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인터뷰서 "美 입장에 물음표…놀랍고 실망스러워"
폴리티코 "美-이스라엘 지도자 균열 심화 새로운 증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자신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한 국제형사재판소(ICC) 제재를 거부한 미국 정부의 결정에 반발했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진행한 위성 라디오방송 시리우스XM의 '모건 오타거스 쇼'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실제로 (ICC)제재 법안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초당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미국의 입장이라고 생각했다"며 "이제 (미국 입장에) 물음표가 생겼다. 솔직히 놀랍고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해당 인터뷰는 다음 달 2일 방송될 예정이지만, 폴리티코는 인터뷰의 일부를 입수해 보도했다.
앞서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ICC 제재가 올바른 접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분명히 (ICC의) 체포영장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지만, ICC 제재가 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지난주 ICC의 체포영장 청구를 "완전히 잘못된 결정"이라고 비판하면서 미 정부와 의회가 함께 잠재적으로 (ICC에 대해) 제재를 가하겠다고 밝힌 것과 상반된 입장이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ICC 제재 거부 결정에 따른 네타냐후 총리의 거센 반발은 이스라엘의 가자전쟁 수행 방식을 두고 입장차를 보여온 양국 지도자 간 균열 심화를 보여주는 새로운 증거라고 폴리티코는 평가했다.
이스라엘서 네타냐후와 회담하는 바이든 |
공화당이 ICC 제재 법안을 밀어붙이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는 ICC 체포영장에 대한 최선의 대응 방안을 두고 의회와 협의 중이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전날 "ICC의 월권을 다룰 다른 옵션에 대해 의회와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정이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와의 차별화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의 전쟁범죄와 팔레스타인 영토에서 이스라엘군의 전쟁범죄 혐의 등을 조사했다는 이유로 ICC 전 검사장에 대해 비자 취소와 재산 접근 차단 등 제재를 가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인 2021년 제재를 해제한 바 있다.
데이비드 보스코 인디애나대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는 ICC 검사장의 선택에 불편해하면서도 트럼프의 방식을 답습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편, 네타냐후 총리는 인터뷰에서 전쟁 발발 이후 자신과 이스라엘 당국이 구호품이 가자지구로 들어가지 못하게 의도적으로 막았다는 혐의를 반박했다.
그는 "가자지구에 50만톤의 식량과 의약품을 투입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적은 하마스 무장세력이지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아니다"며 "1인당 3천 칼로리 정도로 가자지구의 식량은 충분하다. 이는 기준보다 1천칼로리나 높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또 "이스라엘은 민간인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민간인에게 대피를 권하는 수백만개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전단을 뿌리고 전화를 걸었다"며 "(ICC가 제기한) 혐의는 완전히 거짓"이라고 강조했다.
min2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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