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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 (일)

이슈 시위와 파업

[사설] 전 세계 반도체 전쟁 와중에 벌어진 삼성전자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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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파업을 선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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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조, 창사 55년 만에 첫 파업 선언





비상경영 어려움 속 노사가 대화 상생 모색을



삼성전자 노조가 사상 첫 파업을 선언했다. 1969년 회사 창립 이후 55년 만에 처음이다. 삼성전자 사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어제 서울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이 교섭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아 즉각 파업에 임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성과급 비중이 큰 삼성전자의 보상 구조에서 투명하고 명확한 성과급 지급 기준이 필요하다며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한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는 목표 대비 성과(EVA·경제적 부가가치)에 대해 지급하는 구조다.

파업 후 첫 단체행동은 연가 투쟁이다. 전삼노는 “1호 파업 지침으로 조합원에게 다음 달 7일 단체 연차 사용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2·3차 행동 단계를 밟아 총파업까지 갈 수 있다고도 했다. 2019년 출범한 전삼노는 삼성전자 내 5개 노조 중 최대 노조로 대표 교섭권을 확보해 사측과 임금협상 및 단체교섭을 진행해 왔다. 조합원 수는 2만8400명으로,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직원(12만4804명)의 22.8% 수준이다. 지난해 실적 부진으로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은 반도체 부문(DS) 직원의 가입이 늘며 몸집을 불렸다.

노조의 단체행동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 당연한 권리다. 삼성그룹이 2020년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한 뒤 노조와의 대화를 통한 성숙한 노사문화 형성과 정착에 있어 불가피한 과정이기도 하다. 다만 실적 부진 등으로 삼성전자가 반도체 수장을 전격 교체하고 임원 주 6일제 근무를 도입하는 등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상황 속에서 ‘노조 리스크’까지 커지는 건 우려스럽다. 당장 어제 삼성전자 주가는 3.09%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업황 부진 속에 반도체에서만 지난해 15조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반도체 매출 1위 기업이지만 메모리 후발 기업의 추격은 거세다. 가장 핵심인 기술 경쟁력도 흔들리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뺏기고,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대만의 TSMC를 따라잡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서 있다. 미국과 일본·중국 등 각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반도체 전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스마트폰도 시장점유율 세계 1위지만 중국 시장 부진은 어려운 부분이다.

위기 극복을 위한 길은 파업을 선언한 노조 측의 발언에서 찾을 수 있다. 노조는 “일한 만큼 보상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사기가 엄청 떨어져 있다. 결국 직원이 나서서 열정을 다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고, 삼성은 저력이 있다”고 했다. 초일류 기업의 위상을 지킬 수 있도록 노사가 갈등과 대립이 아닌 기업의 성장과 직원의 복리를 위한 상생의 길을 대화로 찾아야 한다. 위기를 극복할 삼성전자의 저력은 거기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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