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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사설] 연금 ‘내는 돈’ 13% 합의 먼저 처리하자는 국회의장의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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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국회의장이 국민연금 개혁안과 관련해 “21대 국회에서 모수 개혁(연금의 내는 돈과 받는 돈을 조정하는 것)을 하고 22대 국회에서 구조 개혁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우선 이번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범위 내에서” 처리하고 나머지 구조 개혁은 22대 국회의 과제로 넘기자는 주문이다. 국민연금 개혁 과제 중 내는 돈(보험료)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자는 데 여야가 합의했고, 받는 돈(소득대체율)도 의견이 거의 접근했으니 그것만이라도 일단 통과시키자는 뜻이다. 김 의장은 “연금 개혁은 채상병특검법보다 훨씬 중요하다”며 국회 본회의에서 특검법과 같이 처리하는 것이 문제라면 연금 개혁안은 별도 본회의 일정을 잡을 수도 있다고 했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이 앞서 절충안으로 제시한 받는 돈 44%를 수용하겠다고 밝혔으나, 국민의힘은 ‘44%안’은 구조 개혁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거부하고 있다. 그러면서 “정쟁과 시간에 쫓긴 어설픈 개혁보다, 22대 첫 번째 정기국회에서 최우선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이런 주장에는 충분한 일리가 있다. 여야가 의견을 좁혀 놓은 내는 돈 13%, 받는 돈 44% 합의만으로는 앞으로 30~40년 후에 연금 재정이 바닥나는 근본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국회 연금특위 공론화위 논의 과정에서 연금 전문가들이 진짜 ‘재정 안정안’으로 내는 돈 15%, 받는 돈 40%라는 주장을 내놓은 것도 그런 이유다. 여당은 그래서 “급조한 수치 조정만 끝나면 연금 개혁 동력이 떨어질 것”을 걱정하며 한 번에 제대로 된 개혁을 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김 의장이 우선 ‘내는 돈 13%, 받는 돈 44% 합의’를 먼저 처리하자는 것은 완벽한 개혁 달성이 현실적으로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여러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연금 개혁은 정말 어려운 과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국민 눈 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개혁안을 미뤘다가 후대가 짊어져야 할 부담을 더 늘려 놓기만 했다. 윤 대통령과 여당도 국민 뜻을 받들어 제대로 된 개혁을 하자고 하다가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할 수도 있다. 22대 국회에서 정치 상황이 어떻게 될지 불확실성도 크다. 그래서 이번에 여야가 의견 접근한 내는 돈, 받는 돈 조정안을 처리해 우선 급한 불을 끄고 다음 국회에서 차분하게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관계 등 구조 개혁을 논의하자는 국회의장의 제안이 합리적으로 들리는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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