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중심의 ‘마초 문화권’으로 평가받는 멕시코에서 200년 헌정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3일(현지시간) CNN,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멕시코 선거관리위원회(INE)는 전날 치러진 대선에서 좌파 집권당 국가재생운동(MORENA·모레나) 소속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이 당선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셰인바움 당선인은 공식 발표 직후 "우리는 복수의, 다양한, 민주적인 멕시코를 꿈꾼다"면서 "공정하고 더 번영하는 멕시코를 지속적으로 건설하기 위해 평화롭고 조화롭게 걸어나갈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한 헌정 사상 첫 여성대통령으로 자신을 뽑아준 국민들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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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E는 전국의 투표를 반영하는 신속 표본 집계(Quick count) 결과 셰인바움 후보가 득표율 58.3%∼60.7%를 기록하며 우파 중심 야당 연합 소치틀 갈베스 후보(26.6%~28.6%)를 누르고 승리했다고 밝혔다. 이는 안드라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의 2018년 득표율 54.71%를 웃도는 수준이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멕시코의 첫 여성 대통령이 될 셰인바움에게 축하한다"고 전했다.

앞서 마리오 델가도 모레나 당 대표는 출구조사 결과가 공개된 직후 "셰인바움 후보가 승리했다"고 선언했고, 밀레니오TV와 에네마스(N+) 등 멕시코 주요 언론도 개표 초반부터 셰인바움을 '당선인'으로 표기했다. 현지 매체 엘우니베르살과 에네마스도 자체 출구조사 결과 셰인바움이 승리했다며 이번 대선이 미국보다 더 빨리 여성 대통령을 선출한 역사적 선거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올해 멕시코 대선은 현지 언론과 정치 평론가들 사이에서 '승부의 추가 일찍 기울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여당 지지세 결집이 확연했다. 이는 레임덕 없이 임기 말까지 60%대 높은 지지율을 구가한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후광 영향이 컸다고 현지 매체는 짚었다.

셰인바움 당선인은 출마 전까지 멕시코시티 시장을 지낸 엘리트 정치인이다. 에너지 산업 및 기후 분야 전공인 셰인바움 당선인은 2000년 멕시코시티 환경부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처음 정치권에 입문했다. 그는 국정 수행 과정에서 온건한 이민 정책 추진, 친환경 에너지 전환 가속, 공기업 강화 등 현 정부 정책을 대부분 계승·발전시키겠다고 공약했다. 취임일은 오는 10월1일로 임기는 2030년까지다.

이번 멕시코 대선 결과로 중남미 지역의 온건 좌파정부 물결(핑크 타이드)이 다시 탄력을 받아 정치·외교 지형에 변동을 가져올지 주목된다. 중남미에선 2018년 멕시코에 이어 페루, 볼리비아, 칠레, 콜롬비아 등의 민심이 잇따라 좌파 정권을 선택했고, 2022년 브라질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제2 핑크 타이드의 정점을 찍었다. 올해 중남미에는 베네수엘라(7월 28일)와 우루과이(10월 27일) 대선 등이 남아 있는 상태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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