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형사법원 배심원단으로부터 ‘성추문 입막음’ 혐의에 대한 유죄 평결을 받은 뒤 트럼프타워 앞에 도착하면서 취재진을 향해 주먹을 들어 보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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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성추문 입막음’ 형사재판에서 배심원단으로부터 유죄 평결을 받았다. 재판을 담당하는뉴욕 맨해튼형사법원 후안 머천 판사는 오는 7월 11일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형량을 결정하기로 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를 확정하는 전당대회(7월 15~18일) 개막을 나흘 앞둔 시점이다. 트럼프가 미 역사상 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중범죄 유죄’의 불명예를 안게 되면서 미 대선 정국에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사건 형사재판에 참여한 12명의 배심원단은 이날 오후 뉴욕 맨해튼형사법원에서 심리를 마친 뒤 사건 관련 34개 혐의 모두에 대해 만장일치로 유죄라고 판단했다. 지난달 15일 첫 재판이 시작된 지 6주 만이자, 지난 29일 배심원단 심리가 시작된 지 이틀째에 나온 평결이다.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몇 주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지만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판단이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직전 성인영화 배우 출신 스토미 대니얼스의 성관계 폭로를 막기 위해 자신의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을 통해 13만 달러(약 1억7000만원)를 주고 여기에 든 돈을 법률 자문비인 것처럼 회사 장부를 꾸민 혐의로 지난해 3월 형사기소됐다. 1년 2개월 만에 유죄가 결정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뉴욕 시민 배심원단이 트럼프가 과거 자신의 집사 마이클 코언에게 입막음 돈을 제공하고 허위 장부를 작성한 사실을 확인한 것”이라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뉴욕 맨해튼형사법원 배심원단으로부터 ‘성추문 입막음’ 혐의에 대한 유죄 평결을 받은 30일(현지시간) 트럼프 지지자들이 뉴욕 트럼프타워 주변에 모여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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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 평결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고 받을 형량은 보호관찰부터 가택연금, 사회봉사, 벌금형, 징역형 집행유예, 실형 등으로 다양하다. 징역형의 경우 1년 4개월부터 최대 4년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하지만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이 없어 집행 유예를 받을 가능성이 있고, 곧바로 항소할 공산이 커 재판은 불구속 상태에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감옥행 가능성은 작다는 뚯이다. 설사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되더라도 미 헌법상 중범죄자의 대선 출마나 대통령직 수행을 금지하는 조항은 없는 만큼 대통령이 되는 길 자체가 막히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배심원단 평결이 나올 때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고 NYT는 전했다. 그는 법정 밖으로 나와서는 “이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며 부패한 판사에 의해 조작된 재판”이라고 불만을 표하며 “나는 무죄다.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짜 판결은 11월 5일 대선에서 국민에 의해 내려질 것”이라고 했다.
공화당에서도 격한 반발이 이어졌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성명을 통해 “오늘은 미국 역사상 수치스러운 날”이라며 “순전히 정치적 결정이며 사법적 행위가 아니다”고 비난했다. 부통령 후보군인 팀 스콧 공화당 상원의원은 “절대적인 불공정”이라며 “우리가 변화를 위해 투표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고 했고, 엘리즈 스테파닉 공화당 하원의원은 “트럼프의 승리를 위해 두 배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뉴욕 맨해튼형사법원 배심원단으로부터 ‘성추문 입막음’ 혐의에 대한 유죄 평결을 받은 30일(현지시간) 트럼프를 반대하는 시위대가 맨해튼형사법원 주변에서 트럼프의 감옥행을 요구하며 가면을 쓴 채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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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트럼프 행정부 때 갈등을 겪고 등을 돌린 인사들의 반응은 달랐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오늘 평결은 한밤중에 지른 불과 같다”며 “공화당이 유죄 평결을 받은 중범죄자를 대통령 후보로 지명하지 않고 진로를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주장했다.
유죄 평결 직후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트럼프를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트럼프를 백악관 집무실에서 몰아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투표뿐”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 캠페인에 기부하라”며 선거 캠프 후원 링크를 올렸다. 바이든 측 선대위는 평결 직후 논평을 통해 “트럼프는 항상 자신의 개인적 이익을 위해 법을 어겨도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으로 일관해 왔다”며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 지라드대학에서 열린 선거 유세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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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캠프는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유죄 판결을 받은 중범죄자 후보’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후보’ 간 대결로 프레임을 짜고 있다. NYT는 “이번 평결은 인플레이션과 생활비에 대한 불만을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미국 정치를 뒤흔들 수 있다”고 평했다.
무소속 대선 후보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한 맨해튼지검을 향해 “정치적 동기가 있다”고 비판하며 “너무나 비민주적인 사건으로 트럼프의 지지만 강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번 사건을 수사하고 공소 유지를 지휘해온 앨빈 브래그 맨해튼지검장은 “배심원단이 한 일은 말 그대로 미국 사법 시스템의 초석”이라며 “이번 사건 역시 다른 사건들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사실과 법에 따라 임해 오늘의 평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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