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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이스라엘 대사 “팔레스타인 국가 안 돼…‘자치권’이 최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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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아키바 토르 주한이스라엘대사가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이스라엘대사관 집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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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지구의 미래는 팔레스타인인에게 맡겨져야 하지만, 하마스가 권력을 잡으면 어떻게 하나?”



아키바 토르 주한 이스라엘 대사는 8개월째에 접어든 가자 전쟁의 해법에 대해 “이게 바로 이스라엘의 딜레마”라며 “우리는 이스라엘을 파괴하고 공격하려는 이슬람주의 정부를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 안보”를 위해 당장 독립 국가로서의 팔레스타인을 인정할 수는 없다면서 이스라엘이 제시할 수 있는 “최대치”는 “팔레스타인의 자치”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공존할 수 있음이 확인된 다음에야 ‘두 국가 해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이스라엘방위군(IDF)의 전면전으로 3만7천명 넘는 팔레스타인인이 목숨을 잃은 상황에 대해 “비례의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일반적 시가전 비율로 따지면 (민간인 사망자 비율은) 굉장히 낮은 수준”이라고 항변했다. 이스라엘군의 공세로 가자에 억류된 인질의 목숨 또한 위태롭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국가안보에 대한 무책임한 대가라면 신중해야 한다”라고 했다. 5일 서울 광화문 대사관에서 토르 대사를 만나 이번 전쟁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스라엘은 전쟁을 어떻게 끝낼 계획인가?



“목표는 첫째, 곧 가자 지구에서 하마스 군사적, 정치적 역량을 없애는 것, 둘째, 인질 구출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는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하마스 군은 여전히 건재하며 리더 야히야 신와르는 가자지구 어디엔가 있는 듯한데, 찾을 수가 없다.”





―가자 지구를 어떻게 하려는 것인가?



“이스라엘은 가자를 재점령하지도, 정착촌을 다시 건설하지도 않을 거다. 궁극적으로 가자의 미래는 팔레스타인인에게 맡겨져야 한다. 다만 문제는 그게 어떤 모습일지다. 2005년이었다면 모르겠지만, 현재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가자에서 하마스를 이겨낼 만큼 충분히 강하지 않다. 경쟁력이 없다. 아주 짧은 시간 안에 하마스에게 권력을 빼앗길 거다. 이게 이스라엘의 딜레마다. 아직 분명하지 않지만 핵심은 팔레스타인 자치권(autonomy)이다. 이스라엘 쪽에서 아랍국가가 ‘임시 연합체’를 구성해서 팔레스타인 정부가 세워지기 전까지 가자를 관리하는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그게 어떻게 가능할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가자 주민들이 선거를 통해 직접 통치 주체를 결정하게 하면 되지 않겠나?



“민주주의든 권위주의든 이슬람 정부든 팔레스타인인이 결정할 문제가 맞다. 하지만 그들이 하마스에게 투표하면 어떻게 하나? 우리는 이스라엘을 파괴하고 공격하려는 이슬람주의 정부를 용납할 수 없다.”





―이스라엘 정보 기관 보고서처럼 가자 주민을 시나이 반도도 이주시킬 의도가 있나.



“전쟁 초기에 이스라엘이 가자에 들어가서 하마스를 파괴하려고 할 때 220만명에 달하는 민간인에 어떤 일이 벌어질 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아마도 그때 일시적으로 주민들을 (이집트) 시나이 반도로 이동시키고, 전쟁이 끝난 뒤에 집으로 돌아가게 하는생각이 있었던 것은 맞는 듯하다. 하지만 이집트 정부가 반대할 거다.”





―연정 파트너인 극우 정치인들은 사실상 ‘인종 청소’를 주장하는 것 같다.



“나는 극우 연정을 대표하지 않는다.”





―이스라엘 정부가 극우의 목소리를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 아닌가?



“일부 극우 장관들이 (내각에) 존재하지만, 그들이 정부 입장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그들의 주장을 이스라엘 정부의 시각으로 해석할 순 없다. 그들은 가자를 점령해 정착촌을 재건하길 원하지만 총리나 국방장관, 외교장관 등 이스라엘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을 거다.”



한겨레

3일(현지시각)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열린 시위에서 극우 성향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이 발언을 하고 있다. 그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과 함께 현재 이스라엘 극우 연정에 속해 있다. 이들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3단계 휴전안을 받아들일 경우, 연정에서 탈퇴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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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대원 2명을 사살하기 위해 가자 민간인 수십명을 희생시키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나?



“전쟁에서 ‘비례의 원칙’을 이야기 한다면, (그런 희생은) 정당화할 수 없다. 군사적 목표물 타격의 가치는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부수적인 민간인 피해와 어떤 방식으로든 균형을 이뤄야 한다. 최근 라파흐에서 (하마스 대원 2명을 사살하는 과정에서) 민간이 45명이 사망한 걸로 알려졌는데, 이런 결과를 미리 알았다면 이스라엘군은 공격을 하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매일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가자 보건부의 사망자 통계가 사실이라고 가정해보자. (팔레스타인인) 약 3만6천∼7천명이 사망했다. 그중 하마스 대원이 약 1만5천명이라는 이스라엘군 통계가 맞다고 가정할 때, (민간인 사망) 비율은 1.5배 정도다. 일반적인 시가전의 비율로 따지면 사실은 굉장히 낮은 수준이다.”





―이스라엘 군, 경찰이 서안지구 등에서 구호품 트럭을 막아서고 폭력을 행사하는 극우 시위대를 방관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스라엘 당국은 구호품 호송대를 보호하라는 분명한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맞다. 우리는 서안 지구의 불법 정착민, 청소년 범죄를 좀 더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





―국제사법재판소(ICJ)가 라파흐 공격을 즉각 중단하라고 했다. 이스라엘이 국제기구의 명령을 어기는 이유는 무엇인가?



“재판소의 명령은 다소 모호했다. 일부러 그런 것 같다. 일부 재판관은 팔레스타인 인구를 파괴하지 않는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면 이스라엘군이 작전을 계속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우리는 여전히 우리가 재판소 규정을 어기지 않으면서 라파흐 작전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의 이미지가 너무 나빠지는 듯하다.



“걱정되는 일이다. 하지만 국가 안보가 이미지보다 더 중요하다.”





―이스라엘은 정말 하마스를 “박멸”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하마스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이데올로기로서의 하마스는 박멸할 수 없다. 이는 이스라엘의 목표도 아니다. 핵심은 이스라엘이 우리를 해칠 수 있는 하마스의 군 지도부와 군사적 능력을 파괴할 수 있느냐다.”





―하마스가 사라져도 또 다른 극단적인 무장 조직이 나올 수 있지 않나.



“이론적으로 하마스는 진화할 수 있다. 다만, 하마스 지도부가 당장 내일 이스라엘 국가의 합법성과 존재의 권리를 인정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포기한다면 평화 조약을 받아들일 의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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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각)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서 시위대가 네타냐후 정부를 향해 가자에 억류된 인질을 구출해내라고 촉구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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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3단계 휴전안에 하마스는 찬성 입장을 밝혔다.



“하마스는 가자에서 권력을 유지하고 군사 능력을 재건하길 원한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 특히 야히야 신와르가 하마스 깃발을 들어올리며 승리를 선언하는 것을 볼 수 없다.”





―이스라엘은 두 국가 해법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분쟁 해결을 위한 현실적 대책은?



“이전 이스라엘 정부들, 그리고 대중은 독립된 팔레스타인 국가의 설립을 강력하게 지지했다. 하지만 2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 민중 봉기), 2007년 하마스가 가자를 점령한 뒤부터는 극단주의화 되지 않고 하마스 지배를 받지 않은 성공적인 팔레스타인 국가의 가능성에 대해 이스라엘은 회의적이 됐다. 현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제시할 수 있는 최대치는 강력한 팔레스타인의 ‘자치’(autonomy)이다. 가자와 서안지구를 정치, 경제적으로 자율 통치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국가의 지위’(statehood)와는 다르다. 자치권으로 유엔의 정회원국이 될 수는 없다. 팔레스타인 국가가 건설돼서 극단화 되고, 이란과 군사적 동맹을 결성하고, 이스라엘을 아주 가까이서 위협하는 무기를 들여오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은 자치를 통해 이스라엘과 공존할 수 있다. 팔레스타인의 자치가 성공적으로 발전한다면 궁극적으로 두 국가 해법으로 갈 수 있을 거다.”





―네타냐후 총리는 정말 협상 의지가 있나?



“비판가들은 그가 총선을 피하려고 전쟁을 계속한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네타냐후 총리는 원칙이 있으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선출직은 완벽하지 못하더라도 시민의 요구를 대표해야 한다.”





―전쟁이 장기화하며 인질의 목숨이 위태롭다.



“중요한 지적이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2011년 이스라엘 병사 길라드 샬리트를 구하기 위해 하마스 수감자 1000명 이상을 맞교환했다. 당시에는 그 결정이 옳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석방자 가운데는 10월7일 공격을 주도한 신와르도 있었다. 지금 다시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사람들은 맞교환을 하지 말라고 할 거다. 물론 지금은 훨씬 더 많은 인질이 붙잡혀 있다. 하지만 요지는 모든 것에 엄청난 대가를 치를 수는 없다는 점이다. 특히 그것이 국가 안보에 대한 무책임한 대가라면 더 신중히 해야 한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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