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티베트 관련 이슈를 토대로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최근 티베트가 중국 영토라는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 법안을 통과시킨 미국 의회가 대표단을 티베트 망명정부에 파견해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만난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마이클 매컬 미 하원 외교위원장이 이끄는 의회 대표단은 18∼19일 티베트 망명정부가 수립된 인도 북부 다람살라를 방문한다. 방문단에는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달라이 라마.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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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원들은 그간 종종 다람살라를 찾아 달라이 라마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혀왔지만 특히 이번 대표단 방문은 미·중 갈등 상황에서 미 하원이 최근 ‘티베트·중국 분쟁법’을 통과시킨 직후 이뤄지는 이벤트라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 하원이 지난 12일 통과시킨 이 법안은 티베트가 옛날부터 중국 영토였다는 중국 당국의 주장을 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티베트 사람·역사·제도에 대한 중국 당국의 허위 주장 대응과 관련한 자금 지원도 명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달라이 라마는 무릎 치료 차 이달 중 미국을 찾을 예정이라 그의 행보에 관심이 더 쏠린 상태다. 달라이 라마는 과거 여러 차례 미국을 방문해 미국 대통령을 만났지만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는 2021년 취임 후 만난 적이 없다.

미 의회 대표단의 다람살라 방문과 비슷한 시기에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도 인도를 방문한다. 다만 매컬 위원장은 다음 주 다람살라 방문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은 상태이며, 미 국무부와 백악관 측도 달라이 라마가 바이든 대통령, 설리번 보좌관, 캠벨 부장관 등을 만날지 여부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외교가에서는 중국 관련 이슈가 미국 연말 대선 호재라는 점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포함해 미 의회와 행정부 고위직들이 ‘중국 때리기’ 차원에서 달라이 라마를 만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방의 티베트 문제 거론에 대해 내정 간섭이라며 민감한 반응을 보여온 중국은 달라이 라마와 미국 측 인사 간 교류에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류펑위(劉鵬宇)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이달 초 “중국은 달라이 라마의 반중 분리주의 활동을 단호히 반대하며, 어느 나라 관리들이 그와 어떤 형태로든 접촉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티베트 불교는 달라이 라마의 사후 그가 환생한 소년을 찾아 후계자로 삼는 전통을 수백년 간 이어왔다. 달라이 라마는 관음보살의 화신으로 여겨진다. 현재 달라이 라마는 두 살이던 1937년 달라이 라마의 환생을 검증하는 여러 시험을 통과한 끝에 14대로 인정받았고 1940년 공식 즉위했다.

이후 그는 1959년 독립을 위한 봉기를 주도했다가 실패한 뒤 다람살라에 티베트 망명정부를 세우고 비폭력 독립운동을 이어왔다. 1989년에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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