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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도현이 할머니, 엑셀 안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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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2022년 12월 이도현(사망 당시 12세) 군이 숨진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해 27일 오전 강원 강릉시 강릉교회 티지홀에서 도현이 가족의 소송대리를 맡은 법률사무소 나루 하종선 변호사가 지난달 이뤄진 국내 첫 재연시험의 감정 결과를 밝히고 있다. 2024.5.27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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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일 이도현(사망 당시 12세) 군이 숨진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해, 당시 차량을 운전한 도현군 할머니가 가속페달을 밟지 않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재연시험 결과가 나왔다.

도현군 가족은 27일 강원도 강릉시 강릉교회에서 이같은 내용의 사고 재연시험 감정 결과를 발표했다. 차량 제조사인 KG모빌리티를 상대로 약 7억 60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도현군 가족은 지난달 19일 사고 현장 도로에서 사고 상황을 재연하는 국내 첫 재연시험을 진행했다.

경찰이 도로를 통제하고 법원에서 선정한 전문 감정인의 참관 하에 진행된 재연시험은 사고 차량과 동일한 ‘2018년식 티볼리 에어’ 차량에 제조사 측이 제공한 변속장치 진단기를 부착해 진행됐다. 변속기 진단기는 차량속도와 분당 회전수(RPM), 기어단수 등 데이터를 실시간 기록하는 장치다.

도현군 가족의 소송 대리를 맡은 법률사무소 나루 하종선 변호사는 “제조사 측 주장과 달리 변속 패턴이 이번 실제 주행에서 나온 수치들과 맞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연시험에서 이뤄진 기어 변속 정보를 토대로 실제 속도와 변속패턴 설계 자료상의 예측 속도를 비교했을 때, 일치하는 사례는 1∼2건에 그쳤고 8∼9건은 최소 시속 4∼7㎞에서 최대 시속 54∼81㎞까지 차이가 벌어졌다.

제조사는 변속패턴 설계자료를 토대로 사고기록장치(EDR) 자료상 가속페달 변위량이 100%(풀 액셀)인 상태에서 충돌 4.5∼5초 전 분당 회전수(RPM)가 5900에서 4초 전 4500으로 떨어지는 현상에 대해 기어가 3단→4단으로 변속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해왔다. 하 변호사는 이에 대해서도 “변속패턴 설계자료대로 속도 변화가 이뤄지지 않음이 확인된 이상 제조사 주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차량에는 결함이 없고,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이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 결과와 비교해도 이번 재연시험의 속도와 RPM, 변속단수 등이 현저히 달랐다.

도현군이 탑승한 차량이 모닝을 추돌하기 직전 시점으로 되돌아가 시속 40㎞에서 변속 레버를 주행(D)으로만 두고 2∼3초간 풀 액셀을 밟았을 때, 실제 속도는 시속 40→73㎞, RPM은 3000→6000, 기어는 4단→2단→3단으로 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어가 중립(N)인 상태에서 속도가 시속 40㎞, RPM이 6200∼6400으로 일정했다는 국과수의 분석과 엇갈린다.

국과수는 ‘운전자가 변속레버를 굉음 발생 직전 D→N, 추돌 직전 N→D로 조작했다’고 분석했으나, 도현군 가족은 앞서 음향분석 감정을 통해 ‘변속레버 조작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할머니가 기어 D 상태에서 운전한 게 사실이라면 국과수의 분석은 완전히 틀렸다는 게 도현군 가족의 주장이다.

모닝 추돌 이후 상황을 가정해 풀 액셀을 밟았을 때의 주행데이터도 국과수의 분석과 완전히 달랐다.

재연시험에서는 시속 44㎞에서 120㎞까지 가속하는 데 18초가 걸린 반면, 국과수의 분석에서는 40㎞에서 116㎞까지 가속하는 데 24초가 걸렸다.

RPM 그래프도 재연시험은 단순한 직선 형태를 보인 반면 국과수는 여러 굴곡이 생기는 형태를 보였다. 변속패턴 역시 재연시험(4단→2단→3단→4단)과 국과수 분석치(2단→3단→4단→3단→4단→3단) 간 차이가 컸다.

감정인은 “가속페달과 변속기어 주행 형태를 볼 때 풀 액셀로 주행할 경우 국과수의 감정서 내용과 같은 변속기어 패턴이 발생하기 어려운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시속 110㎞에서 5초 동안 풀 액셀을 밟은 시험을 두 차례 진행했을 때도 속도가 각각 124㎞와 130㎞가 나와 국과수의 분석치(시속 116㎞)보다 속도의 증가 폭이 컸다.

도현군 가족은 이같은 재연시험 결과를 토대로 “할머니는 페달 오조작을 하지 않았음이 입증됐다”며 “페달 오조작이 아니므로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이라고 주장했다.

또 EDR이 할머니가 사고 전 마지막 5초 동안 풀 액셀을 밟았다고 기록하면서도 속도가 시속 110㎞에서 116㎞로 6㎞밖에 증가하지 않은 것과 모닝 추돌 후 40㎞에서 116㎞에 달할 때까지 무려 24초나 걸린 것은 할머니가 브레이크를 밟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도현군 할머니는 사고 당시 “이게 왜 안 돼”라고 외치며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도현군 가족과 제조사는 다음달 18일 춘천지법 강릉지원에서 법정 공방을 벌인다.

김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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