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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8 (토)

이슈 [연재] 연합뉴스 '특파원 시선'

[특파원 시선] 매일 아침 국민 앞에 서는 멕시코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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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페스 오브라도르, 임기 내내 정례 기자회견 '1천300회 넘어'

2시간 안팎 선 채로 질의응답…높은 지지율 유지 효과 속 여론 호도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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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자 앞에서 손 흔드는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오른쪽)과 셰인바움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2일(현지시간) 치러지는 올해 멕시코 대선은 유세 전부터 여당 후보의 우세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지배적이었다.

각종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좌파 집권당 클라우디아 셰인바움(61) 후보는 우파 야당연합 소치틀 갈베스(61) 후보를 압도하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당 지지자들의 자신감은, 대체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70) 멕시코 대통령에 대한 지지세와 맞닿아 있다.

개헌에 따른 임기 일부 단축으로 정권 이양(10월)을 4개월도 채 남기지 않은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레임덕 없이 60% 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구가하고 있다.

엘우니베르살과 라호르나다, BBC스페인어판 등 멕시코 국내·외 언론은 그 비결 중 하나로 '아침 기자회견'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멕시코 대통령은 2018년 12월 취임 이후 월∼금요일 아침 7시 전후에 빠짐없이 기자들과 만난다.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은 때론 휴일과 주말에도 '기자회견 호출'을 받는다고 한다.

이 때문에 멕시코 대통령 기자회견은 '일찍 일어나는 사람'(얼리버드)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마냐네라'로 통칭한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멕시코시티에서뿐만 아니라 국내 다른 지역을 찾아 현지 기자들과 마냐네라를 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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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눈이 부은 채로 기자회견하는 멕시코 대통령
[멕시코시티=연합뉴스. 멕시코 대통령실 유튜브 생중계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코로나19 확진 때를 제외하곤 감염 위험 없는 질병에 걸렸을 때도 회견장을 찾았다. 지난 2월엔 현지에서 '투투피체'라고 부르는 질환 때문에 한쪽 눈이 퉁퉁 부은 상태로 걸어 나와, 현지 기자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이런 파격적인 소통 행보에는 각본이 없다는 게 현지 기자들의 전언이다. 그날그날 주요 이슈에 대해 브리핑하고 질문을 받는다. 사전에 주요 이슈를 정해 공지하기도 하지만, 이내 다른 주제로 넘어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엘우니베르살은 의자 없이 내내 선 채로 브리핑과 질의응답을 하는 그에 대해 반대파조차도 "소통 의지는 인정해줄 만하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보도한 바 있다.

회견은 대략 2시간 안팎 진행된다. 지난해 10월 30일엔 3시간 35분 동안 기자들을 상대하는 '최장 시간 기록'을 쓰기도 했다.

모든 상황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다. 유튜브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멕시코 대통령 공식 유튜브 채널 라이브 최다 동시 시청자는 5월 13∼19일 기준 11만3천233명으로, 주간 순위 1위를 기록했다.

회견에서의 멕시코 대통령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느리고 분명하게'로 요약된다.

현지 매체들은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말실수를 최소화하고자 기자회견에 한해서는 의도적으로 매우 느린 속도로, 단어를 '종이에 쓰듯 하는' 화법을 구사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는 회견이 가감 없이 국민들에게 전달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의제가 증폭·확장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매우 기민한 접근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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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판에 전시된 멕시코 대통령 인형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멕시코 대선 공식 선거운동 종료일인 29일(현지시간) 멕시코 멕시코시티 예술궁전 앞 좌판에 멕시코 대통령 인형이 놓여 있다. 2024.5.30 walden@yna.co.kr



다만, 멕시코 대통령은 비판적인 논조로 정부를 '공격'하는 기자들에 대해선 "위선적이고 비열하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거침없이 대응한다.

자신의 정책에 대해 꼬집는 기사를 대형 스크린에 띄운 채 "아니오, 나는 다른 정보를 가지고 있다"며 전세를 역전시키는 시도는 그의 대표적 전술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에 유리하게 편집된 데이터를 인용하면서, 여론을 호도한다는 원성을 사기도 한다.

정치평론가 호르헤 세페다 페터슨은 BBC 스페인어판 인터뷰에서 "멕시코 대통령은 도덕적 웅변가와 정치인의 실용적 성격을 결합한 인물"이라며, 주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내러티브를 통해 강력한 담론을 구축한다고 분석했다.

실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회견에서 "국민은 내가 순종해야 할 유일한 주권자"라는 취지의 언급을 자주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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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1일 멕시코시티 소칼로 광장 가득 메운 대통령 지지자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런 '담화'는 지지자를 결집하면서 유권자들을 투표소로 이끌게 하는 긍정적 효과를 불러오는 것으로 보여진다.

지난달 29일 여당 대선 후보 유세장에서 만난 변호사 에두아르도 라몬(34) 씨는 "멕시코를 살아있게 만드는 건 희망"이라며 "대통령과 여당은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고, 좀 실수는 있지만 대체로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펼치는 건 확실하다"고 힘줘 말했다.

지난해 12월 29일 1천259번째 기자회견을 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최근 "퇴임하면 정치와는 거리를 둘 것"이라면서도 "아침 회견 관련 동영상과 자료는 온라인에 계속 남겨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는 '내 몸은 떠나지만, 내 말은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선언처럼 들렸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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