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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헝가리도 조건부 지지… 뤼터, 나토 수장에 ‘성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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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터, 과거 “헝가리 EU에서 나가야” 발언

오르반 “정중히 사과하면 임명 찬성할 것”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차기 사무총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마르크 뤼터 현 네덜란드 총리에 대해 헝가리 정부가 ‘조건부 지지’를 선언했다. 헝가리는 그간 뤼터 총리가 헝가리에 적대적인 인물이란 점을 이유로 그의 사무총장 선임에 반대해왔다. 나토 사무총장은 32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뽑게 돼 있어 어느 한 나라라도 찬성하지 않으면 임명이 힘들다.

8일 네덜란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최근 헝가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나토 차기 사무총장으로 뤼터 총리를 지지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는 뤼터 총리에게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내 온 오르반 총리의 그간 언행에 비춰 상당히 진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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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해변에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가 프랑스군 의장대의 영접을 받으며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 국제 기념식 행사장에 입장하고 있다. 뤼터 총리는 오는 10월 임기를 시작할 나토 새 사무총장의 유력 후보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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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오르반 총리는 두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첫번째는 과거 뤼터 총리가 헝가리와 헝가리 국민에게 가한 모욕에 대해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뤼터 총리는 극우 성향의 오르반 총리 집권 후 헝가리의 자유와 민주주의, 법치가 훼손되었다고 주장한 대표적 인사다. 2021년에는 ‘헝가리를 유럽연합(EU) 바깥으로 내몰아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오르반 총리는 이 점을 지적하며 “헝가리 국내에서 뤼터 총리보다 더 평판이 나쁜 서양 정치인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뤼터 총리가 자신의 이 발언에 대해 헝가리 정부와 국민을 향해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두 번째로 오르반 총리는 나토 동맹국 영토 밖에서 러시아와 나토가 무력 충돌을 하는 경우 회원국 전체가 군사행동에 동참해야 한다는 조약상 의무의 면제를 요구했다. 나토 헌장 5조는 회원국 중 어느 한 나라에 대한 무력 공격도 회원국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전부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른바 ‘하나는 모두를 위해, 모두는 하나를 위해’(One For All, All For One) 조항이다.

이는 나토가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파병하는 상황을 가정한 요구로 풀이된다. 헝가리는 나토 및 EU 회원국이면서 러시아와도 친하게 지내는 대표적 국가다. 오르반 총리는 “헝가리는 나토 영토 밖에서의 군사행동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며 “나토 사무총장은 이같은 우리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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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왼쪽)와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사진은 지난해 6월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에서 만나 인사하는 모습. EU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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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첫번째 요구 사항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 네덜란드 언론은 조만간 뤼터 총리가 헝가리를 방문해 오르반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공식 입장을 밝힐 수 있다고 전했다. 회담에선 오르반 총리의 두 번째 요구 사항에 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나토 차기 사무총장직에 도전 의사를 밝힌 이는 뤼터 총리와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 두 명이다. 나토 32개 회원국 중 요하니스 대통령을 지지하는 나라는 루마니아와 헝가리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 회원국을 비롯해 약 30개 나라가 뤼터 총리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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