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 스트라이크, 윈드시어 등 대처 훈련
전 세계 공항·활주로 완벽 재현…몰입감↑
이스타항공의 B737-8 FT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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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의 다급한 외침과 함께 항공기가 이륙을 중단한다. 점차 소음을 더해가던 엔진은 ‘쿵’하는 소리를 내며 힘을 잃는다. 김포공항 활주로를 내달리던 비행기는 이내 속도를 줄이고 멈춰 선다. 조류와 충돌한 2번 엔진에 심각한 손상이 발생하자 비행기는 이륙을 멈췄다. 기장은 부기장에게 이륙 중단을 관제탑에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실제 상황을 방불케 하는 긴장감이 느껴지는 이곳은 이스타항공의 비행훈련장치(FTD)를 활용한 교육 현장이다. 이스타항공은 최근 운항승무원의 훈련 품질 향상을 위해 FTD 2대를 도입했다. 지난달 29일 이스타항공을 방문해 FTD를 활용한 교육을 직접 체험했다.
박지현 이스타항공 기장이 FTD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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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이 도입한 FTD는 가상 환경에서 조종 훈련이 가능한 모의비행훈련장치다.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 악천후, 윈드시어(급변풍) 등 비행 중 발생할 수 있는 100여 개 이상의 비정상 상황에 대해 훈련할 수 있다.
이날 체험한 FTD는 B737-8 기종을 훈련할 수 있는 시뮬레이터다. 이스타항공은 이 외에도 B737-800을 훈련할 수 있는 FTD를 보유해 총 2대의 FTD를 운영하고 있다.
FTD 교육을 담당한 임균철 이스타항공 운항기술팀 차장은 박지현 이스타항공 기장에게 ‘버드 스트라이크’를 시작으로 여러 비상 상황을 부여했다.
FTD와 연동된 컴퓨터. 이를 통해 FTD에 다양한 상황을 부여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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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 스트라이크는 항공기가 이·착륙하거나 비행할 때 조류와 부딪히는 현상이다. 실제로 기장들이 가장 많이 경험하는 비행 사고 중 하나로, 기체 손상을 일으키는 위험 요인이다.
박 기장은 이륙 중 엔진에 버드 스트라이크가 발생하는 상황을 시연했다. B737 조종석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FTD를 통해 엔진을 끄고 이륙을 중단하며 상황을 수습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120도 광각의 4K 레이저 비주얼 스크린은 훈련의 몰입감을 높인다. 좌우 벽면까지 스크린으로 활용하는 영화관처럼 조종석을 둘러싼 고해상도의 영상을 통해 실제 비행 상황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화면에 실제 전 세계 공항 활주로는 물론 비행 중 보이는 지리까지도 완벽하게 구현한다.
임 차장은 “환경 설정을 통해 전 세계 40~50곳의 공항을 경험할 수 있다”며 “국내 공항으로는 인천, 김포, 제주공항 등으로 설정해 훈련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부기장석에 앉아 김포공항으로 설정한 화면을 보자 비행기를 탑승한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정교하게 공항이 구현돼 있었다.
FTD 훈련 도중 바라본 제주공항. 사진 가운데 활주로가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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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임 차장은 윈드시어로 활주로에 정상적으로 착륙하지 못하는 상황도 부여했다. 윈드시어 역시 자주 발생하는 비상 상황으로 국내 공항 중에는 제주공항에서 잦은 상황이다.
박 기장은 “한라산을 지나며 갈라진 바람이 다시 만나는 곳에 제주공항이 위치해 바람이 많이 부는 편”이라며 “바람이 갑자기 여러 방향에서 불어오면 항공기 기동이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착륙 중 윈드시어로 복행(정상 착륙이 불가능할 때 다시 이륙하는 것) 상황을 부여하기 위해 FTD를 비행 중인 상태로 세팅했다. 화면에는 저 멀리 제주공항이 보이기 시작한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한라산도 보인다.
착륙을 위해 고도를 낮춰가는 도중 윈드시어가 발생하며 조종석에 경고음이 울려 퍼진다. 박 기장은 착륙할 수 없다고 판단해 조종간을 당겨 다시 고도를 높인다. 점차 지상과 가까워지던 항공기는 고개를 치켜들고 다시 솟아오른다. 이내 윈드시어가 사라지자 비행기를 돌려 안전하게 착륙하는 데 성공했다.
이 밖에도 FTD를 통해 엔진 화재 등 더욱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한 훈련도 가능하다. 실제 비행해서 자주 일어나지는 않지만 위험도가 높은 다양한 사례들을 훈련함으로써 비상 상황에 대응하는 운항 능력을 키울 수 있다.
FTD 내 화면. 고도, 속도, 엔진 상태 등 운항에 필요한 여러 정보를 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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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운항 승무원들은 자격 유지를 위해 연간 2회의 시뮬레이터 훈련을 진행한다. 필수 훈련의 경우 진동 장치까지 갖춰 더욱 실제와 같은 FFS(Full Flight Simulator)를 활용한다. 다만 이스타항공처럼 FTD를 자체 보유한 경우 더욱 자주, 다양한 상황에 대해 훈련할 수 있다.
박 기장은 “FTD를 보유함으로써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훈련 외에도 추가 훈련을 할 수 있다”며 “더욱 안전한 비행을 위해 FTD를 갖추는 데 투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스타항공은 자체 보유한 FTD를 통해 운항 승무원들의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운항 승무원뿐만 아니라 항공기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필요한 정비사에게도 훈련을 제공해 항공기 안전 유지에도 힘쓰고 있다.
[이투데이/이민재 기자 (2mj@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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