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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내집 마련해야지" 선 혼인신고-후 결혼? 옛말…분위기 확 바뀐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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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신고의 민낯]2 '결혼 페널티' 우려로 지연신고 늘면서 조기신고는 줄어

[편집자주] 신혼부부 사이에서 '결혼 페널티'(Marriage penalty)는 공공연하게 회자되던 단어다. 대출과 청약 등을 받는 과정에서 혼인신고를 하는 게 오히려 손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정부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이에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해 최근 혼인신고 추세의 민낯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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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혼인신고 추세/그래픽=조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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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치솟았던 '조기 혼인신고' 비율이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결혼식을 올리기 전에 혼인신고를 하는 조기 혼인신고는 신혼부부 특별공급 등의 영향으로 한때 유행을 탔다. 하지만 최근 결혼 페널티(Marriage penalty)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조기 혼인신고 비율도 추세적으로 하락하는 분위기다.

27일 통계청의 인구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혼인(혼인신고 기준) 19만3657건 중에서 조기 혼인신고는 8708건(4.50%)으로 집계됐다. 혼인신고서에는 실제 결혼일을 적는 공간이 있는데, 조기 혼인신고는 혼인 신고일이 실제 결혼일보다 앞서는 경우를 의미한다.


'조기 혼인신고' 비율 2019년 5.17%→2023년 4.50%

1993년 0.03%(139건)에 불과했던 조기 혼인신고 비율은 2000년 초반까지도 0%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2003년 기준 조기 혼인신고 비율도 0.57%(1730건)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후 관련 비율이 늘었다. 특히 2008년(2.0%·6561건), 2013년(3.81%·1만2303건) 등을 거치며 두드러진 증가세를 보였다.

조기 혼인신고 비율이 정점을 찍은 건 2019년이다. 정부는 2018년 5월부터 신혼부부 주택 특별공급 물량을 2배 늘렸다. 특히 청약 자격 기준을 혼인기간 5년 이내 '유자녀' 가구에서 혼인기간 7년 이내 '무자녀' 가구로 바꿨다.

자녀가 있으면 청약에서 더 유리했지만 자녀가 없더라도 청약을 넣을 수 있었다. 조기 혼인신고 수요가 생긴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조기 혼인신고 비율은 △2016년 3.47%(9782건) △2017년 4.12%(1만884건) △2018년 4.64%(1만1958건) △2019년 5.17%(1만2372건) 등으로 빠르게 상승했다. 2020년(5.11%·1만913건)과 2021년(5.13%·9869건)에도 5%대 비율을 유지했다. 하지만 2022년(4.36%·8362건)부터 조기 혼인신고 비율은 눈에 띄게 하락했다.

이는 신혼부부 사이에서 '결혼 페널티'가 본격적으로 거론되던 시기와 맞물린다. 최근 주택대출 우대금리를 받는 과정에서 부부 소득합산 기준을 적용하는 등 혼인신고를 하는 게 오히려 불리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결국 결혼식을 올리고도 혼인신고를 미루는 지연 혼인신고가 더 주목받기 시작했다.


조기 혼인신고 12쌍 중 1쌍은 '직업군인 남편'

실제로 꾸준히 5%대를 유지하던 2년 이상 지연 혼인신고 비율은 2021년 처음 7.06%를 넘어섰고 2022년(7.85%), 2023년(8.15%) 등을 지나며 상승하는 추세다.

그런데도 조기 혼인신고 수요가 남아 있는 것 역시 주택 문제와 연결된다. 상승세가 꺾이긴 했지만 여전히 젊은 예비 신혼부부의 특별공급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조기 혼인신고 8708건의 부부 연령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남성 32.7세, 여성 30.6세로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한다. 남편을 기준으로 초혼 비율도 96.42%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직업군인들의 조기 혼인신고 수요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이뤄진 조기 혼인신고 중에서 남편 직업이 직업군인이거나 미상인 비율은 8.07%(761건)이다. 직업군인들의 숫자를 감안할 때 유독 높은 수준이다. 장교 등 직업군인들은 결혼한 경우에 관사가 지급되기 때문에 이를 반영한 수요로 풀이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혼인신고를 빨리 하는 경우도 있고 늦게 하는 부분도 있는데, 주택 청약이나 개인의 이익과 관련한 부분에서 각자 선택을 한 결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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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이상 지연 혼인신고 비율/그래픽=조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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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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