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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여권 잠룡들 '한동훈 때리기' 역효과…존재감만 키워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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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오세훈·유승민·윤상현 '집중 견제'

여론 조사서 '차기 리더 한동훈' 고공행진

'두문불출' 하던 한 전 위원장, '복귀 기지개'

[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전당대회를 목전에 둔 국민의힘 내 권력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총선 패배 이후 당을 이끌어 갈 사람이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대권'을 향한 잠룡들은 각각 존재감 키우기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된 타깃은 여권 지도자 지지율에서 줄곧 선두를 고수하고 있는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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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왼쪽),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진=뉴시스/곽영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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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은 연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거친 발언까지 섞어가며 한 전 비대위원장을 향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그는 총선 패배 직후부터 지금까지 한 전 비대위원장을 향해 '우리를 지옥으로 몰고 간 애(5월 21일)', '윤석열 정권 폐세자(4월 18일), '문재인 사냥개·정치 아이돌(4월 12일)'이라며 직격탄을 가했다. 지난 24일에는 한 전 비대위원장을 '정체불명의 갑툭튀'라 칭하며 "밑천이 드러나 정권 2년차 중차대한 총선거를 망친 사람을 또다시 선출직으로 맞아 들인다면 이 당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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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왼쪽),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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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대권주자로 꼽히는 인물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자신의 강점인 '정책'을 매개로 한 전 비대위원장 견제에 나서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20일 '정부 KC 미인증 제품 해외 직구 금지 조치' 논란과 관련해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한 한 전 비대위원장, 유 전 의원 등 중진들을 향해 "시민 안전과 기업 보호에 있어선 그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겠다. 함께 세심하게 명찰추호 해야 할 때에 마치 정부정책 전체에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지적하는 것은 여당 중진으로서의 처신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대권 뿐 아니라 당권에도 뜻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유승민 전 의원도 견제에 가세했다. 유 전 의원은 앞선 오 시장의 비판에 대해 한 전 비대위원장이 '잘못된 처신'이 아닌 '건설적인 의견 제시'라며 반박하자 "당초 주제였던 KC 미인증 해외직구 금지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이젠 SNS만 남았다"며 "여당 정치인이 SNS로 의견 제시를 하는 것은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며 한 전 비대위원장을 비판했다.

당권 경쟁자로 꼽히는 5선 중진 윤상현 의원도 한 전 비대위원장의 행보에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그는 지난 24일 자신이 주최한 보수 혁신 세미나에서 당 내 '뜨거운 감자'인 총선 백서 발간 시기에 대해 "당이 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는 전대 이전에 총선 백서를 발간해야 한다"며 "왜 총선에서 궤멸적 참패했는지, 이유와 배경이 무엇이고 공천이 제대로 됐는지, 사천은 없는지 낱낱이 밝히고 기록해야 두 번 다시 이런 참패를 막는 의지가 모인다"라고 했다. 총선 패배 책임론 한 가운데 있는 한 전 비대위원장을 겨냥한 말이다.

경쟁자들의 지속적인 견제에도 한 전 비대위원장은 총선 이후 꾸준히 여권 내 차기 당권주자 적합도 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 20~21일 이틀 간 전국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당대표로 가장 적합한 인물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은 결과(무선 100% RDD 방식 ARS로 진행,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응답률 2.4%,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 전 비대위원장은 29.1%로, 유 전 의원(27.8%)을 누르고 1위를 기록했다. 한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한 같은 조사에서도 54.8%를 기록해 2위인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8.5%)에 크게 앞섰다.

이에 한 전 비대위원장이 당대표 출마만 결정한다면 '당심 100%'인 전당대회 룰 변경 여부와는 상관없이 당선이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한 전 비대위원장 역시 최근 '해외 직구' 논란을 계기로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 발언을 내기 시작하고, 측근들과 지속적으로 회동하고 있는 것도 이를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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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총선 결과에 따른 위원장직 사퇴 입장을 밝힌 뒤 당사를 떠나며 당 관계자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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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도 별다른 변수가 없는 이상 '한동훈 대세론'이 쉽게 꺾이지는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오히려 경쟁자들이 한 전 비대위원장을 때리면 때릴수록, 그의 존재감이 부각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현재로선 한 전 비대위원장이 당권·대권 도전에 나설 경우 가장 당선 가능성이 높은 당 내 인물인 것은 분명하다"며 "본인도 당대표로 복귀하면 부족한 당 내 정치 기반을 보완하는 데도 좋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봤다. 다만 그는 "한 전 비대위원장이 당대표가 되면 그가 짊어질 과제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낮은 대통령 지지율이라는 모래 주머니를 달고, 거대 야당의 대여 공세에 어떤 전략을 갖고 맞서 대권주자로서의 이미지 구축을 시도할지는 두고 볼 문제"라고 말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오 시장, 홍 시장 모두 한 전 비대위원장이 거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들이 견제구를 던지면 자연스럽게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한 전 비대위원장의 존재감은 부각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당원·국민 지지도 모두 선두를 달리는 한 전 비대위원장에게 앞으로 의원들까지 줄을 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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