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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25세 축구선수 하반신 마비시킨 음주운전자…항소심도 징역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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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사진=제주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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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 상태로 과속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내 25세 젊은 축구선수의 꿈을 앗아간 30대 남성이 2심에서도 1심과 같은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제주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오창훈 부장판사)는 30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준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 A 씨와 검찰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A 씨는 2022년 10월 18일 오전 5시 40분경 서귀포시 표선면 한 사거리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제한속도를 초과해 차량을 몰다 왼쪽에서 진입하던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당시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치인 0.08%를 훨씬 초과하는 0.117%였다.

당시 피해 차량에는 대리기사와 제주유나이티드 소속 골키퍼 김동준, 임준섭, 유연수, 윤재현 트레이너가 타고 있었다. 탑승자 대부분은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유연수의 경우 회복 일수를 알 수 없는 상세 불명의 하반신 마비, 신경·근육 기능 장애, 만성 통증의 큰 부상을 당했다.

유연수는 1년 가까이 재활에 매달렸지만 결국 2023년 11월 11일 25세의 젊은 나이에 선수 생활을 마치고 눈물의 은퇴식을 치러야 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술을 마시고 운전하다 교통사고를 내는 등 죄질이 나쁘다.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도 높다. 이 사건으로 한 축구선수는 중상을 입어 선수생활을 그만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피해자 1명과 합의한 점, 차량 종합보험 가입돼 피해자 치료를 지원한 점을 고려했다. 대법원 권고형량 범위에서 형량을 정했다”며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마저도 음주 교통사고로 수사 받던 중인 지난해 1월 15일 잠들어 있는 여성을 추행한 죄까지 합쳐진 형량이다.

1심 직후 유연수의 어머니는 검찰 구형량인 징역 5년보다도 적은 형량에 분개하며 “피고인은 법정에서까지 저희에게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우리 아들은 평생 불구로 살아야 하는데 A 씨는 4년 징역 살고 나오면 다시 일상생활을 한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 씨 변호인은 1심 선고 후 A 씨의 항소장을 제출했다. 검찰 역시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다.

지난달 18일 열린 항소심 2차 공판에는 피해자 유연수가 휠체어를 타고 직접 재판에 출석해 “언론 등을 통해 가해자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원한다고 지속적으로 얘기했는데 아직도 사과를 못 받았다. ‘공탁금을 걸었다’, ‘합의하겠다’는 연락만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연수는 이날 “계속 재활치료 중이다. 재활은 거의 평생 해야 할 것 같다”며 “제가 사과를 원해도 받지 못한 것이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이 약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A 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합의는 됐지만 87%의 전신장애를 입은 유연수가 앞으로 겪어야 할 시간과 무게는 가늠하기 어렵다. 인생에서 누릴 수 있는 많은 행복을 잃은 것”이라고 지적하면서도 A 씨와 검찰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며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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