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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고유정·이은해·엄인숙·전현주…‘그녀가 죽였다’ 숨겨진 이야기 [해시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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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어 흘러나오는 이름에 ‘익숙함’이 드는데요. 이 익숙함에서 서늘함이 느껴지는 건 이들이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이기 때문이겠죠. 고유정, 이은해, 엄인숙, 전현주의 범행 과정과 결론, 현재까지 이르는 범죄 팩추얼 다큐멘터리 ‘그녀가 죽였다’가 공개되며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그녀가 죽였다’는 지난달 6일부터 공개된 U+모바일tv 오리지널 콘텐츠인데요. 대한민국 희대의 여성 살인자 5명을 다루며 11일 마지막 화가 방송됐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아 그 사건’하고 떠올릴 만한 범죄 기록을 가진 범죄자들인데요.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의 고유정, 가평 계곡 살인사건의 이은해, 연쇄 보험 살인사건의 엄인숙, 박초롱초롱빛나리양 유괴 살인사건의 전현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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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은 전 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불상지에 유기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살인범인데요. 전 남편 살해 혐의로 긴급 체포되는 순간에 “제가 당했는데요”라고 발뺌하는 장면이 공개되며 공분을 불러왔죠. 수사 과정에서 고유정의 치밀했던 사전 계획과 잔혹한 범죄 수법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전 남편 살해 관련 조사에서 현 남편의 아들 사망 사건까지 추가되기도 했습니다.

이은해는 ‘가평계곡 살인사건’으로 불리는 윤상엽 살인사건의 주범입니다. 혼인 관계에 있던 고(故) 윤상엽 씨가 가평 용소계곡에서 다이빙 도중 물에 빠져 사망한 뒤 용의자로 지목된 건데요. 결혼했지만 함께하지 않았던 부부, 이은해에게 착취당했던 윤 씨의 행적이 먹먹하게 했습니다. 그 분노는 이은해에게 향했죠. 이은해는 도주 중 붙잡힌 뒤 이를 모두 부인했습니다. 대법에서 무기징역을 확정받은 이은해는 ‘그녀가 죽였다’ 제작진에게 옥중 편지를 보내기도 했는데요. 편지에도 “오빠를 죽이지 않았다”, “의도치 않은 사고였다”, “진실은 밝혀질 것”, “자발적으로 뛰어내렸다”라며 범행을 부인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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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주는 1997년 당시 모두를 경악하게 했던 유괴 살인사건의 범인인데요. 전현주는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故 박초롱초롱빛나리 양을 유괴한 후 살해했는데요. 당시 전현주는 임신 중인 임산부라는 사실이 알려주며 충격을 더했습니다. 전현주는 이미 사건을 저지르고도 피해자의 부모에게 2000만 원의 몸값을 요구했는데요. 오로지 돈 때문에 임산부가 여자아이를 유괴 후 살해했다는 사실은 국민의 분노를 샀죠. 전현주 또한 무기징역을 받고 복역 중입니다.

일명 ‘엄여인’으로 불리는 엄인숙의 사건도 빠질 수 없는 사건인데요. 20대 여성이었던 엄인숙이 보험금을 노리고 가족과 지인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총 10명의 피해자가 발생했고, 이 중 5명은 사망, 5명은 실명했죠. 범행 대상을 지인과 가족으로 삼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오로지 보험금을 타낼 의도로 대했다는 점이 충격을 줬는데요. 거기다 엄인숙의 사이코패스 기질로 유명해진 사건입니다. 이번 ‘그녀가 죽였다’를 통해 엄인숙의 사진이 19년 만에 처음 공개되기도 했죠. 당시 취조를 담당했던 형사 또한 “연예인을 많이 보곤 했지만, 저런 미인은 처음이었다”, “다소곳하고 부잣집 딸처럼 고급스러워 보이는 미인형”이라고 전했는데요. 신뢰감이 있는 얼굴로 모두를 속여온 거죠.

이 범죄자들의 잔혹한 범죄 수범이 하나하나 공개되고 밝혀지면서 가장 힘들어하고 고통스러워했던 이들은 바로 피해자와 유족들인데요. ‘그녀가 죽였다’는 피해자들과 유족들의 이야기를 담기도 했습니다.

故 박초롱초롱빛나리 양의 아버지 박용택 씨는 방송에 나와 딸과의 마지막 이별 장면을 회상했는데요. 그는 “국과수를 갔다왔는데도 죽었다는 생각이 안 들어서 안 울었다”며 “근데 화장하러 딱 들어가는 순간부터 이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꼭 내일모레라도 올 것 같아서 눈물이 안 났는데 그걸로 영원히 끝나는 거니 그때야 눈물이 났다”고 말을 더 잇질 못했습니다. 그러고는 다시금 눈물을 훔쳐 안타까움을 자아냈죠.

직접적인 피해자 엄인숙의 친오빠도 카메라 앞에 섰는데요. 그는 엄인숙이 양 눈에 화학물질을 넣어 두 눈이 실명된 상태였습니다. 그는 “웬일로 동생이 술 한 잔 먹자고 그래서 술을 한잔했는데, 그다음부터 기억이 없었다”라며 당시를 떠올렸죠. 엄인숙의 범행 순간을 증언하던 그는 “잠깐만 쉬겠다”며 말을 잇지 못하고 촬영을 중단하는 등 여전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엄인숙의 어머니 또한 “내 딸이지만 사회에 나와서는 안 된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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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프로그램 제작진은 ‘그녀가 죽였다’ 제작 의도와 관련해 “한국에서 여성 범죄가 증가하고 있지만, 해외와 비교하면 여성 범죄에 관한 연구가 부족해 수사관들이 애를 먹는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남성 범죄보다 계획적이고 치밀한 특색을 보이는 여성 범죄에 대해 사회적 환기가 이뤄진다면 범죄예방 및 수사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일선 현장에서의 목소리에 힘을 얻어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일각에서는 소수의 여성 범죄자를 부각하는 차별적인 의도를 보인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몇몇 여성 범죄자를 두고 ‘그녀’로 특정하며 현실에 대한 왜곡된 재현이 아니냐는 의견인데요. 끔찍한 ‘악인’을 굳이 ‘성별’이 드러나는 ‘그녀’로 표현해, “저런 여자가 있을까”, “무서운 여자” 등으로 기억하게 했다는 것이죠.

제작진은 “‘성별’을 떠나서 어떤 피해자라도 발생하지 않게 하도록 혹은 그 범죄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서는 앞으로 좀 더 디테일한 연구가 필요하다”며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그 필요성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싶었다”고 재차 설명에 나섰습니다.

이 모든 범죄현장에서 그녀 혹은 그의 ‘잔혹한 범죄’가 두드러지고 충격을 주는 것보다 우선돼야 할 것은 그들로 인해 엄청난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는 피해자들과 유족들의 마음을 돌아봐야 할 텐데요. 덤덤하게 혹은 먹먹하게 그들의 범죄를 밝히며, 내 사람을 떠올리는 유족들의 아픔에 안타까운 마음을 보냅니다.

[이투데이/기정아 기자 (kki@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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