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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전공의 공백 속 간호사도 ‘PA간호사 보이콧’ 예고… 진료 공백 이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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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협회, 국회 앞서 ‘간호법안 제정 촉구 집회’ 열어

의료계, ‘집행정지’ 결정 서두르라고 사법부 압박 계속

교육부 “대학 3곳에서 집단행위 강요 있었다는 제보”

수업 거부·휴학 등 강요 사례…경찰 수사 시작될 전망

의대 교수·의대생 반발 속 학칙 개정 마친 학교 늘어나

2025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가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의 공백을 메워온 간호사들이 진료지원(PA)간호사 시범사업에 대한 보이콧을 예고해 진료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병원들을 상대로 전공의 복귀 여부를 확인하고 있지만 면담 거부 사례가 많아 의대 증원 이후에도 전공의 공백이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세계일보

대한간호협회 소속 간호사들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간호법안 제정 촉구 집회'를 연 뒤 21대 국회를 향해 간호법 통과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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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이탈에 간호사 ‘보이콧’ 예고

하얀 티셔츠에 분홍색 스카프를 맨 간호사 500여명은 21대 국회 회기를 하루 앞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간호법안 제정 촉구 집회’를 열고 “국회는 국민 앞에 약속한 간호법안을 즉각 통과시켜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간호법안이 21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PA간호사가 합법적으로 전공의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하는 ‘시범사업’을 보이콧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4월말 기준 시범사업으로 진료현장에 투입된 PA간호사는 1만1395명이다.

이번 집회를 주최한 대한간호사협회(간협)의 탁영란 회장은 “간호사들은 오늘도 환자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간호사를 보호할 법안은 여야와 정부 합의에도 21대 국회에서 다시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며 “왜 국가 보건의료재난 위기 때마다 의사가 장인 병원의 갑질과 불법적 착취 속에 간호사만 희생돼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한수영 병원간호사회 회장도 “간호법안은 간호사에게 주어진 마지막 희망의 생명줄”이라며 간호법 제정을 촉구했다.

정부 관계자는 시범사업 보이콧 가능성에 대해 “정부가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국회 일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며 “간협과 소통하고 정부 입장을 전달해 그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수련병원들에 ‘전공의 면담을 통해 복귀 여부 등을 29일까지 알려달라’고 했지만, 대다수 전공의들은 면담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의사 커뮤니티에서는 “면담에 응하는 것 자체가 근무지 이탈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면담 거부 사례들이 공유됐고, 일각에선 ‘복귀 면담 일정이 잡혀서 걱정’이라거나 ‘고연차 전공의들이 복귀할까 우려된다’는 반응도 있다. 23일 기준 211개 수련병원의 전체 레지던트 1만51명 가운데 8.0%(839명)만 출근했다.

세계일보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오가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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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는 이날도 집행정지 재항고 사건 결정을 서둘러달라고 사법부를 압박했다.

오세옥 부산대의대 교수협의회장은 “지금 전공의 1만명이 돌아오지 않을 상황이다. ‘빅5’ 병원이 하루에 10억원 이상씩 적자를 보고 있고 도산할 수 있다”며 이런 상황을 고려해 결정을 내려달라고 대법원에 요청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30일 오후 9시부터 약 한시간 동안 전국 6개 시도에서 시민들에게 의료개혁 문제를 알리기 위한 촛불집회를 개최한다. 최안나 의협 상근이사는 “의사들의 집회가 아니다”며 “국민들에게 우리나라 의료가 붕괴되는 것을 같이 막아달라고 광장에서 호소하는 자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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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강의실에 가운과 책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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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거부·휴학강요 수사 의뢰”

일부 의대에서는 수업거부와 휴학을 강요했다는 제보가 접수돼 경찰 수사가 시작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이날 ”최근 대학 3곳에서 집단행위 강요가 있었다는 제보를 받고 모두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수사 의뢰한 3곳은 모두 비수도권 소재 의대로, 학생들에게 수업거부나 휴학을 강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들에게 온라인 수업 거부 인증을 하라고 하거나, 모든 온라인 수업 미수강 사실을 공개 인증하라고 압박한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특정한 장소에 학생들을 모아두고 휴학원 제출을 강요하고, 휴학원을 내지 않은 학생을 간접적으로 압박한 경우도 있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한양대 의대생들을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이들은 수업 참여 의대생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수업에 참여한 학생에게 ‘족보’로 불리는 학습자료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수업 복귀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며 엄정하게 대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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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차가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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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개 의대 중 21곳 학칙 개정 완료”

대학들의 학칙 개정 거부 움직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제주대가 한차례 부결과 심의 보류를 거친 끝에 학칙 개정안을 가결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증원이 이뤄진 비수도권 32개 의대 중 현재까지 21개 대학에서 학칙 개정이 완료됐다.

제주대는 이날 교수평의회와 대학평의원회에서 의대 증원이 담긴 학칙 개정안을 가결했다. 제주대 의대 정원은 현재 40명에서 60명 늘어난 100명으로 확정된다. 다만 제주대는 2025학년도의 경우 증원분의 50%(30명)를 반영한 70명을 선발하기로 했다. 앞서 제주대는 지난 8일 교수평의회가 학칙 개정안을 부결한 후 재심의가 한차례 보류됐고, 이날 다시 회의를 열어 학칙 개정을 끝냈다. 다만 의대 교수협의회와 학생들은 여전히 증원에 반대하고 있다.

교육부는 학칙 개정 여부와 상관없이 의대 증원 절차는 진행된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입전형 시행계획은 학칙 개정과 상관없이 확정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학칙 개정을 하지 않은 대학도 이번 주에 대부분 개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31일 이후에도 학칙이 개정되지 않은 곳이 있다면 시정 명령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희연·이예림·김유나·정재영·이정우 기자, 제주=임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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