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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최대 매출처’ 중국 공들이는 이재용…리창 총리와 ‘화기애애’ 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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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호텔서 40분간…양측 주요 인사 총출동

리 총리 면담, 국내 기업 중 삼성전자가 유일

리 총리 “삼성의 협력은 양국 상생의 축소판”

이재용 “‘중국인이 사랑하는 삼성’ 위해 노력”

시진핑, 왕양 등 고위급 인사 네트워크 강화

삼성전자 1분기 최대 매출처, 미주 아닌 중국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6일 서울에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를 만나며 중국 고위급 인사와의 네트워크 강화에 나섰다.

삼성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오후 4시25분부터 5시5분까지 40분간 중구 신라호텔에서 한·중·일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리 총리와 면담을 했다. 리 총리가 별도 면담을 가진 건 국내 기업 중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리 총리는 면담에서 “경제 무역 협력이 한·중 관계의 안전장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세계일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2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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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총리는 “한·중 산업체인 공급망은 깊이 얽혀 있다. 이미 당신 가운데 내가 있고 내 가운데 당신이 있는 이익공동체를 형성했다”며 “삼성의 대중국 협력은 양국의 상호 이익 상생 협력 발전의 생생한 축소판”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급 제조, 디지털 경제, 인공 지능, 녹색 발전, 바이오 의약품 등 새로운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 잠재력을 심화해 한·중 경제 무역 협력을 지속해서 업그레이드하고 상생 실현을 촉진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리 총리는 최근 미·중 갈등에 따른 해외의 대중국 투자 위축을 의식한 듯한 발언도 내놓았다. 그는 “중국의 시장은 항상 외국 기업에 개방될 것”이라며 “우린 제도적 개방을 꾸준히 추진하고 시장 접근을 더 확대해 외국 기업의 관심과 요구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더 양질의 비즈니스 환경을 제공하고 더 많은 외국 기업이 안심하고 중국에서 투자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삼성이 중국에서 발전을 견지하고 중국인이 사랑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한·중 상호 이익 협력을 위해 자신이 기여하겠다”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에 따르면 이 회장은 면담에서 “코로나 시절 삼성과 협력사들이 위기를 극복하도록 도와주신 점을 깊이 감사드린다”고도 말했다.

중국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에 삼성의 중국 내 사업 차질을 최소화할 수 있게 지원책을 펼쳤다. 삼성전자 중국 출장 직원을 위한 전세기 운항을 허가하고, 시안 지역 봉쇄 기간 중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생산이 중단되지 않도록 지원했다. 상하이 봉쇄 기간에는 삼성SDI 배터리 핵심 협력사가 조기 가동될 수 있도록 도왔다.

이 회장도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인 2020년 글로벌 기업인 최초로 중국 현지 사업장 점검에 나서는 등 중국에 공을 들였다. 이 회장이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때를 놓치면 안 된다”며 삼성그룹의 각성을 촉구한 곳도 코로나19 당시 시안의 반도체 사업장에서였다.

면담에는 양측 주요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삼성 측에선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반도체)부문장 부회장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MX)사업부장 사장 △박학규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 사장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양걸 삼성전자 삼성차이나 사장 △김원경 삼성전자 글로벌퍼블릭어페어 사장 등이 참석했다.

중국 측은 △우정롱 국무원 비서장 △진좡롱 공신부 부장 △왕원타오 상무부 부장 △쑨예리 문화관광부 부장 △마자오쉬 외교부 부부장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등이 배석했다.

이 회장과 리 총리의 인연은 19년 전부터 시작됐다. 2005년 시진핑 당시 저장성 서기가 삼성전자 수원·기흥사업장을 방문했을 때 리 총리가 비서장 직책으로 동행해 이 회장과 조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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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 네 번째),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오른쪽 두 번째) 등 삼성과 중국 주요 인사들이 2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면담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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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총리는 2018년 11월 중국에서 ‘중국국제수입박람회’가 개최된 이후로 매년 삼성전자 부스를 찾아 격려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행사에선 “수입박람회 1회부터 6년 연속 부스를 방문한 회사는 삼성이 유일하다. 앞으로도 삼성이 중국에서 계속 발전하기를 바란다”며 “삼성은 이미 훌륭한 기업이지만 중국에 왔기 때문에 더욱 잘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이 회장은 오래전부터 중국 핵심 관료들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해왔다.

시진핑 국가주석과는 19년 전 수원사업장 방문에서 첫 인연을 맺고 2013년 중국 보아오 포럼의 이사로 활동하면서 관계를 강화했다.

2015년 1월 ‘중국 방문의 해’ 행사 일환으로 방한 중이었던 왕양 중국 부총리와는 신라호텔에서 회동을 가지고 “중국 지방 정부 및 기업과도 협력을 확대해 한·중 교류 활성화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엔 중국의 대표적인 대외경제 교류 플랫폼인 ‘중국발전고위층포럼’에 직접 참석해 중국 정·재계와의 접촉면을 넓혔고, 포럼 참석 전엔 시 주석의 최측근인 천민얼 톈진시 서기와도 면담을 가졌다.

이 회장의 이 같은 노력에는 미·중 갈등 속에서도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놓지 않겠다는 전략이 깔렸다.

올해 1분기만 해도 삼성전자의 최대 매출처는 중국이었다. 삼성전자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주 지역(14조1301억원)보다 중국(14조7546억원)에서 더 많은 매출을 올렸다. 1분기 주요 5대 매출처에서도 기존 미국의 퀄컴과 베스트바이가 빠지고 중국계 반도체 유통기업인 홍콩 테크트로닉스와 대만 반도체 유통기업인 수프림 일렉트로닉스가 새로 이름을 올렸다.

삼성은 중국에서 사업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공헌(CSR) 프로그램도 지속하며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은 중국사회과학원이 발표하는 중국 외자기업 CSR 평가 순위에서 2013년부터 지금까지 11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중국 인재 육성 차원에선 2013년부터 중·고·대학생 대상 과학경진대회와 12∼16세 여학생을 대상으로 한 ‘삼성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걸스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2015년부턴 빈곤퇴치기금인 ‘부빈기금회’와 농촌관광 사업 육성 프로그램인 ‘나눔 빌리지 사업’도 진행해 왔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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