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서 사퇴 시한 예외 의결
의장 후보 투표 당원 20% 반영
당무·중앙위 통과 땐 17일 확정
2026년 지방선거 공천권까지 행사
“위인설관식 개정”“긁어 부스럼” 비판
당 귀책 재보궐 무공천 등도 삭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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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청래 최고위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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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식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종료 후 기자들을 만나 당헌·당규 개정안과 관련해 “당대표와 최고위원이 대선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1년 전까지 사퇴한다는 조항은 존치하되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 당무위 의결로 당대표·최고위원의 사퇴 시한을 달리 정할 수 있다’는 개정안을 부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올 8월 전당대회에서 연임할 경우 임기는 2026년 8월까지다. 현행 당헌·당규에 따르면 이 대표가 차기 대선(2027년 3월) 출마를 위해 2026년 3월 당대표직을 내려놔야 하지만, 이번에 예외조항이 신설되면 2026년 6월로 예정된 지방선거 공천권까지 행사한 뒤 대선 준비를 할 수 있게 된다.
이 수석대변인은 ‘형식적 완결성’ 차원에서 예외조항을 ‘보강’한 것이라 설명했지만, 당 안팎에선 사실상 연임이 확실시되는 이 대표에게 ‘꽃길’을 깔아주기 위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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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이재명 대표 앞에 의사봉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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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박지원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이런 위인설관(사람을 위해 벼슬을 만듦)식 당헌·당규 개정은 이 대표도 반대하는데 구태여 추진할 필요가 있나. 차라리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 대표는 최근 비공개회의에서 당대표 사퇴 시한 관련 당헌·당규 개정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정청래·장경태 최고위원 등이 강행을 주장해 이번에 최고위 의결을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수도권 의원도 통화에서 이와 관련해 “정·장 최고위원이 이 대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역할 분담을 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며 “(이번 당헌·당규 개정은) 긁어 부스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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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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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22대 총선에 불출마한 우상호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최근 펴낸 저서 ‘민주당 1999-2024’에서 당권·대권 분리 원칙 존중을 강조했다. 그는 이런 차원에서 “2021년 전당대회에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출마하려 했을 때도, 대통령 후보였던 이재명 당시 의원이 (대선 후) 2022년 전당대회에 대표 후보로 출마하려 했을 때도 만류한 바 있었다”며 “나는 일관되게 대권 후보의 당권 도전에 반대했다. 유력한 대권 후보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당대표가 되면 공천 갈등을 피할 수 없고 갈등이 심해져 분당에 이르는 경험도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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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 당선자 총회에서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뒤 축하 꽃다발을 받아들고 있다. 왼쪽은 추미애 당선인.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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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최고위에서는 당대표 사퇴 시한 관련 외에도 최근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추미애 의원이 낙선하자 당원 반발이 거세 마련했던 국회의장단 후보·원내대표 경선 권리당원 투표 20% 반영 당헌·당규 개정안도 의결했다. 이는 최근 중진 의원 간담회에서도 “국민을 대변해야 할 의장 선출에 ‘당심’(당원의 마음)을 반영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지만, 사실상 당 지도부가 밀어붙인 것이다. 당내에서는 사실상 이 대표를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당원의 권한 강화가 자연스레 ‘이재명 일극 체제’를 견고하게 만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밖에도 △부정부패 연루자에 대한 자동 직무정지 △당 귀책사유로 재보궐선거 발생 시 무공천 등 도덕성 관련 조항도 삭제될 예정이다. 한 재선 의원은 “당을 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힘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며 “지도부가 중도층에 대한 고려를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평했다.
현대 민주주의의 토대가 된 대의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있다. 4·10 총선 압승으로 원내 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장 후보 선출에 당원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트기 시작하면서다. 민주당은 ‘당원 중심 정당’이란 구호로 이 변화를 선전하지만, 당원에게 국회의원 권한을 양도하는 건 대의민주주의 원리에 엄연히 반한단 지적이 대다수다. ‘팬덤정치’가 횡행하는 현 정치 문화에서 ‘제왕적 당대표’ 현상 또한 강화할 수밖에 없다. 제왕적 당대표 현상은 대의민주주의의 주역인 정당 내 건전성을 헤친다. 세계일보와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는 공동기획으로 총 3회에 걸쳐 시리즈 ‘위기의 대의민주주의’를 통해 최근 민주당의 당헌·당규 개정 논란, 심화하는 제왕적 당대표 현상 등 대해 비판적으로 점검한다.
공동기획: 세계일보·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김승환·최우석 기자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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