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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LH가 전세사기 주택 매입해 피해자에 10년 무상 임대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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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맞서 전세사기 특별법 정부안 발표

중앙일보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1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 기자들과 '전세 사기' 관련 차담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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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개정안’ 강행 처리를 예고한 가운데 정부가 본회의를 하루 앞두고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안정 지원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민주당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는 정부가 내놓은 일종의 특별법 정부안이다.

현재 야당의 개정안은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의 전세보증금 일부를 우선 돌려주고, 추후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해 비용을 보전하겠다는 ‘선(先)구제 후(後)회수’가 골자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이 법을 실제 집행해야 할 국토교통부는 재원 마련이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필요한 재원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주택도시기금을 통해 확보하도록 했는데, 서민들이 청약을 위해 맡겨둔 기금을 사용하는 게 부적절하고 일부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기 사건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정부안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매입해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주거 안정을 보장하는 내용을 주로 담았다.



LH가 전세사기 주택 매입해 무상 임대



구체적으로 LH가 피해자의 우선매수권을 양도받아 피해주택을 경매를 통해 매입한 후 그 주택을 공공임대로 피해자에게 장기 제공하는 식이다. LH는 정상 매입가보다 낮은 낙찰가로 주택을 매입한 만큼 차익이 생기고, 이를 활용해 피해자가 임대료 없이 10년 간 무상 거주할 수 있게 지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LH가 기존에 해오던 매입임대주택 사업에서 매입 대상을 전세사기 주택으로 확대하는 것”이라며 “정상 매입가보다 싸게 주택을 낙찰 받는 만큼 경매 차익을 피해자에게 무상 공공임대로 돌려주는 콘셉트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최근 6개월간 전국 연립·다가구주택 경매 낙찰가율은 평균 67.8%다. LH가 감정가 1억원인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6780만원에 낙찰받을 경우 경매 차익인 3220만원을 피해자 임대료 지원에 쓴다는 뜻이다.

국토부는 10년 무상 임대 후에도 피해자가 계속 거주를 희망하면 시세의 30~50% 수준의 월세로 추가 10년까지 최장 20년 간 거주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 무상 임대를 지원하고 남은 경매 차익이 있다면 피해자가 공공임대주택 퇴거 시 지급해 보증금 손해를 최대한 회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는 피해자가 경·공매 유예를 신청한 경우가 많아 LH의 피해주택 매입 실적이 저조하다”며 “하반기부터는 주택 매입이 본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안을 통해 피해자는 살던 주택에서 추가 임대료 부담 없이 계속 살 수 있게 돼 많은 수요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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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대상도 확대하기로 했다. 기존 특별법에서 LH는 ‘근생빌라’ 등 불법 건축물이나 전세사기 피해 세입자 전원의 동의를 얻지 못한 다가구 주택, 신탁사기 피해주택, 경·공매 완료 이후에도 소멸하지 않는 권리가 있는 주택 등은 매입 대상에서 제외했다. 앞으로는 불법 건축물이라 하더라도 LH가 사들인 뒤 위법사항을 해소할 수 있는 주택은 매입에 나서는 등 매입 요건을 완화할 예정이다.

아울러 전세사기 피해자 전용 정책대출 요건을 완화해 금리 부담을 낮추고, 피해주택 유형 중 오피스텔이 많은 점을 고려해 보금자리론 지원 대상에 주거용 오피스텔을 추가할 예정이다. 디딤돌대출의 경우 최우선변제금 공제(방공제) 없이 경락 자금의 100%까지 대출이 이뤄지도록 개선하기로 했다.



野, 개정안 28일 처리…대통령 거부권 행사할 듯



야당안과 정부안의 차이는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먼저 보전해 주느냐, 피해자의 주거 안정을 보장해 주느냐로 정리된다. 다만 피해자가 못 돌려받는 전세 보증금 회수가 우선이라고 생각하면 정부안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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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장(가운데)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전세사기특별법 통과를 위한 전세사기 피해자 단체 간담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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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피해자가 퇴거를 원할 경우 경매에 따른 배당액을 받고 LH의 경매 차익에서도 자신의 권리만큼 추가로 보증금을 가져갈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자가 후순위일 경우엔 아예 배당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야당안은 실무적으로 보증금반환채권 평가, 예산 편성 등에 1년 이상 걸릴 수 있는 만큼 ‘선구제’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경매 절차가 아닌 제3자가 채권 가치를 평가하는 게 불가능하고 금액을 제시하더라도 피해자가 납득하지 못하면 혼란이 더 커질 수 있다”며 “피해자의 주거 불안을 없애주는 정부안이 오히려 선구제안”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가 본회의를 하루 앞두고 대안을 내놓은 만큼 민주당은 예정대로 특별법 개정안을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틀 전에도 “28일 본회의에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럴 경우 공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넘어간다.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 22대 국회에서 여야가 다시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염두한 듯 박 장관도 브리핑에서 “22대 국회가 구성됨과 동시에 정부안을 중심으로 여야와 긴밀히 협의하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겠다 ”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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