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1 (금)

유인원이 인력거 끄는 뮤비…日 유명 밴드 인종차별 논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콜럼버스·베토벤·나폴레옹이 유인원 가르치는 장면 담아

일본 내부에서도 "식민지배·인종차별 옹호하느냐" 비판

J-POP 유행으로 우리나라에도 얼굴을 알린 일본의 유명 밴드 미세스 그린 애플(Mrs. Green apple)의 새 뮤직비디오가 인종 차별적인 내용을 담아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콜럼버스, 베토벤 등 서양의 인물들이 유인원을 계몽하는 장면들이 주를 이루는데, 이것이 식민주의를 떠올리게 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14일 아사히신문은 일본 코카콜라가 미세스 그린 애플의 신곡 '콜럼버스'를 사용한 모든 광고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코카콜라는 해당 곡을 '코크 스튜디오'라는 음악 광고 캠페인의 주제곡으로 사용하고 여러 버전의 광고를 내보내고 있었다. 코카콜라 관계자는 아사히에 "이 곡을 사용한 모든 광고의 방영을 정지했다. 뮤직비디오의 내용에 대해서는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아시아경제

현재는 비공개 처리된 미세스 그린 애플의 뮤직비디오 '콜럼버스'의 한 장면. 네티즌들은 음반사가 영상을 비공개하자 자체적으로 이를 재업로드 하고 있다. (사진출처=Beast Roaf 유튜브 채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곡의 가사는 항해하는 콜럼버스처럼 상대에게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다가가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나, 12일 공개된 뮤직비디오에서는 이와는 사뭇 다른 스토리를 사용했다. 콜럼버스, 나폴레옹, 베토벤으로 분장한 밴드 멤버들이 유인원을 계몽하는 내용이다. 콜럼버스가 유인원에게 인력거를 끌게 시키고, 나폴레옹은 말을 타는 방법을 가르치고, 베토벤은 피아노를 가르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심지어 분장한 멤버들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도 뒤에 유인원들이 팔을 흔들거나 사방팔방을 뛰어다니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아시아경제

미세스 그린 애플의 뮤직비디오 '콜럼버스'에서 유인원이 인력거를 끌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Beast Roaf 유튜브 채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뮤직비디오 논란은 급속도로 확산됐고, 교수 등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아사히는 사회학자인 미나미카와 후미노리 도시샤대 교수를 인용 "인종차별이나 역사 인식 면에서 배려가 결여된 부적절한 영상"이라며 "비서구권에서 식민주의를 배경으로 한 억압과 정복, 인종차별을 긍정하는 표현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이 주제로 내세운 콜럼버스는 대항해 시대 신대륙을 발견한 영웅으로 보이지만 요즘에는 원주민 정복, 학살, 식민지배를 상징하는 존재로 재평가받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영상의 백인 위인들이 유인원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서양 문명이 우위에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며, 유인원들이 바나나를 손에 쥔 모습이나 인력거를 끄는 모습은 흑인 노예 제도를 떠올리게 한다고 비판했다. 미나미카와 교수는 "무엇보다 일본 아티스트가 백인 위인에게 동조하는 방식으로 차별적 표현을 반복한 것이 문제"라며 "본인들을 명예 백인인 것처럼 상정해 비서구권인을 업신여기는 태도를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식민주의와 차별 문제에서 일본도 자유롭지 않음에도 불구, 이를 경시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시아경제

미세스 그린 애플의 뮤직비디오 '콜럼버스'에서 베토벤이 유인원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모습. (사진출처=Beast Roaf 유튜브 채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결국 음반사 유니버설 뮤직은 "역사와 문화적 배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며 뮤직비디오를 비공개로 돌렸다.

코카콜라 측도 "코카콜라는 어떠한 차별도 용인하지 않는다. 이번 사태를 유감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 사건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와 전혀 다른 것"이라고 아사히에 전했다.

결국 밴드 마스터인 오모리 모토키가 직접 사과문을 내놨으나,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오모리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 유인원, 홈파티, 즐길 수 있는 뮤직비디오를 키워드로 뮤직비디오를 구상했었다"며 "결코 차별이나 비참한 역사를 긍정하는 내용으로 만들고 싶은 의도는 없었지만, 의도와 다르게 전달됐을 때의 가능성까지 생각하지 못한 우리의 배려 부족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