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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민주 ‘이재명 대권 꽃길’ 당헌·당규 개정 강행 [심층기획-위기의 대의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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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위서 사퇴 시한 예외 의결

의장 후보 투표 당원 20% 반영

당무·중앙위 통과 땐 17일 확정

2026년 지방선거 공천권까지 행사

“위인설관식 개정”“긁어 부스럼” 비판

당 귀책 재보궐 무공천 등도 삭제 예정

더불어민주당이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선 출마 시 선거 1년 전 당대표를 사퇴하도록 한 규정에 ‘예외’를 두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재명 대표의 대권가도를 위해 대권·당권 분리 원칙을 후퇴시켰단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이 자리에서 ‘대의민주주의 원칙에 반한다’는 지적이 나온 ‘국회의장 후보 경선 권리당원 투표 20% 반영’ 개정안도 처리했다. 이들 당규 개정안은 12일 당무위 의결로, 당헌 개정안은 17일 중앙위 의결까지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세계일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청래 최고위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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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식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종료 후 기자들을 만나 당헌·당규 개정안과 관련해 “당대표와 최고위원이 대선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1년 전까지 사퇴한다는 조항은 존치하되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 당무위 의결로 당대표·최고위원의 사퇴 시한을 달리 정할 수 있다’는 개정안을 부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올 8월 전당대회에서 연임할 경우 임기는 2026년 8월까지다. 현행 당헌·당규에 따르면 이 대표가 차기 대선(2027년 3월) 출마를 위해 2026년 3월 당대표직을 내려놔야 하지만, 이번에 예외조항이 신설되면 2026년 6월로 예정된 지방선거 공천권까지 행사한 뒤 대선 준비를 할 수 있게 된다.

이 수석대변인은 ‘형식적 완결성’ 차원에서 예외조항을 ‘보강’한 것이라 설명했지만, 당 안팎에선 사실상 연임이 확실시되는 이 대표에게 ‘꽃길’을 깔아주기 위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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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이재명 대표 앞에 의사봉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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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박지원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이런 위인설관(사람을 위해 벼슬을 만듦)식 당헌·당규 개정은 이 대표도 반대하는데 구태여 추진할 필요가 있나. 차라리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 대표는 최근 비공개회의에서 당대표 사퇴 시한 관련 당헌·당규 개정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정청래·장경태 최고위원 등이 강행을 주장해 이번에 최고위 의결을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수도권 의원도 통화에서 이와 관련해 “정·장 최고위원이 이 대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역할 분담을 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며 “(이번 당헌·당규 개정은) 긁어 부스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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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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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22대 총선에 불출마한 우상호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최근 펴낸 저서 ‘민주당 1999-2024’에서 당권·대권 분리 원칙 존중을 강조했다. 그는 이런 차원에서 “2021년 전당대회에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출마하려 했을 때도, 대통령 후보였던 이재명 당시 의원이 (대선 후) 2022년 전당대회에 대표 후보로 출마하려 했을 때도 만류한 바 있었다”며 “나는 일관되게 대권 후보의 당권 도전에 반대했다. 유력한 대권 후보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당대표가 되면 공천 갈등을 피할 수 없고 갈등이 심해져 분당에 이르는 경험도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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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 당선자 총회에서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뒤 축하 꽃다발을 받아들고 있다. 왼쪽은 추미애 당선인.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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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최고위에서는 당대표 사퇴 시한 관련 외에도 최근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추미애 의원이 낙선하자 당원 반발이 거세 마련했던 국회의장단 후보·원내대표 경선 권리당원 투표 20% 반영 당헌·당규 개정안도 의결했다. 이는 최근 중진 의원 간담회에서도 “국민을 대변해야 할 의장 선출에 ‘당심’(당원의 마음)을 반영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지만, 사실상 당 지도부가 밀어붙인 것이다. 당내에서는 사실상 이 대표를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당원의 권한 강화가 자연스레 ‘이재명 일극 체제’를 견고하게 만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밖에도 △부정부패 연루자에 대한 자동 직무정지 △당 귀책사유로 재보궐선거 발생 시 무공천 등 도덕성 관련 조항도 삭제될 예정이다. 한 재선 의원은 “당을 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힘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며 “지도부가 중도층에 대한 고려를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평했다.

현대 민주주의의 토대가 된 대의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있다. 4·10 총선 압승으로 원내 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장 후보 선출에 당원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트기 시작하면서다. 민주당은 ‘당원 중심 정당’이란 구호로 이 변화를 선전하지만, 당원에게 국회의원 권한을 양도하는 건 대의민주주의 원리에 엄연히 반한단 지적이 대다수다. ‘팬덤정치’가 횡행하는 현 정치 문화에서 ‘제왕적 당대표’ 현상 또한 강화할 수밖에 없다. 제왕적 당대표 현상은 대의민주주의의 주역인 정당 내 건전성을 헤친다. 세계일보와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는 공동기획으로 총 3회에 걸쳐 시리즈 ‘위기의 대의민주주의’를 통해 최근 민주당의 당헌·당규 개정 논란, 심화하는 제왕적 당대표 현상 등 대해 비판적으로 점검한다.

공동기획: 세계일보·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김승환·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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