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4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금융 애로 점검 협의체' 킥오프 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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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은 살리고, 좀비기업(한계기업)은 정리하는 ‘옥석 가리기’를 더는 늦춰선 안 된다는 게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동시에 기업이 부실을 끌어안고 침몰하지 않도록 폐업ㆍ전업(轉業), 채무조정 등으로 재기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퇴로도 열어놔야 한다.
전문가들이 최근 중기 파산행이 늘어나는데도 ‘선별적 지원’과 ‘옥석 가리기’를 내세운 데는 이유가 있다. 정부의 링거 처방이 쏟아진 코로나19 이후 ‘깜깜이 부실’이 장기간 이연됐기 때문이다.
김규섭 IBK경제연구소장은 “코로나에 풀었던 지원을 거두자, 빚으로 버티던 기업들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정된 재원을 (코로나 당시처럼) 어려움 겪는 기업에만 쏟으면, 혁신ㆍ창업 기업이 발 디딜 곳이 없다”며 “이제 좀비기업 차단 등 부실 단계별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도 “이번에도 옥석을 가리지 않는다면 (정부가) 중기를 모두 살리겠다는 신호로 줄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저성장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누적된 잠재 부실이 한꺼번에 터지지 않도록, 정리 시점을 분산하는 게 옥석 가리기의 첫 단추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부실기업의 연착륙을 위해선 지속가능한 기업인지 선별하는 잣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통으로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도는 한계기업은 정리가 필요하다고 봤다. 한마디로 3년간 영업활동으로 번 돈으로는 이자조차 갚기 어려운 기업이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지난해 상반기 0.2배로, 팬데믹 기간(2019년 말~2023년 상반기)의 평균(1.1배)보다 크게 낮았다.
부실 단계별 맞춤형 대책과 함께, 한계기업 경영자가 폐업이나 재취업, 채무조정 등으로 연착륙하는 방안도 뒷받침돼야 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구조조정 기업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정부의 사회적 비용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적어도 (중소기업 임직원들이) 다시 일어설 최소한 체력인 생계비나 재취업, 재기 지원 교육 등으로 퇴로를 연 뒤 옥석 가리기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영업 시장은 과열, 재취업 일자리 연계"
자영업 부실을 해결하는 방법은 중소기업과 다르다. 상당수 전문가는 중소기업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개인사업자(자영업)의 부실은 근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 여파로 소비 트렌드가 바뀐 데다 내수시장은 크게 위축됐음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은 여전히 공급 과잉의 구조적 문제를 겪고 있어서다.
신용상 센터장은 “자영업 시장은 코로나를 계기로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퇴출을 막다 보니 공급이 넘쳐난 데다 창업 트렌드도 바뀌었다”며 “경쟁이 치열한 자영업 진입 대신 임금근로자로 전환하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추문갑 경제정책본부장도 “특히 비자발적인 창업을 막고, 재취업 일자리를 확대해야 한다”며 “이들이 일자리가 부족한 제조업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취업교육과 일자리 컨설팅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중소기업 관련해선 중소기업의 자금 상황, 금융리스크 등 금융 분야 애로사항을 점검ㆍ논의하는 협의체가 지난 4월 가동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 2월 발표한 맞춤형 기업금융 지원 방안을 현장 중심으로 점검하면서, 애로 해소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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