하고 22대에 구조개혁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세계일보

“모수개혁 먼저” 對 “충분한 논의 필요” 김진표 국회의장(첫 번째 사진)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21대 국회 임기 내 소득대체율, 보험료율 등 모수개혁을 우선한 연금개혁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두 번째 〃)가 여당 측 안인 ‘소득대체율 44%’를 수용하면서 개혁안 처리가 가시권에 접어든 듯했으나,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세 번째 〃)와 대통령실이 잇따라 ‘22대 국회 처리’ 방침을 내세우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네 번째 사진은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남제현 선임기자·뉴시스·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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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수개혁은 국민연금 제도의 틀 안에서 현행 9%인 보험료율(소득 대비 납부액 비율)과 42.5%인 소득대체율(국민연금 가입기간 평균소득 대비 연금수령액 비율) 등 주요 변수를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앞서 여야는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는 방안에는 합의했지만, 소득대체율을 두고는 43%까지 높이자는 국민의힘과 45%까지 올려야 한다는 민주당 의견이 맞서 타결을 보지 못했다. 연금특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경준 의원이 10일 타협안으로 소득대체율 44%를 제시했지만 이후에도 여야는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 대표가 23일 영수회담 제안, 24일 3자회담(대통령 및 여야 대표)을 통한 소득대체율 1%포인트 차이 타결에 이어 25일 여당 대안까지 수용하며 연금개혁 압박 수위를 끌어올린 것은 민생 현안 해결에 주력한다는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 즉 민생이고 연금개혁은 이 시대 가장 큰 민생 현안”이라며 “꼭 해야 할 일인데 시간은 없으니 불가피하게 민주당이 다 양보하겠다”고 말했다.

채 상병 특검법 좌초와 연금개혁 무산의 책임을 여권으로 돌릴 수 있다는 셈법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연금개혁안이 막판 극적으로 처리된다면 이 대표의 ‘대승적 결단’ 덕이라고 포장도 가능하다.

국민의힘은 “떨이하듯 졸속으로 처리하기엔 너무나 중요한 국정과제”(추경호 원내대표)라며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이 대표가 수용한 44%안은 구조개혁 및 부대조건 등의 합의를 전제로 한 ‘조건부 안’이었다는 설명이다.

추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연금개혁이 분초를 다퉈야 하는 긴급 사안이라면 (민주당은) 왜 그동안 손 놓고 있었나”라며 “지금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은 단순 1%의 수치 문제만이 아니다”라고 했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관계, 향후 인구구조 및 기대여명 변화와 연금 재정건전성 지표 변화 등에 따른 자동안정화장치 도입,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의 구체적 시행 시기 선택 등 구조개혁과 부대조건을 함께 묶어 차분히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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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연금개혁 드라이브에 채 상병 특검법 재의결을 위한 본회의(28일) 소집 명분 만들기라는 노림수가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연금개혁을 놓고 “22대 국회에 넘겨 충실하게 논의하는 게 옳다”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이상 여당이 독자적으로 움직일 공간도 협소하다. 추 원내대표는 “22대에서 의정활동을 계속할 이 대표가 진정성 있게 추진한다면 속도감 있게 여야 합의안을 마련할 수 있다”며 연금특위와 여야정협의체를 구성해 22대 첫 정기국회에서 연금개혁안을 처리하자고 역제안했다.

국민의힘 측이 “사기”, “거짓말 정치 공세”, “특위 간사 패싱”, “번갯불에 콩 볶듯 처리하려 한다”고, 민주당은 “말장난”, “뻔한 딴지걸기”, “국민 기만”이라고 하는 등 서로를 향한 비난 세례에 감정의 골도 깊어진 상태다.

다만 여당 내 일각에서는 당론과 달리 ‘모수개혁 우선 처리론’이 꿈틀대고 있다. 윤희숙 전 의원이 24일 민주당 제안을 “대승적 차원에서 즉시 받아들여야 한다”고 한 데 이어 이날도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의 난이도를 평가하자면 3:7이나 2:8정도로 구조개혁 합의는 어렵다. 지금은 여당이 ‘신의 옷자락을 잡아채야 할 순간’이다”라고 주장했다. 연금특위 소속 김미애 의원도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거라면 우선 나아가자”고 했다.

유태영·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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