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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어떤 나라보다 한국 이득"…현대차 뒤바꿀 '150㎝ 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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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로봇, 자동차 공장 접수 작전



■ 경제+

전기차가 주춤한 사이 자동차 기업이 로봇 경쟁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현대자동차와 테슬라는 차례로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을 발표했다. 관절을 부드럽게 꺾으며 쉼 없이 일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보고 있자니, 인간 노동자들은 뭔가 불안하다. 와중에 지난 100년간 자동차 산업을 상징하던 ‘컨베이어 벨트’가 곧 공장에서 사라질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온다. 두 발 로봇이 인공지능(AI)과 결합하는 그 날, 생산의 3요소를 ‘로봇·토지·자본’으로 바꿔써야 할지도 모른다.

전기차가 잠잠한 사이 자동차 기업은 로봇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 선공에 나선 건 테슬라였다. 테슬라는 지난해 12월 두 발로 자연스럽게 걷는 옵티머스 2세대를 공개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2월 14일(현지시간)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연구실을 거닐고 있는 옵티머스’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1분 43초 분량의 짧은 영상에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가 사람처럼 두 발로 걷는 모습이 담겼다. 옵티머스는 자신의 다섯 손가락을 이용해 동그란 계란을 집어 냄비로 옮기는 모습도 보여줬다.



테슬라·현대차·BMW·벤츠…“자체 휴머노이드 로봇 투입”



테슬라는 옵티머스를 전기차 생산 공장에 투입할 예정이다. 일론 머스크 CEO는 올 4월 열린 1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옵티머스는 간단한 공장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며 “올해 말에는 테슬라 공장에 투입할 예정이고 내년 연말 무렵에는 외부에도 판매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테슬라를 단순히 전기차 회사로 보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김경진 기자


현대자동차는 올 4월 새로운 휴머노이드 로봇을 선보이며 테슬라에 맞불을 놨다. 현대차 계열사인 로봇 제조사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롭게 디자인한 게 특징이다. 차세대 아틀라스는 기존 유압 방식을 버리고 전기 모터를 이용해 몸체를 움직이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새로운 아틀라스는 다양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며 “어떤 휴머노이드 로봇보다 역동적이다. 공장 등에서 로봇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앞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유압식 아틀라스가 로봇을 벗어나지 못했다면 전기식 아틀라스는 인간에 더 가까워졌다.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공개한 31초짜리 영상에는 2족 보행 아틀라스가 모터를 사용한 관절을 이용해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모습이 담겼다. 바닥에 납작하게 누워 있던 아틀라스는 체조 선수처럼 다리를 비틀어 일어나고 몸통을 회전하며 앞으로 걸어나간다. 차세대 아틀라스 로봇은 현대차의 자동차 조립 라인에 투입될 전망이다.



부품 적은 전기차 시대 각광…인간 닮아 ‘공장 설계’ 그대로



독일 BMW는 올 1월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01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스파턴버그 공장 생산라인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미 캘리포니아 소재 로봇 기업 피규어AI(Figure AI)가 제작한 이 로봇은 신장 160㎝에 몸무게 60㎏. 20㎏의 물건을 거뜬히 들어 올릴 수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자동차 조립라인에 투입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올 3월 미국 앱트로닉(Apptronik)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폴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아폴로는 신장 172㎝에 몸무게 72.5㎏으로 피규어01과 비슷한 크기다. 최대 25㎏의 물건을 운반할 수 있다. 자동차 조립 생산라인에서 부품을 옮기며 품질을 검사할 수 있는 기능도 갖췄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은 “2025년까지 전 세계는 첨단 산업용 로봇 도입으로 평균 16%의 인건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BCG는 특히 “한국·중국·일본·독일·미국 등 첨단 생산 기술에 투자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더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한국은 33%, 일본은 25%, 미국은 22%, 중국은 18%의 인건비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이 로봇에 빠진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자동차 산업이 로봇을 가장 많이 쓰는 산업군이라서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세계 자동차 조립 공장에서 생산을 담당하고 있는 로봇은 지난해 100만대를 돌파했다. 이는 세계 산업용 로봇 3대 중 1대가 자동차 조립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의미다. 노동자 1만명당 로봇 설치 대수를 의미하는 ‘로봇 밀도’는 2022년 기준으로 한국이 1012대를 기록해 전 세계 1위로 나타났다.



산업용 로봇 밀도 1위 한국…“25년까지 인건비 33% 절감”



부품이 적은 전기차 생산이 늘면서 로봇을 통한 공장 자동화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마리나 빌 국제로봇연맹 회장은 “내연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하고 있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로봇이 맡고 있다”며 “오랜 시간에 걸쳐 완성된 제조 방식과 기술에서 벗어나는 데 로봇이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로봇연맹은 “그동안 기본 조립 라인 위주로 로봇을 운용하던 양산차 기업들이 최근에는 최종 조립과 마감 공정에도 로봇을 투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앙일보

김경진 기자


휴머노이드 로봇이 조립하는 자동차가 먼 미래라면 웨어러블 로봇은 가까운 미래다. 지난해 문을 연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선 노동자가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하고 일한다. 몸에 걸치는 웨어러블 로봇은 자동차 조립 과정에서 노동자의 체력 부담을 덜어준다.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컨베이어 벨트가 아닌 셀(Cell) 기반의 생산 시스템에서 웨어러블 로봇으로 생산성을 높인다. 전통적인 자동차 공장에선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특정 차종을 대량 생산하지만 셀 시스템에선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하다. 현대차는 올해 하반기 울산 3공장으로 조끼형 웨어러블 로봇을 확대할 계획이다. 웨어러블 로봇은 현대차 산하 연구 조직 로보틱스랩이 개발한 엑스블 숄더(X-ble Shoulder)다. 엑스블 숄더는 600~700g에 불과할 정도로 가벼운 게 특징이다.

그렇다면 로봇은 언제쯤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로봇 시장의 성장에 달렸다”고 답한다.

“로봇 시장은 1950년대부터 시작됐는데 산업용 로봇이 여전히 시장 대부분을 차지고 있다. 서비스 로봇 시장이 조금씩 열리고 있지만 단기간에 시장이 크게 열리진 않을 것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려면 스스로 지능을 갖춘 유연성이 필요하다. 로봇과 함께 AI 기술도 발전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 수준의 작업 능력을 갖추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박종오 전남대 기계공학과 명예교수)

박 교수의 설명처럼 자동차 조립라인에 투입된 휴머노이드 로봇이 맡은 작업은 아직 산업용 로봇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기업의 투자는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공장에 있던 로봇이 점점 생활밀착형 혹은 사회형 로봇으로 막 전환하는 시점이다. 사람과 상호 작용을 통해 물건을 운반하는 물류 로봇이 대표적이다. 로봇 시장은 가장 절박하게 필요한 곳에서 먼저 열릴 것이다. 로봇 청소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게 그렇다. 휴머노이드 로봇도 가장 절박한 분야에서 관련 시장이 가장 먼저 열릴 가능성이 크다.” (오준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명예교수)

■ 인류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는 ‘기업’입니다. 기업은 시장과 정부의 한계에 도전하고 기술을 혁신하며 인류 역사와 함께 진화해 왔습니다. ‘기업’을 움직이는 진정한 힘이 무엇인지, 더중플이 더 깊게 캐보겠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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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헌·오삼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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