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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27년 만의 '동거 정부' 관측···"마크롱, 지는 싸움 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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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당내서도 “조기총선, 지는 싸움”

각종 여론조사서 극우·좌파에 밀려

RN, 르콩케트·공화당 등 연대 모색

좌파 연합도 단일 후보 내세우기로

마크롱, 우파 연대 '악마의 거래' 비난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세력에 참패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조기 총선을 선언한 후 프랑스 정치권이 수렁에 빠져드는 양상이다. 마크롱 대통령으로서는 국정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승부수를 띄운 셈이지만 집권 여당 내에서는 ‘지는 싸움’에 스스로 뛰어들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좌파와 우파 양 진영에서는 제1당 자리를 꿰차기 위한 연대 움직임에 불이 붙으면서 27년 만의 ‘동거 정부(대통령과 총리가 다른 정당 소속)’가 꾸려질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1일(현지 시간) 프랑스 집권당 르네상스 내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준비가 안 된 채로 조기 총선을 결정한 것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총리와 야엘 브론피베 하원의장은 모두 이 같은 결정에 반대했다. 집권당 소속 크리스토프 마리옹 의원은 “마크롱 대통령의 발표 후 당내 충격과 분노가 일었다”며 “그는 우리를 패배하는 전투로 보내려 하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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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조기 총선 발표 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집권당인 르네상스의 열세가 확인됐다. 해리스인터랙티브가 9~10일 프랑스 성인 27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34%가 1차 투표에서 극우 국민연합(RN)에 표를 던지겠다고 답했다.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공산당, 사회당, 녹색당 등 좌파 4당 연합은 22%로 2위를 차지했다. 르네상스의 지지율은 19%에 불과했다. IFOP가 실시한 조사(성인 1114명 대상)에서도 RN(36%)이 르네상스(18%)를 압도했다.

야권에서는 조기 총선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합종연횡이 이미 본격화됐다. 현재 가장 우세한 RN은 또 다른 극우 정당인 르콩케트는 물론 우파 공화당과의 연대도 모색하고 있다. RN의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와 마린 르펜 하원 원내대표는 최근 르콩케트의 유럽의회 선거 대표인 마리옹 마레샬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RN은 공화당과의 공조를 위해 공천 지역이 겹치지 않도록 조율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좌파에서도 4당 연합이 선거구에서 단일 후보를 내세우기로 합의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총선 결과와 관계없이 사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12일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RN과 공화당의 연대를 ‘악마의 거래’라고 비난하며 “좌우 양극단에 반대하는 시민과 정치 지도자가 중도로 뭉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30일로 예정된 1차 투표가 3주도 남지 않은 만큼 민심이 뒤집힐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총선에서 집권당이 패배할 경우 마크롱 대통령은 야당 소속의 총리, 다수당과 동거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 프랑스 사상 마지막 동거 정부는 자크 시라크 대통령 시절(1997~2002년)이다. 이 경우 마크롱 정부가 이끌어온 사회·경제 의제들의 동력은 크게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혜진 기자 suns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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