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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티빙-웨이브 합병 땐 수입 급감"...중소 채널사들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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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방송채널사 협회, OTT 주주사에 입장 질의
IPTV 등 유료방송 시장 줄고
OTT는 시차없이 다시보기 가능
실시간 채널 공급해도 수익 미미
한국일보

웨이브·티빙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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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인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 논의에 들어갔는데 양측에 유료 콘텐츠를 공급하는 중소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이 걱정에 빠져 있다. 기존 유료방송 시장 규모는 갈수록 작아지는데 '거대 통합 OTT'가 등장하면 협상력이 눈에 띄게 줄어 수입이 급감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 PP를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한국방송채널사용사업자협회(PP협회)는 최근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추진을 두고 티빙과 웨이브 양쪽 주요 주주의 의견을 묻기로 했다. 티빙의 주주 중 하나인 KT에는 이미 공문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PP협회는 "두 회사의 합병은 단순 주주 간 이해 관계로 종결될 사안이 아닌 유료방송 산업·콘텐츠 산업 전반에 미칠 파장을 꼼꼼하게 살펴 결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소 PP들은 구체적으로 양사 간 합병이 수입 감소로 이어져 장기적으로는 기업 생존에 위협이 될 것이란 주장을 하고 있다. 현재 PP는 기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케이블TV), 위성방송, 인터넷(IP)TV 등 유료방송 채널과 OTT에 실시간 채널을 공급하고 수신료와 콘텐츠 사용료를 받아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유료방송 시장은 축소되고 다시보기(VOD) 중심인 OTT로는 실시간 채널을 공급해도 수익이 미미하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올 초 발표한 '2023 방송시장경쟁 상황 평가'에 따르면 OTT의 활성화로 인해 미디어 이용자의 선택권이 늘고 실시간 방송이 사실상 시차 없이 VOD로 풀리면서 실시간 채널의 의미는 날로 줄고 있다. PP의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디어 시장 재편 속 '생존 위기' 중소 PP... IPTV와도 줄다리기 중


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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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PP들의 주장이 현실적으로 티빙과 웨이브 간 합병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티빙의 최대주주인 CJ ENM과 웨이브 운영사 콘텐츠웨이브의 최대주주인 SK스퀘어가 원칙적으로 합병에 합의했고 설사 양측이 합쳐도 세계 최대 OTT인 넷플릭스와 경쟁을 계속해야 하는 만큼 시장 독점 가능성도 낮다. 막대한 콘텐츠 비용 지출 때문에 '만년 적자'인 토종 OTT 입장에서는 합병 문제와 관계없이 중소 PP의 목소리를 모두 들어줄 여유도 없는 상태다.

중소 PP의 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현재 PP시장의 광고·협찬 등 매출은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CJ 계열의 대형 PP들 쪽으로 쏠려 있다. 정부는 이를 고려해 중소 PP와 유료방송 간 상생 방안을 사업자들에게 요청해 왔고 IPTV 3사가 이를 받아들여 1월 대형 PP와 중소 PP의 콘텐츠 사용료 산정 방식을 달리 책정하는 사용료 산정 기준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양측이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채 협상이 지속되고 있다.

PP협회 관계자는 "최근에도 티빙이 정산 방식을 바꿔 중소 PP들의 수익이 전체적으로 60∼70% 정도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OTT 성장에 중소형 채널의 콘텐츠 공급이 일정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주주들이 전체 생태계 상황을 고려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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