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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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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인택 경기문화재단 대표 "비보이 댄스에 스토리 입히면 그것마저도 장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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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불러 축제하는 관행 버려야 지역예술 살아,
무대 많이 만들어 경기도 예술인들 설 자리 이을 것"


더팩트

유인택 경기문화재단 대표가 자신의 집무실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유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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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수원=유명식 기자] "스토리를 입히면 또 다른 장르가 됩니다."

경기문화재단 유인택(69) 대표이사는 영화계와 공연계에서 잔뼈가 굵은 현장 전문가다.

서울대 약학대학을 나왔으나 연극의 길로 들어서 '아리랑', '금희의 오월' 등을 기획했다. 영화 '결혼 이야기',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목포는 항구다', ‘화려한 휴가’ 등도 유 대표가 제작한 작품들이다.

청강문화산업대학 뮤지컬스쿨 교수,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뮤지컬단장, 동양예술극장 대표, 예술의전당 사장 등 이력도 화려하다.

민중문화운동협의회 사무국장 등을 거친 ‘운동권’ 문화인으로도 불린다.

이렇게 중앙에서 잔뼈가 굵은 그가 김동연 경기도지사에게 이끌려 문화예술의 변방 경기도에 내려온 것이 2022년 12월 30일.

"1400만 시장이 있고 지자체에서 투자도 많이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유명 연예인 불러서 동네잔치만 열고 있는 것이 경기도의 현실이었어요."

유 대표는 3일 수원에 있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히며 "지난 1년 6개월간 지역 예술인들이 관객을 많이 만날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 일에 집중했다"고 했다.

서울의 유명 연예인들은 경기도 축제나 행사의 메인무대에 올라 노래 2~3곡으로 거액의 출연료를 챙겨가는 반면 지역예술인들은 설 자리를 잃어가는 안타까운 현실을 타계해 보려 애썼다는 것이다.

그는 ‘스타’ 없이도 이른바 ‘대박’을 치는 퍼포먼스를 고민하다, 가곡 등의 콘서트에 스토리를 입히는 작업에 돌입했다.

지난달부터 주말이면 수원 경기상상캠퍼스와 용인 경기뮤지엄파크에서 도민을 만나고 있는 △로맨틱 필름 콘서트 ‘연예의 정석’ △오리지널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 △전통줄타기 보존회 '판줄' 등이 대표적 작품들이다.

‘연예의 정석’은 한국영화 속 남녀가 사랑하는 장면을 따라 성악가와 가수가 오케스트라 선율에 맞춰 사랑과 이별, 화해 등을 노래하는 공연이다. 대학로 학전소극장 김민기 대표가 연극 무대에서 슬라이드를 이용해 선보였던 극중 장치에서 영감을 얻었다.

유 대표는 "유명하지 않은 성악가의 콘서트도 젊은이들이 흥미롭게 즐길 수 있도록 영상과 자막을 통해 스토리를 입혔다"며 "유학 가서 고생하고도 막상 귀국해서 갈 곳이 없는 성악가들에게는 환희의 무대와도 같다"고 했다.

신예 예술가들에게 기회를 주고, 성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는 ‘가곡 활성화 운동’과도 다름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판줄’ 역시 재담꾼의 입담에 스토리를 넣어 흥미를 돋고 널뛰는 줄도 형형색색, 재질을 달리해 보는 재미를 높였다고 했다. 그는 "예술인은 꿈을 먹고 산다"면서 "성장하고 도약할 무대만 있다면 그들이 지역의 문화예술을 다시 살리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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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택 경기문화재단 대표가 자신의 집무실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유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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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공연의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한 유 대표는 최근 비보이(B-boy) 공연 등에도 이야기를 입히는 중이다.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은 지난해 문화예술 일제잔재 청산 및 항일추진 민간공모 지원사업을 했는데, 창작준비 부문에 이름을 올린 넌버벌 댄스컬 공연 ‘조선호랑이’가 그의 손을 타고 재탄생했다.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대첩 등 일제에 맞서 승리한 홍범도 장군의 활약상을 브레이킹, 스트릿 댄스에다 스토리텔링을 가미, 극의 흐름을 관객들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주인공 홍범도역은 프로듀스X101과 엠넷(Mnet)의 ‘스트릿 맨 파이터 : Be Mbitious’에 출연해 얼굴을 알린 댄서 백진이 맡았다. 독립군과 일본군 배역을 맡은 아너브레이커즈(Honor Breakerz)는 380만 틱톡 팔로워의 인플루언서들로 구성된 국내 실력파 댄스크루다.

유 대표는 "전국에 댄스 실용학원이 2000여 개에 이르고 경기도내 관련 학과만 7곳이나 된다"면서 "대중이 공감하고 즐기는 콘텐츠가 되면 이들이 생존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지역예술이 활기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막판, 그는 도내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를 향한 쓴 소리도 잊지 않았다.

그는 "수천만 원 고액 출연료를 주고 연예인 부르는 축제와 행사만 경기도에 2000개는 족히 될 것"이라며 "문화예술에도 1등만 살아남게 하는 악순환을 조장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중앙에서 뛰는 사람들에게 익숙해진 관행부터 버려야 한다"며 "몰입도 높은 공연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지역예술인들을 성장시켜야 지속가능한 경기도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유 대표는 "후배들보기에 부끄러운 ‘노추(老醜)’가 되지 말자는 다짐을 늘 한다"며 "남은 임기역시 이론이나 정책보다 현장에서 많은 무대를 만드는데, 열정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vv83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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