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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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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 중대장에 심리상담 제공... 남녀 갈등 번진 훈련병 사망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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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병원 전원, 3시간 걸려

세계일보

강원도 인제군의 모 부대에서 최근 훈련병이 군기 훈련을 받다가 쓰러진 뒤 이틀 만에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인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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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12사단 을지부대에서 입대한 지 고작 9일 된 훈련병이 얼차려를 받던 도중 쓰러져 군 병원을 거쳐 민간병원까지 갔지만 끝내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당국은 이 같은 일을 초래한 여성 군 간부에게 멘토를 배정해 심리 상담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두고 인터넷에서는 남녀 갈등이 일고 있다. 해당 군 간부가 여성이라는 이유에서다.

일부 누리꾼들은 해당 간부가 40kg 달하는 완전군장을 지시하고 규정에도 없는 군기훈련을 시행했는데 “정작 그는 이런 훈련을 받아본 적도 없을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실제 해당 간부는 완전군장을 한 채 팔굽혀펴기와 선착순 뺑뺑이를 돌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군기훈련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규정에 따르면 군기훈련은 하루 2시간 이내로 하고, 완전군장을 한 채 걷기는 1km까지, 맨몸으로 앉았다 일어나기, 맨몸 팔굽혀펴기는 20회까지 가능하다.

이러한 가운데 일부는 실명부터 사진까지, 도 넘은 신상털기와 비하와 인신공격을 이어오고 있어 젠더 갈등을 유발한다.

특히 여성 커뮤니티 등에 숨진 훈련병을 비하는 글이 게재되자 이를 비난하는 글 등이 오르면서 논란이 한층 거세졌다.

전문가들은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이와는 별도로 또 다른 사회적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우려를 드러낸다.

군 관계자는 “해당 중대장이 여성인 것은 맞지만 그것은 이번 사건의 본질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경찰이 이번 사건과 관련 동료 훈련병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실시하고 전담 수사팀을 꾸리고 본격 수사에 착수하는 만큼 정확한 원인 등이 조만간 밝혀질 거로 보인다.

한편 이번 사건의 원인 중 하나로 지방 의료 환경으로 인해 시의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정황이 지목된다.

위중한 상태로 가장 가까운 의료원으로 이송된 훈련병은 상급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했으나 전원이 가능한 병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3시간 만에 상급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의식을 잃은 것으로 파악됐다.

훈련병은 군의관에 의해 체온을 낮추기 위한 수액 투여 등 응급처치를 받았다.

이후 같은 날 오후 6시 40분쯤 군의관 동승 하에 속초의료원으로 이송됐다.

속초의료원에 도착했을 때는 의식은 있었으나 혈중산소량이 급격히 떨어져 쇼크가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신장 등 장기에 다발성 손상이 발생한 것으로 의료진은 추정했다.

훈련병은 40도가 넘는 고열 증세를 보였으며, 맥박·호흡·혈압 등 바이탈 수치가 현저히 떨어진 상태였다.

게다가 기초 검사에서 신부전증세가 발견돼 당장 신장 투석을 받아야 했으나 의료원에는 투석기조차 없는 상황이었다.

속초의료원 관계자는 “기초 검사를 통해 장기 일부가 손상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상태였고, 신장 투석과 같이 어느 한 부분만 손 보면 끝나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상급병원으로 환자를 옮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원에 도착했을 때와 전원할 때 모두 환자 상태는 매우 좋지 않았으나 의식은 있는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거듭된 전원 문의 끝에 강릉아산병원에서 훈련병을 받기로 하면서 훈련병은 같은 날 오후 9시 40분쯤 강릉아산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이때는 이미 의식이 없는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던 훈련병은 25일 오후 3시쯤 숨졌다.

부대와 가까운 지역에 제대로 된 종합병원이나 응급의료기관이 있어 곧장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거나 장기화하는 의료대란 탓에 병원 간 전원이 녹록지 않았던 사정이 해소됐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숨진 훈련병의 영결식은 오늘(30일) 고향인 나주에서 엄수된다.

육군에 따르면 숨진 훈련병의 영결식에는 유가족, 친지, 부대 장병 등이 참석한 가운데 빈소가 마련된 나주의 한 장례식장에서 진행된다. 나주는 숨진 훈련병의 고향이다.

육군은 유가족 요청에 따라 영결식, 발인식 등 모든 절차를 비공개로 진행하기로 했다. 장지는 대전 국립현충원이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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