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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이슈 오늘의 사건·사고

훈련병 사망후 중대장은 1주 휴가, 강제 웃음체조…이런 軍을 위해 ‘군말 없이 죽으라’고? [매경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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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사단 훈련병 사망 사건도
인권유린·은폐·무마 의혹
수십년간 軍은 변한게 없어

병사 도구 취급 지휘관은
군 사기 저하 이적행위자


“21세기 문명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야만적 행위...군이 지켜야 할 자유 민주주의 체제 핵심은 인간의 존엄성...이를 짓밟는 반인륜적 행태는 이적행위... 군법교육과 인권교육을 지속 실시... 군은 ‘정직하지 않은 집단’이라고 손가락질 받아...지휘관들이 보신을 위해 사건·사고를 은폐하거나, 축소한다는 비판도...군복 입은 사람들이 절대 들어서는 안 될 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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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2사단 임병장 총기난사와 28사단 윤일병 집단 폭행 사망 등 군부대 가혹행위로 촉발된 사망 사건이 잇따르자 당시 한민구 국방장관이 직접 ‘지휘서신 1호’를 작성해 전군에 하달했던 내용 중 일부다. 10년의 시간을 건너 뛰어 얼마전 발생한 제12사단 훈련병 사망 사건에 이를 ‘복붙’해봐도 어찌 그리 한치도 들어맞지 않는 게 없나 싶다.

뒤집어보면 군이 지난 10년간 껍데기 외엔 변한게 없단 말이다. 이번 사건은 지휘관의 시대착오적 권위주의와 미흡한 초동대처, 말바꾸기와 은폐·무마 의혹, 가해자 감싸기 등 군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들을 하나하나 밑줄쳐가며 재확인시켜줬다.

중대장과 부중대장이 훈련병에게 시켰다는 군기훈련은 규정을 대놓고 무시했다. 완전군장 상태에서 구보와 팔굽혀펴기, 선착순 달리기를 시켰다. 낮기온이 27도를 웃도는 뙤약볕 아래였고, 군장엔 책 등을 더 집어넣어 무게 40kg를 채우도록 했다는 의혹도 있다. 입대 9일차 훈련병에겐 가혹행위, 사실상 고문이다. 군사독재정권 시절인 1980년 이미 대법원은“완전군장 구보는 가혹행위”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고 하는데 이런 악습이 어떻게 아직까지 살아남았을까.

사건 발생 이후 군의 대처는 형편없다는 말도 아까울 정도다.

군기훈련을 지시한 중대장은 1주일 휴가를 갔고 부대에선 친절하게 전우조까지 동행시켰다. 장교가, 본인이 가해 당사자인 중대인명 사건이 터졌는데, 영내에 남아 수습하기는 커녕 심리불안을 이유로 휴가를 간다는 마인드도 이해할 수 없고, 이를 허가해준 군 역시 이해불가이긴 마찬가지다.

가해자인 중대장이 후송 구급차에 동승해 병원측에 사건 경위를 축소해 진술했다는 의혹도 있고, 훈련병을 최초로 진료한 신병교육대 의무실의 의무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등도 드러났다. 중대장에게 멘토 배정 및 심리지원을 했네 안했네, 군기훈련 도중 동료 훈련병들이 사망한 훈련병의 이상증세를 보고했네 안했네 등등 군은 계속해서 말을 뒤집고 있다.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은 사건 발생 18일이 지난 뒤에야 중대장과 부중대장을 피의자로 입건했다는데, 소환은 또 언제나 할지 모르겠다. 그 긴 시간동안 증거인멸과 말맞추기, 동기 훈련병들에 대한 회유는 없었을지 두눈을 부릅뜨고 감시할 일이다. 이 상황에서 사단측이 병사들에게 ‘웃음체조’를 강제로 실시하게 해 큰 소리로 웃게 만들었다고 하는데, 이건 그냥 공포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블라인드에는 사건 후 열린 사단 긴급회의에 참석한 작전장교라고 주장하는 이가 ▲지병 문제로 사망한 것으로 결론내야 부대 피해가 최소화됨 ▲기자들에게 부대 내 정보 철저히 통제 ▲이번 사태가 여군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지 않도록 해당 중대장을 보호할 것 등의 내용이 회의에서 논의됐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글의 진위여부는 확인할 길 없으나 제발 이것만은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군 지휘관의 가장 중요한 책무 중 하나는 부하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다. 조직과 상관이 자신을 지켜준다는 믿음이 있다면 병사들도 목숨을 걸고 싸울 수 있다. 전 해병 1사단장 말처럼 “죽으라면 군말 없이 죽도록 훈련돼서”가 아니라 신뢰 때문이다. 부하들을 출세와 진급 도구로만 취급하고 인권을 짓밟다가, 문제가 터지면 은폐하기 급급한 지휘관들이 이끄는 군대에서 충성과 단결을 기대할 수 없다. 이런 자들은 이적행위자에 다름 아니다.

매일경제

이호승 콘텐츠기획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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