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7 (월)

미래가 없으면 아이들도 없다 [세상읽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한국 정부의 기후 변화 대응이 헌법에 합치하는지를 묻는 기후위기 헌법소원 두번째 공개 변론이 열린 지난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아기기후소송 최종 진술자로 나선 한제아 학생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최영준 |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의 춘계학술대회가 5월10일 열렸다. 대전환의 시기에 복지국가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에 대해 많은 분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했다. 특히 대학원생들이 70명 이상 참여해 밤늦은 시간까지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청년 연구자들과 나누는 대화 속에서 ‘저출산’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들을 수 없었다. 이들에게는 ‘기후위기’, ‘디지털화’, ‘다양성’ 등이 핵심 키워드였다.



학회 개최 전날 윤석열 대통령은 ‘저출산 극복’을 위해 역량을 총동원하기 위해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할 계획을 발표했다. 흥미롭게도 학회 내내 이 계획은 전혀 화제가 되지 못했다. 대통령과 우리 청년 및 연구자들의 상당한 인식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대통령은 저출산·고령화로 대표되는 인구 전환이 다른 중요한 전환들과 독립적으로 발생한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하지만 인구 전환만큼 중요한 기후 전환과 디지털 전환은 상호 긴밀히 연결돼 있다. 2주 전 영국 ‘가디언’지는 최고의 기후과학자들 380명에게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 중 단 6%만이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온도가 1.5도 이내로 상승할 것이라 응답했다. 반면, 77%는 최소 2.5도 이상 상승해 인류가 극단적인 기후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 말했다. 기후학자들은 희망이 없음을 호소했다.



만일 우리 아이들이 극단적 기후변화와 식량 위기를 경험하며 살아가야 한다면 정말 ‘저출산’이 ‘국가비상사태’가 될 수 있을까? 실제 최근 연구들은 기후 불안이 청년들의 출산 의도를 낮춘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10개국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 연구에서 대부분이 기후 불안을 응답했고, 기후 불안을 가진 청년의 40% 정도가 아이 갖는 것을 주저하게 된다고 응답했다. 기후위기의 과학적 증거가 넘쳐나고, 실제 그 결과가 지구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1인당 국내총생산(GDP) 4만달러가 되면’ 뭐든지 해결될 것처럼 말하는 대통령과 여당이라니. 그렇다면 지난 30년 동안 세 배 이상의 경제성장은 무엇을 해결해주었는가?



미래에 대한 불안은 기후 전환에 그치지 않는다. 디지털 전환 역시 청년들에게 희망보다는 불안을 더 주고 있다. 지난해 발간된 골드만삭스나 오픈에이아이(AI)의 보고서들은 인공지능의 발전이 좋은 일자리부터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고하고 있다. 최근 나온 ‘지피티-포오’(GPT-4o)를 사용했거나 지피티를 장착한 휴머노이드 영상을 본 청년이라면 노동의 미래에 대해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미 최영준의 지피티는 나와 달리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학습하며, 인내심을 가지고 여러 이슈들에 대해서 나를 빙의해 답변한다.



인구 전환 과정에서 노동력이 줄어들 것이라 하지만, 디지털 전환으로 좋은 일자리에 대한 경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고용·소득 불안정의 증가가 출산 의도를 낮춘다는 증거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구글 전 시이오(CEO)였던 에릭 슈밋은 줄어드는 노동력은 에이아이가 대체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그렇다면 저출산 대응의 본질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저출산 대응의 본질은 다음 세대에게 미래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미래가 없으면, 아이들도 없다. 지구가 더 이상 살기 어려운 곳이 되어가고, 불안정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은데 아이들이 안 태어나서 걱정? 우리 아이들은 누군가의 부품이 아니다. 저출산 대응은 인구 전환만을 감안하는 좁은 관점을 벗어나 기후 전환과 디지털 전환까지 삼중 전환의 유기적 상호 관계를 감안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 어떻게 하면 아이를 낳게 할 것인가, 인구를 유지할 것이냐는 관점을 넘어 어떻게 아이들에게 미래를 줄 수 있을 것이냐는 질문으로 바뀌어야 한다.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은 인구 전환이 위기가 되지 않게 할 수 있으며, 기후위기를 경감시키는 방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잘못된 디지털 전환은 승자독식 구조를 만들어낼 뿐이며, 탄소 배출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적극적인 기후 전환은 개인과 지역에 새로운 기회와 일자리를 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만, 기후 불안만 높일 경우 인구 위기는 가속화될 것이다.



아이들에게 미래를 만들어 주는 이 ‘삼중 전환’의 프로젝트는 경제, 교육, 복지, 재분배 등이 총망라된 프로젝트여야 한다. 기후소송 최종 진술에서 우리의 미래가 물에 잠긴다는 한제아 학생의 말을 기억하자.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기획] 누구나 한번은 1인가구가 된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