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연금개혁 처리 갈등
李대표 “민생 위해 우리가 다 양보”
개혁 무산 땐 ‘책임 돌리기’ 포석
여권 일각 ‘先모수개혁’ 찬성론도
與 “44%, 구조개혁 조건부 案일뿐”
추경호 “여야정 협의체 조속 구성
22대 첫 정기국회서 처리” 역제안
논의 주도권을 쥐고 강공 드라이브를 펴는 쪽은 민주당이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쇠뿔도 단 김에 빼자”며 “민주당은 연금개혁 의지가 분명하고 21대에서 마무리짓기 위해 여당 제안을 전격 수용하는 결단도 했다”고 밝혔다. 전날 이 대표가 여당 내 대안으로 거론됐던 소득대체율 44%안을 받아들인 만큼 “21대에 모수개혁을 마무리하고 22대에 구조개혁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 |
“모수개혁 먼저” 對 “충분한 논의 필요” 김진표 국회의장(첫 번째 사진)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21대 국회 임기 내 소득대체율, 보험료율 등 모수개혁을 우선한 연금개혁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두 번째 〃)가 여당 측 안인 ‘소득대체율 44%’를 수용하면서 개혁안 처리가 가시권에 접어든 듯했으나,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세 번째 〃)와 대통령실이 잇따라 ‘22대 국회 처리’ 방침을 내세우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네 번째 사진은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남제현 선임기자·뉴시스·대통령실사진기자단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모수개혁은 국민연금 제도의 틀 안에서 현행 9%인 보험료율(소득 대비 납부액 비율)과 42.5%인 소득대체율(국민연금 가입기간 평균소득 대비 연금수령액 비율) 등 주요 변수를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앞서 여야는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는 방안에는 합의했지만, 소득대체율을 두고는 43%까지 높이자는 국민의힘과 45%까지 올려야 한다는 민주당 의견이 맞서 타결을 보지 못했다. 연금특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경준 의원이 10일 타협안으로 소득대체율 44%를 제시했지만 이후에도 여야는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 대표가 23일 영수회담 제안, 24일 3자회담(대통령 및 여야 대표)을 통한 소득대체율 1%포인트 차이 타결에 이어 25일 여당 대안까지 수용하며 연금개혁 압박 수위를 끌어올린 것은 민생 현안 해결에 주력한다는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 즉 민생이고 연금개혁은 이 시대 가장 큰 민생 현안”이라며 “꼭 해야 할 일인데 시간은 없으니 불가피하게 민주당이 다 양보하겠다”고 말했다.
채 상병 특검법 좌초와 연금개혁 무산의 책임을 여권으로 돌릴 수 있다는 셈법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연금개혁안이 막판 극적으로 처리된다면 이 대표의 ‘대승적 결단’ 덕이라고 포장도 가능하다.
국민의힘은 “떨이하듯 졸속으로 처리하기엔 너무나 중요한 국정과제”(추경호 원내대표)라며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이 대표가 수용한 44%안은 구조개혁 및 부대조건 등의 합의를 전제로 한 ‘조건부 안’이었다는 설명이다.
추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연금개혁이 분초를 다퉈야 하는 긴급 사안이라면 (민주당은) 왜 그동안 손 놓고 있었나”라며 “지금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은 단순 1%의 수치 문제만이 아니다”라고 했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관계, 향후 인구구조 및 기대여명 변화와 연금 재정건전성 지표 변화 등에 따른 자동안정화장치 도입,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의 구체적 시행 시기 선택 등 구조개혁과 부대조건을 함께 묶어 차분히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연금개혁 드라이브에 채 상병 특검법 재의결을 위한 본회의(28일) 소집 명분 만들기라는 노림수가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연금개혁을 놓고 “22대 국회에 넘겨 충실하게 논의하는 게 옳다”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이상 여당이 독자적으로 움직일 공간도 협소하다. 추 원내대표는 “22대에서 의정활동을 계속할 이 대표가 진정성 있게 추진한다면 속도감 있게 여야 합의안을 마련할 수 있다”며 연금특위와 여야정협의체를 구성해 22대 첫 정기국회에서 연금개혁안을 처리하자고 역제안했다.
국민의힘 측이 “사기”, “거짓말 정치 공세”, “특위 간사 패싱”, “번갯불에 콩 볶듯 처리하려 한다”고, 민주당은 “말장난”, “뻔한 딴지걸기”, “국민 기만”이라고 하는 등 서로를 향한 비난 세례에 감정의 골도 깊어진 상태다.
다만 여당 내 일각에서는 당론과 달리 ‘모수개혁 우선 처리론’이 꿈틀대고 있다. 윤희숙 전 의원이 24일 민주당 제안을 “대승적 차원에서 즉시 받아들여야 한다”고 한 데 이어 이날도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의 난이도를 평가하자면 3:7이나 2:8정도로 구조개혁 합의는 어렵다. 지금은 여당이 ‘신의 옷자락을 잡아채야 할 순간’이다”라고 주장했다. 연금특위 소속 김미애 의원도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거라면 우선 나아가자”고 했다.
유태영·김현우 기자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