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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서울의대 교수들 “앞으로 일반 진료 아닌 중증·희귀질환 집중…‘3분 진료’ 달라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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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휴진 기간을 시작으로 서울대학교병원은 중증‧희귀질환 환자 진료에 집중하는 진정한 최상급종합병원의 역할에 충실할 것입니다.”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예고한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중증·희귀질환 환자들과 서울대병원 직원들에게 “휴진은 올바른 의료체계를 만들려는 노력”이라며 정당성을 강조했다.

세계일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등 방문객들이 오가고 있다. 앞서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가 17일부터 무기한 집단 휴진을 결의한 것을 시작으로 대한의사협회는 18일 집단 휴진과 총궐기대회 개최를 예고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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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는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정부 측에 근거와 협의에 기반해 의료정책을 수립할 것을 약속해 달라고 요청해 왔으나 더 이상은 버틸 수 없어 마지막 몸부림으로 전체 휴진을 결의했다”며 “정부를 향한 이런 부르짖음이 서울대병원만을 믿어오신 중증‧희귀질환 환자분들께 절망의 소리가 되리라는 것을 저희가 충분히 헤아리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비대위는 “전체 휴진은 정규 외래 진료와 정규 수술 중단을 뜻하고, 중증‧희귀질환 환자분들께는 휴진 기간에도 차질 없이 진료가 진행될 것”이라며 중증·희귀질환 환자 진료는 중단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일반 환자 아닌 중증·희귀질환 환자에 집중”

비대위는 이번 휴진을 계기로 ‘3분 진료’로 일컬어지는 짧은 진료 시간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그간 서울대병원은 최상급종합병원임에도 불구하고 공정하지 못한 보상으로 인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1·2차 병원과도 경쟁하며 많은 경증 환자를 중증‧희귀질환 환자와 함께 진료했다”며 “중증‧희귀질환 환자분들께서 서울대병원에서 마땅히 누려야 할 충분한 의료진의 시간과 병원의 자원을, 1·2차 의료기관과 지역 의료기관에서도 충분히 좋은 의료 서비스를 받으실 수 있는 일반 환자분들과 경쟁하시도록 방치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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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대의대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강희경 서울의대 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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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는 “진료 예약은 쉽지 않고 대기 시간은 길며 막상 의사를 만나는 시간은 3분이 채 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셨을 것인데, 이제 달라져야 한다”면서 “이번 전체 휴진 기간을 시작으로 서울대병원은 중증‧희귀질환 환자 진료에 집중하는 진정한 최상급종합병원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했다. 이어 “이런 변화로 병원의 수익이 감소한다면, 이는 바로 우리나라 현재 수가체계의 문제를 보여주는 것이며 대통령께서 약속하신 수가체계 개선에 필요한 재정 지원의 규모를 가늠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수·전공의 아닌 정책 결정권자에게 요구해달라”

휴진에 나서는 교수들을 비판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 조합원을 향해서는 “함께 환자를 돌보는 동료로서, 국립대병원 노동자로서, 올바른 의료체계를 만들고자 하는 교수들의 노력에 함께해달라”고 부탁했다.

비대위는 “13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는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가진 자율성과 특권을 공익을 위해서 사용할 것을 주문했다”며 “이번 휴진 결정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은 현 의료 사태를 해결하고자 하는, 공익을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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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과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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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과로로 순직하지 않으려면 사직할 수밖에 없는 교수들에게 지금의 일그러진 진료를 지속하라 강요하지 말아달라”며 “정책 결정권자들에게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는 공공의료를 먼저 강화하라고 해달라”고 말했다. 또 “의대 정원은 의료체계를 먼저 개선하면서 여기에 필요한 의사 수를 기준으로 결정해 달라고, 제대로 된 교육이 가능한 만큼의 의대 정원을 확정하라고 요청해달라”고 했다.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 관련해서도 “젊은 의사들이 돌아와 다시 장시간 저임금 노동을 제공하기를 기대하시지 말아달라”며 “수련생들은 수련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과 수가체계를 만들라고 병원과 정책 결정권자에게 요구해달라”고 전했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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