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단독 본회의 11개 상임위장 표결
헌정 첫 법사위장-운영위장 ‘독차지’
이르면 오늘 상임위 가동 ‘특검 속도’
속수무책 與 “더는 협치 없어” 반발
與 항의 뚫고 본회의장 향하는 우원식 의장 우원식 국회의장(오른쪽)이 10일 저녁 국회의장실 앞에서 피켓을 손에 든 채 항의하는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를 뚫고 본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우 의장은 이날 오후 8시 50분경 국민의힘 불참 속에 본회의를 열고 “원 구성을 마냥 미룰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더불어민주당이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제사법위원회와 운영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 핵심 11개 상임위원장을 야당 단독으로 선출했다. 야당이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과 상원 역할을 하는 법사위원장, 대통령실을 피감기관으로 둔 운영위원장을 독차지한 건 헌정 사상 처음이다. 민주당은 이르면 11일부터 위원장 선출을 마친 상임위를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주 내로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 선출까지 밀어붙인 뒤 이달 중 첫 대정부질문도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도, 국회도 이재명 1인 독재 체제로 전락했다”며 향후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출신인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 요청에 따라 이날 오후 8시 50분경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를 열었다. 당초 본회의는 오후 2시 예정이었으나, 우 의장 주재로 원내지도부 간 회동이 이어지면서 오후 5시와 오후 8시로 두 차례 미뤄졌다. 국민의힘은 결국 마지막 회동에서 “법사위만 여당 몫으로 하면 운영위와 과방위는 민주당에 내줄 수 있다”고 막판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민주당이 “법사위 운영위 과방위원장 모두 민주당 몫”이라고 거부해 끝내 합의가 불발됐다.
결국 우 의장은 의장실 앞에서 항의 농성을 벌이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뚫고 본회의장에 들어가 “원 구성과 개원을 마냥 미룰 수 없다”며 상임위원장 표결 안건을 상정했다. 본회의에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등 범야권 의원 191명이 참석했다.
표결에 따라 법사위와 과방위는 민주당 내에서도 초강경파로 분류되는 정청래 최민희 의원이 각각 위원장을 맡았다. 운영위원장은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맡게 됐다. 법사위는 ‘채 상병 특검법’ 등 각종 특검법으로 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과방위도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는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재처리를 추진한다. 운영위는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청문회와 국정조사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11일 우 의장의 사퇴결의안 채택을 시도하고, 상임위 등 국회 일정 대신 당 정책위원회 산하의 15개 특위를 통해 정책 현안을 챙기기로 했다. 야당 주도의 ‘상임위원 강제 배정’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재명 방탄, 이재명 수호,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를 위한 폭주”라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는 본회의 전 비공개 의총에서 “더 이상 협치는 없다. 국회 일정에 협조할 수 없다”고 했다.
‘방송3법 강행-허위사실 유포-검수완박 앞장’ 초강성 친명 포진
野 단독 선출 상임위장 11명은
정청래, 尹겨냥 “탄핵열차 기적 울려”… 박근혜 시절엔 “바뀐 애는 방 빼”
尹정부 방통위원 임명 막혔던 최민희… “방송장악 막으라고 위원장 뽑힌것”
행안위 신정훈 ‘양곡법 삭발투쟁’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박찬대 정청래 최민희 의원 등을 내세운 더불어민주당의 22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원장 인선은 강력한 대여 투쟁을 예고하는 일종의 선포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10일 오후 본회의에서 야당 주도로 선출된 상임위원장 11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국민의힘이 본회의를 보이콧한 가운데 핵심 상임위인 운영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 각각 박찬대 원내대표, 정청래 최고위원, 최민희 의원 등 강성 친명(친이재명)을 선출했다.
● ‘방송 3법 주도’ 정청래·‘피선거권 박탈’ 최민희
상임위의 ‘상원’ 역할을 하는 법사위의 신임 위원장으로 선출된 4선의 정 최고위원은 이날 총 투표수 191표 중 181표를 얻었다. 정 최고위원은 21대 국회에서 과방위원장을 맡아 당시 국민의힘이 결사반대한 방송 3법(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는 데 앞장섰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 법사위원장 체제에선 민주당이 원하는 각종 특검법이나 탄핵안이 초고속으로 처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최고위원은 최근 당 지도부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탄핵 열차 기적 소리가 울리고 있다”며 탄핵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등 당내에서 강경파로 손꼽힌다.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 임기 때도 ‘명박박명(薄命)’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대통령에게 빨리 죽으라는 저주를 퍼부었다는 논란을 일으킨 바 있고,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엔 “바뀐 애(박근혜)는 방 빼”라는 글을 썼다. 2021년엔 불교계 문화재 관람료를 ‘통행세’, 사찰을 ‘봉이 김선달’로 비유해 조계종의 거센 반발을 샀다가 결국 직접 사과하기도 했다.
191표 중 183표를 얻어 과방위원장으로 선출된 재선의 최 의원은 유일한 여성 상임위원장으로, 역시 친명 강경파로 분류된다. 21대 국회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위원 후보자로 추천됐으나 윤 대통령이 7개월간 재가하지 않아 자진 사퇴한 바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자진 사퇴 이력 등이 있는 만큼 최 의원은 방통위 등 방송 분야에서 개혁 입법 드라이브를 세게 걸 것”이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이날 표결 직후 “지금 이 시기 저를 과방위원장으로 뽑아 주신 건 방송 장악을 막아내고, 방송 자유를 지키라는 것(으로 안다)”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최 의원은 1호 법안으로 방통위 위원 5인 중 국회 추천 몫 3인에 대해 대통령이 추천받는 즉시 임명하도록 강제하는 ‘방통위설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김홍일 방통위원장 등에 대한 탄핵이나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방송 3법도 재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최 의원은 20대 총선 당시 TV 토론회에서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호별 방문 방식’의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피선거권 박탈형인 벌금 150만 원이 확정되기도 했다. 지난 대선 땐 선거대책위원회 미디어특보단장을 맡아 당시 이재명 대선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문재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을 “극문 똥파리”라고 표현해 막말 논란이 일었다.
● 당내에서도 “22대 국회도 파행” 우려
보건복지위원장으로 선출된 3선 박주민 의원은 이른바 ‘검찰개혁 강경파’에 속한다. 2022년 법사위 여당 간사로서 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강행 처리에 앞장선 바 있다.
행정안전위원장으로 임명된 3선의 신정훈 의원은 지난해 윤 대통령의 양곡관리법 공포를 촉구하며 삭발 투쟁을 하는 등 당내에서 강경파로 분류된다. 지난 총선 경선 때는 권리당원들에게 이중투표를 유도한 혐의로 당 선관위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기도 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으로 선출된 3선의 어기구 의원은 지난해 이 대표 체포동의안 사태 당시 자신의 ‘부결’ 기표용지 사진을 온라인에 공개해 무기명 비밀투표 원칙을 훼손시켰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날 선출되지 않은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정보위원회 등 나머지 7개 상임위에도 친명 강성인 박범계(4선), 김병기(3선) 의원 등이 내정된 상태다. 민주당은 이번 주 중 남은 7개 상임위원장 선출도 마치겠다는 방침이다.
22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원장 인사에 대해 민주당 지도부는 “상임위에서 국정조사, 청문회 등 할 수 있는 권한을 최대한 다 쓰겠다는 의미”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내에서도 “사실상 22대 국회에서도 민생보다 대정부 투쟁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당이 국회 일정 전면 보이콧을 예고한 상황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자칫 민생 정책 실패 등에 대한 책임을 모두 뒤집어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아울러 “과방위원장을 지냈던 정 최고위원이나 장관을 했었던 박범계 의원이 또 상임위원장을 하는 건 관례에 맞지 않고 편파적이다”라는 불만도 감지된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