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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이 돈이면 한국인 쓰죠” 9월부터 일하는 필리핀 ‘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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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적용돼서 월 ‘206만원’... 실효성 논란 제기


매경이코노미

한 어린이집 앞을 유모차를 끈 시민이 지나고 있다. (출처=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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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오는 9월부터 본격적으로 배치하겠다고 밝힌 필리핀 가사관리사(가사도우미)와 관련해 갑론을박이 늘어나고 있다. 당초 월 100만원 수준 저렴한 비용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였으나 최저임금 적용을 통해 월 이용료가 206만원으로 오르며 실효성에 관련된 논란이 제기됐다.

26일 고용노동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필리핀 정부는 최근 한국에서 근무할 가사도우미 선발 절차에 나섰다. 만 24세~38세의 지원자 중 경력·어학 능력·범죄 이력 등을 검증해 선발할 예정이다.

이들은 오는 7월 말부터 고용허가제(E-9) 비자를 통해 입국한 뒤 4주간의 문화 교육을 거쳐 9월부터 오는 2025년 2월까지 6개월간 근무하게 된다. 이용 대상은 20~40대의 맞벌이 주부와 한부모·다자녀 가정 등이다.

그간 외국인 가사·육아 도우미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됐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사 및 육아 도우미 취업자 수는 지난 2014년 하반기 22만6000명에서 지난 2023년 하반기 기준 10만5000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아이돌봄서비스의 경우 경쟁률이 매우 높다. 서울시에 따르면 아이돌봄서비스의 평균 대기 기간은 1주일에서 3개월에 달한다.

공급이 줄어 이용료도 올랐다. 지난 2023년 가사도우미 이용료는 전년 대비 5.7% 상승했다. 현재 돌봄 서비스 비용은 통근형이 시간당 1만5000원선, 입주형은 월 350만~450만원(중국 동포 월 250~350만원)선이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이 급물살을 탄 이유는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홍콩과 싱가포르의 경우처럼 월 100만원 수준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용료를 내게 해 가계의 부담을 덜자는 취지다.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2023년 7월 열린 토론회에서 “중산층 가정 30대 여성의 중위소득이 320만원인 점을 고려할 때, 이용료가 월 100만원 수준이 돼야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이 홍콩·싱가포르와 달리 국제노동기구(ILO)의 ‘차별금지 조약’에 비준한 국가라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ILO 협약 111호에 따르면 인종이나 피부색, 출신국에 따라 고용제도를 구분하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결국 정부가 최저임금에 따라 월급을 206만원(주 40시간 기준)으로 책정하자 부모들 사이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비슷한 가격이면 근로 시간을 조금 줄이거나, 돈을 더 들여서라도 한국인 가사도우미를 고용하겠다는 의견이다.

정부는 우선 시범 도입 이후 가격을 낮추는 방향을 고민하겠다는 입장이다. 숙식 제공을 하는 대신 월급을 감액하는 방안 등이 예시로 거론된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를 통해 ▲ 개별 가구가 사적 계약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방안 ▲ 돌봄서비스업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 방안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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