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혁 SK텔레콤 최고미디어사업책임자(CMBO) |
이제 인공지능(AI)으로 마케팅용 콘텐츠를 만드는 건 흔한 일상이 됐다. 적절한 명령어만 입력하면 AI가 주제에 따라 아이디어도 내고 콘티용 이미지도 그려준다. 캐릭터 빌드업부터 스토리 개요까지 AI와 몇 번 대화를 주고 받으면 콘텐츠 한 편이 뚝딱 만들어진다.
한때는 한 눈에 알아볼 만큼 AI 제작물 특유의 스타일이 있었지만 그마저도 점점 자연스러운 AI 창작 도구가 나오면서 사람이 만든 것과 AI의 결과물을 구분하기 힘들어졌다.
대표적 예가 시각특수효과(VFX) 스튜디오다. VFX란 영화 및 애니메이션 산업에 적용되는 영상제작기법 중 컴퓨터 그래픽스(CG)에 바탕을 두고 있는 디지털 기법을 뜻한다. SK텔레콤은 판교에 VFX 스튜디오인 '팀스튜디오'를 운영 중이다.
VFX 스튜디오 핵심은 가상 공간과 현실의 자연스러운 조화다. SKT 팀스튜디오는 가로 21m, 높이 6m의 반원형 LED 월을 통해 이를 구현해낸다. 팀스튜디오 LED 월이 만들어낸 초고화질 배경화면은 촬영 카메라 위치에 따라 실시간으로 앵글이 바뀌며 야외촬영을 대체한다. 날씨도 바꾸고 시간도 바꾸며 비가 오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촬영을 위해 돈을 내고 장소를 섭외할 필요도 외부인을 통제할 필요도 없다. 연기자 대기시간도 획기적으로 짧아진다.
SKT는 VFX 스튜디오를 통해 과거처럼 물리적 세트를 설치하고 교체하는 시간을 없애 영상 제작 환경을 완전히 바꿨다.
영상 제작 혁명은 AI를 통해 이뤄졌다. 팀스튜디오 배경화면은 AI가 만든다. 우주나 심해의 공간을 창조해주는 것은 물론, 일반 사진을 거대한 LED 월의 해상도에 맞게 업그레이드 하기도 한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을 배경으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다.
이러한 작업에는 SKT의 AI 이미지 개선 솔루션 '슈퍼노바'가 사용된다. 또 AI를 통해 2D로 만들어진 배경화면을 3D로 바꾸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생성형 AI 툴을 활용해 2D 이미지를 생성하고 입체감 구현을 위해 전경, 중경, 배경을 분리해 공간감을 주는 것이다.
에이닷으로 작업한 김혁 SKT CMBO 프로필 사진 |
또 각기 다른 방향에서 본 2D 이미지와 영상을 3D로 구현하는 AI 기술인 NeRF(Neural Radiance Fields) 기술을 활용해 기존의 2D 자료를 쉽게 3D 배경으로 생성하고 있다. 채널S 여행 프로그램 '다시갈지도'는 SKT 팀스튜디오를 배경으로 제작된다. 매주 진행자들은 마치 게임이나 영화처럼 여행을 떠날 멋진 공간으로 순간이동하고 있다. AI를 활용한 VFX 스튜디오로 손쉽게 만들어낸 일이다.
VFX 스튜디오 외에도 이미 미디어 플랫폼에서 AI는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SK브로드밴드의 B tv는 B tv 인사이드라는 기능을 통해 등장인물, 배경음악, 상품과 키스신·추격신 등 특정 장면 위치를 바로 찾아 선택할 수 있고, 백엔드 AI를 통해 30만여편 콘텐츠와 셋톱간 최적의 추천도 제공 받는다.
B tv의 마케팅용 문구를 작성하고 고객 취향별로 썸네일(포스터)를 가공해 해당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도 AI다. 그 밖에 아이들이 챗봇 AI와 실시간 영어 대화를 하거나 동화책 이미지를 기반으로 동영상을 만들고 아이들이 듣기 좋은 목소리 연기를 해내는 것도 AI다.
시니어 고객에게 읽기 힘든 생활정보를 설명해주는 동영상과 등장하는 아나운서도 AI며, 티맵 맛집 위치를 안내 받거나 키오스크 사용법을 설명해주는 것도 AI다.
여기에 또 하나 AI가 등장할 때가 왔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장 후 볼 게 넘쳐난다지만 시청자들은 여전히 무엇을 볼까 탐색하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콘텐츠도 잘 알고 나도 잘 아는 친구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 AI 미디어 에이전트다.
기존 시청자들이 채널을 전환하고 VoD 썸네일을 돌려가며 콘텐츠를 골랐다면, 이제는 AI 미디어 에이전트가 개인 스마트폰과 자동 연결돼 시청자에게 콘텐츠를 추천하고 관련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며, 비슷한 취향의 사람들과 소통하게 도와준다.
이처럼 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하고 소비함에 있어 AI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이미 AI는 미디어를 보조하는 것을 넘어 미디어 그 자체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AI가 곧 미디어다.
김혁 SK텔레콤 CMBO kimhyuk@s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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