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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르포]LG배터리 단 1억원 전기차 '리릭'…GM "양사 협력 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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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남동부 테네시주의 주도 내슈빌에서 차로 40분 정도를 달리자 거대한 공장이 눈에 들어왔다.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의 GM이 50%씩 투자해 설립한 얼티엄셀즈의 제2공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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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티엄셀즈 제2공장 전경.. LG에너지솔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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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크기의 35배에 달하는 24만7000㎡ 부지에 들어선 공장에선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셀을 만들고 있다. 공장 내부는 미국 언론에도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다. 어떤 설비를 사용하고, 설비를 어떻게 배치하는지 등이 모두 기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방진복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카메라에 촬영 방지 스티커를 부착한 뒤에야 허가를 받아 입장한 생산 라인은 말 그대로 자동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대부분의 생산 장비에는 제조사가 ‘LG전자’로 표기된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모든 설비는 가상 현실을 통해 극대화된 생산성 여부를 사전에 검증한 뒤에 투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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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에 위치한 얼티엄셀즈 제2공장에서 현지 직원들이 배터리 생산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1위 자동차 업체 GM이 설립한 두 번째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으로 올해 3월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 얼티엄셀즈 생산 공장이 언론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에너지솔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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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의 장비와 설비 기술로 생산된 배터리는 GM의 프리미엄 브랜드 캐딜락의 첫 전기차 ‘리릭’에 탑재됐다. 전기차의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 기술은 배터리다. LG의 배터리를 탑재한 리릭은 1회 충전으로 465㎞(국내 기준)를 달린다.

GM측 최고책임자인 크리스 드소텔스 공장장은 1억원이 넘는 자사의 첫 고급 전기차에 LG의 배터리를 쓴 이유에 대해 “LG는 오랜 경험과 차별화된 기술을 갖춘 최고의 파트너”라며 “최고급 차 리릭의 출시는 양사 파트너십의 중요한 이정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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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사 얼티엄셀즈가 생산한 배터리가 장착된 캐딜락의 첫 전기차 리릭. 강태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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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티엄셀즈 제2공장의 연간 생산 목표는 50기가와트시(GWh)다. 향후 500㎞ 이상을 달릴 수 있는 3세대 배터리 60만대를 생산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전기차 침체기인 지금도 라인 증설이 지속되고 있고, 공장 주변 곳곳엔 “전 직종을 채용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김영득 제2공장 법인장은 “일시적 수요 정체를 겪고 있지만, (전기차)침투율이 낮은 북미 시장은 장기적인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며 “완성도 높은 설비와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수율과 품질 모두에서 업계를 리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2공장은 양산 한달만에 수율(결함 없는 제품의 생산 비율) 90%를 넘겼다. 과거 폴란드 공장에서 1년 넘게 걸렸던 일로, 양산 한달만에 수율 90%를 달성한 건 유사 업계에서 역대 최단 기간 내 이뤄낸 성과다.

얼티엄셀즈 공장에서 북쪽으로 140㎞ 떨어진 클라크스빌에서는 LG화학이 7만6000㎡의 부지에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양극재 공장을 짓고 있다. 지난해 12월 착공한 공사 현장에는 현재 기반 다지기 공사를 마치고 철근이 한참 올라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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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이 미국 테네시주에 건설하고 있는 자동차 배터리용 양극재 공장. 강태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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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은 이 공장에서 2026년 양산을 시작해 2028년부터 고성능 배터리 60만대 생산에 필요한 6만톤의 NCM(니켈·코발트·망간) 양극재를 생산할 계획이다. 미국 내 최대 규모인 동시에 얼티엄셀즈의 생산 목표와 유사하다. 클라크스빌 양극재 공장은 청주 양극재 공장을 모델로 설계됐고, 인공지능(AI) 기술을 추가로 접목된 스마트팩토리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또 환경규제에 대비해 처음부터 100% 재생에너지로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LG화학 관계자는 테네시에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집중한 배경에 대해 “테네시는 조지아, 앨라배마 등 글로벌 완성차 회사가 위치한 8개 주와 경계를 맞대고 있는 완성차 생산의 요충지”라며 “LG는 GM 외에도 글로벌 10대 완성차 업체 8곳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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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테네시 주정부가 지난 2018년 LG전자 테네시 공장 가동을 기념해 공장으로 진입하는 고속도로에 'LG Highway'란 도로명을 부여했다. LG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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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가 구축하고 있는 ‘배터리 벨트’ 현장에서 다시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자 ‘LG 하이웨이’란 표지판이 나왔다. 테네시 주정부가 붙여준 5.5㎞ 고속도로다. 고속도로 끝에는 LG의 슬로건에서 따온 ‘라이프스 굿(Life’s good)’이란 이름의 도로가 나왔고, 그 옆으로 125만㎡의 부지에 조성된 LG전자의 세탁기 공장이 보였다.

2018년 가동을 시작한 세탁기 공장의 생산 라인엔 스스로 공정을 터득하는 ‘딥러닝’ 기술이 적용된 로봇으로 가동되는 설비가 배치돼 있다. 그리고 설비 사이사이를 무인운반차(AGV) 170여대가 돌아다니며 필요한 자재와 부품들을 자동으로 공급하고 있었다. AGV는 공장 내 전용망을 통해 운용되고, 전 과정은 컨트롤타워룸에서 관리된다. 공장에선 무거운 세탁기 드럼 등을 운반하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다. 인력 대부분은 미세한 조립 공정을 맡거나, 자동화된 공장 설비의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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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미국 테네시 공장에서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세탁통을 들어올리고 있는 모습. LG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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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의 테네시 공장은 2018년 1월 미국 가전사인 월풀이 삼성과 LG전자에 급격하게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자 트럼프 1기 행정부가 한국산 수입 세탁기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한 데 대한 대응 성격으로 가동됐다.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보호무역 정책과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마련한 미국 내 생산 거점이다.

거점을 마련한 국내 업체들은 품질 경쟁력을 앞세워 지난해 2월 종료된 세이프가드 기간동안 오히려 미국내 점유율, 총매출, 고용 인원, 급여 등 주요 성과지표를 개선시켰다.

반면 월풀과 GE 등 미국 회사들의 실적은 오히려 악화되는 '세이프가드의 역설'이 발생했다. LG전자 테네시 공장의 손창우 법인장은 “11월 대선에서 트럼프와 바이든의 당선 상황에 따른 대응 전략도 별도로 준비하고 있다”며 “통상 이슈가 생겨 또 다른 생산지를 마련해야 한다면 냉장고, TV 등 다른 제품도 이 공장에서 생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미국 내 생산 품목 다변화 가능성에 대비해 테네시 공장의 자동화율을 이미 전세계 LG전자 공장 중 최고 수준인 64%까지 끌어올렸다. 연말까지는 68%, 장기적으로 70% 이상의 자동화율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이를 위해 공장의 각 생산 라인에는 인력 1명의 연간 인건비를 8만 달러(약 1억1000만원)로 계산한 자동화 달성 성과표가 부착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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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미국 테네시 공장에서 차세대 물류 로봇인 자율주행 물류로봇(AMR)이 세탁기 부품을 운반하고 있는 모습. LG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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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LG전자의 고용은 초기 800명에서 900명으로 늘었다. 생산 라인에서 줄인 인력보다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증설하는 설비를 가동할 인력이 더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LG 관계자는 “자동화로 업무가 사라지는 직원에 대한 교육에 투자를 하고 있다”며 “LG 및 협력사의 추가 진출에도 대비해 인근 학교와 협력하는 등 지역 사회와 공존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테네시=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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