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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목)

‘훈련병 사망’에 관련 규정 찾아보니…전 육군훈련소장 “중대장, 규정 지키지 않아”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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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복무기본법 제38조의2 “인권침해 소지가 없어야 한다”

고성균 전 육군훈련소장 “육군 잘못…변명의 여지가 없다”

군기훈련으로 쓰러져 지난달 25일 사망한 육군 훈련병이 완전군장을 한 채 구보(달리기)를 하다 사망했다. 숨진 훈련병은 동료 훈련병 5명과 이틀 전인 23일 오후 중대장(대위)와 부중대장(중위)의 지시로 약 24㎏ 무게의 완전군장을 메고 보행, 구보, 팔굽혀펴기, 선착순 달리기 등을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군기훈련은 전날 밤 훈련병들이 떠들었다는 이유로 부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군기훈련과 관련된 육군규정을 위반한 행위다. 그 결과 훈련병은 다리가 인대 근육이 파열돼 시퍼렇게 변하고 검은색 소변을 보는 등 ‘횡문근융해증’으로 의심되는 증상을 보여 민간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이틀만인 25일 오후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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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오전 전남 나주시 한 장례식장 야외 공간에서 얼차려 중 쓰러졌다가 이틀만에 숨진 훈련병에 대한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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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군기훈련 규정 등이 포함된 ‘육군규정 120 병영생활규정’에 따르면 완전군장 군기훈련은 1회 1㎞ 이내 보행 방식으로 최대 4회까지만 부여할 수 있다. 완정군장을 착용한 채로 구보나 팔굽혀펴기를 동반하는 것은 육군규정 위반이다. 선착순 달리기는 아예 규정상 군기훈련 방식이 아니다.

고성균(66·육사 38기) 전 육군훈련소장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게시한 영상에서 “일반 회사에 사규가 있듯이 육군에는 육군 규정이 있는데 이를 중대장이 지키지 않았다”며 “이번 일은 전적으로 육군의 잘못으로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선착순’이 일제강점기 일본군 잔재로 군대 내에서 사라진 지 오래된 문화임에도 이를 행한 데 대해 놀라움을 표하기도 했다.

과거 ‘얼차려’로 불린 군기훈련은 말 그대로 장병들의 군기 확립을 위해 지휘관이 부여하는 체력 단련 및 정신 수양 형태의 훈련이다. 육군본부에 따르면 얼차려가 육군규정으로 처음 명문화된 것은 2008년이다. 2020년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군인복무기본법)’ 개정으로 얼차려라는 용어가 군기훈련으로 바뀌고 법적 근거를 갖춘 군기 확립 방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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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복무기본법 제38조의2. 국가법령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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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복무기본법 제38조의2는 “지휘관은 군기의 확립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공개된 장소에서 훈련 대상자의 신체 상태를 고려하여 체력을 증진시키거나 정신을 수양하는 등의 방법으로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어 “군기훈련을 실시한 지휘관은 매년 2월 말까지 전년도 군기훈련 실시 결과를 장성급 지휘관에게 보고”토록 했다.

같은 법 시행령은 “인권침해 소지가 없어야 하고, 훈련 대상자가 정신 수양 및 체력 단련의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일 군기훈련은 2시간 이내로 실시하되 1시간 초과 시 중간 휴식시간을 부여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외에 군기훈련 실시와 관련된 세부 내용은 각 군 참모총장이 정하도록 했다. 육군은 육군규정 120 병영생활규정에 망라돼 있다. 해당 규정에는 군기훈련을 명할 수 있는 명령권자와 조건, 절차, 방법 등이 자세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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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균 전 육군훈련소장. 고성균 전 육군훈련소장 유튜브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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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과 관련해 고 전 소장은 “밤에 소란스럽게 떠든 것이 완전군장으로 군기훈련을 시킬 사안이었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군기훈련 시 완전군장은 할 수 있지만 뜀걸음, 구보는 하지 못하게 돼 있는 규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안타까운 것은 훈련병이 들어온 지 9일밖에 안 됐다는 사실”이라며 “신체적으로 단련이 전혀 안 된 상태에서 군기훈련을 해 동료가 중대장에게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보고를 했을 텐데도 불구하고 이를 전혀 확인하지 않고 지속했다는 것은 간부의 자질이 대단히 의심스럽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고 전 소장은 “간부들의 리더십을 향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개인 생각이 아니라 육군 규정과 상위법에 의해서 부대 지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부대를 운영해야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김지호 기자 kimja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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