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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크 찍고 폴란드·태국으로… 고속철 ‘10조 시장’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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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달리는 ‘국산 KTX’

조선일보

수출 계약서 교환 - 이용배(왼쪽) 현대로템 사장과 주파르 나르줄라예프 우즈베키스탄 철도공사 사장이 14일 우즈베크 타슈켄트에서 KTX-이음 수출 계약서에 서명한 뒤 문서를 교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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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 시각)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린 한·우즈베키스탄 정상회담을 계기로 ‘KTX-이음’ 수출이 성사되면서 한국 고속철 역사에 새로운 장이 열렸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의 우즈베크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현대로템과 우즈베크 철도공사 대표는 총 6편성, 42량의 열차를 2억달러(약 2700억원)에 수출하는 첫 한국형 고속철 수출 계약서에 서명했다. 현대로템은 경정비(2년)·중정비(9개월) 등 유지·보수 서비스도 제공하기로 했다.

현대로템은 우즈베크에 수출할 열차를 현지 상황에 맞춰 일부 개조한다. 편성당 6량인 국내 KTX-이음과 달리 한 칸을 추가해 7량으로 제작한다. 장거리 운행을 고려해 편성당 식당 칸을 추가한다는 것이다. 우즈베크 면적은 한반도의 약 2배다. 우즈베크 역사 플랫폼 높이가 200㎜로 다소 낮은 점을 고려해 차량 내 계단도 설치된다. 외부 먼지나 모래를 차단하는 방진 설계도 추가한다. 차량 1편성당 길이는 175m이며, 좌석은 최대 389석이 설치된다. 현대로템은 올 9월부터 수출용 차량 설계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우즈베크 고속철 운행은 2027년 4월 시작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2027년 9월부터는 전체 6편성이 모두 공급돼 운행될 것”이라고 했다. 열차는 우즈베크 타슈켄트~부하라(590㎞) 구간과 추후 개통하는 부하라~히바(430㎞), 미스켄~누쿠스(196㎞) 구간 등 총 1216㎞ 노선에 투입된다.

이번 KTX-이음 수출은 1992년 경부고속철도 건설 착수 32년 만에 성사됐다. 한국은 지난 2004년 프랑스의 테제베(TGV)를 개량한 46량으로 첫 KTX 운행을 시작했다. 프랑스에서 기술을 이전받은 현대로템은 2008년 ‘KTX-산천’을 내놨다. 이전까지 고속철도 기술을 보유한 국가는 일본, 프랑스, 독일뿐이었다. 이후 KTX-이음, KTX-청룡 등이 추가로 개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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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8년 4월 경남 마산항에 입항된 후 조립을 위해 운송되는 프랑스 알스톰사의 테제베(TGV) 고속열차(왼쪽 사진). 당시 고속철 경험이 없던 한국은 프랑스의 기술을 이전받아 고속철 기술을 익혔다. 2004년 국내에서 운행을 시작한 첫 KTX는 TGV의 외관을 바꾼 것이었다. 그로부터 20년 후인 2024년 현대로템이 만든 고속열차 KTX-이음(오른쪽 사진)을 개조해 우즈베키스탄으로 수출하게 됐다. KTX-이음은 고속철의 핵심 부품인 전기 추동 장치를 비롯해 전체 부품의 87%가 국산이다. /코레일프랑스


이번 계약을 통해 한국은 고속철 수출국이 됐다. 현대로템의 제작 기술,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유지·보수 노하우 등 민관 협력으로 이뤄낸 성과란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우즈베크 고속철 사업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현대로템은 스페인 회사와 경합했는데 기술·가격 경쟁력을 모두 인정받았다고 한다. 현대로템의 고속철 차량 승객 1인당 입찰 가격이 스페인 차량의 60% 수준이었다고 국토부 관계자는 밝혔다. KTX-이음은 각 차량에 엔진이 달린 동력 분산식 열차다. 차량마다 동력 장치가 있기 때문에 힘이 좋아 더 많은 승객을 실어 나를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작년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샵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크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대규모 교통 인프라 사업에 대한 협력을 요청했었다. 대통령실은 “우즈베크에 우리 기술력으로 개발한 고속철 차량을 최초로 수출함으로써 본격적인 한국 고속철의 세계 시장 진출을 개시하게 됐다”고 했다.

KTX-이음은 고속철의 핵심 부품인 전기 추동 장치를 비롯해 제동장치, 주변압기, 승객 출입문 등 전체 부품의 87%가 국산이다. 이번 KTX-이음 수출로 국내 중소 부품 공급사 128곳이 해외 시장에 동반 진출하는 길이 열렸다. 국토부는 이번 수출을 계기로 중앙아시아는 물론 10조원 이상 규모로 추정되는 폴란드, 태국, 모로코 고속철 사업 진출 경쟁력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양국은 이날 텅스텐, 몰리브덴 등 반도체·이차전지 소재가 되는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 파트너십 MOU(양해각서)’도 체결했다. 핵심 광물 탐사 단계부터 개발, 정련, 제련, 활용까지 전(全) 주기적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경제성이 확인된 광물은 우리 기업이 우선하여 개발·생산에 참여할 기회를 갖는다.

양국은 ‘우즈베크 지역난방 현대화 협력 MOU’도 체결했다. 이로써 한국지역난방공사와 한국 기업의 우즈베크 지역난방 현대화 사업 참여가 쉬워졌다. 국방·방산 분야 협력도 확대하고 한국이 우즈베크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도 지원하기로 했다.

[타슈켄트=양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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