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벳푸 온천 여행
벳푸 간나와 온천 五感 만족
벳푸 간나와 온천지구의 7대 지옥 온천 중 가장 규모가 큰 바다 지옥. 수심 200m가 넘는다고 한다. 섭씨 98도의 온천수가 뿜어내는 증기가 장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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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이 익숙한 한국인에게도 일본 최고의 온천 도시 벳푸(別府)는 여러모로 새롭다. 시내 곳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온천 증기와 온천수를 활용해 만든 색다른 음식이 눈앞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3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도시에서 성분이 다른 다양한 온천수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도 벳푸만의 매력이다.
1950년 국제관광온천문화도시로 지정된 이 도시에는 벳푸, 간나와(鉄輪), 간카이지(観海寺), 묘반(明礬), 가메가와(亀川), 시바세키(柴石), 호리타(堀田), 하마와키(浜脇) 등 8개 온천지구가 있다. ‘벳푸 팔탕’이다. 벳푸가 속한 오이타(大分)현은 온천수와 용출량 모두 일본 최고, 최대로 진흙 온천이나 소금 온천같이 생소한 온천이 많다.
● 간나와 온천과 탕치(湯治) 문화
벳푸 시내 전경. 곳곳에서 온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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벳푸 시내 중심에 있는 간나와 온천은 벳푸 온천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벳푸 온천의 시작은 지금처럼 물에 몸을 담그는 것이 아니라 온천수 증기를 쬐는 ‘무시유(蒸し湯)’였다. 이 방식은 가마쿠라 시대 중기인 1276년 정토종 승려 잇펜 쇼닌(一遍上人)에게서 비롯됐다.
전국을 순회하며 포교 활동을 하던 잇펜이 벳푸에 도착했을 때의 광경은 흡사 지옥과 같았다고 한다. 땅에서 뜨거운 증기가 솟아오르고 온천수와 흙탕물이 곳곳에서 분출했다. 아비규환 같은 환경에 사는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 잇펜은 증기로 몸을 편안하게 하는 무시유를 생각해낸 것이다.
잇펜이 그렇게 해서 만든 온천이 간나와 온천지구 한복판에 있는 ‘간나와 무시유’다. 지금도 이 온천 접수대 앞에 잇펜을 기리는 나무 조각상과 공덕비가 서 있다.
간나와 온천지구를 흐르는 온천수. 뜨거운 온천수에서 서식하는 이끼 때문에 초록색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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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무시유 방식은 이렇다. 찜질방 비슷한 공간에 들어가면 불면증에 좋다는 약초인 석창포가 바닥에 깔려 있다. 석창포 바닥에서 돌베개를 베고 8∼10분 동안 누워서 증기찜을 한다. 고슬고슬한 석창포 덕분에 뜨거운 열기가 바로 몸에 닿지 않으니 견딜 만하다. 1급수에서만 자라는 석창포를 사용하는 온천은 벳푸에서 간나와 무시유가 유일하다고 한다. 무시유는 무릎 등 관절이 안 좋은 사람에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금은 1100엔(약 9600원).
‘간나와 무시유’의 석창포 깔린 증기찜 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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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유는 온천을 통해 병을 고치는 벳푸의 ‘탕치 문화’를 낳았다. 간나와 온천은 나트륨, 염분, 철분이 풍부해 근육통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간나와 온천지구에는 일본 전통 숙박 시설인 료칸(旅館)과 비슷한 탕치 숙박 시설 20여 곳이 있다. 치유를 목적으로 간나와에 오는 일본인들은 보통 3주간 탕치 숙박 시설에 머물며 온천을 한다. 1박당 숙박료는 5000엔(약 4만3600원)이지만 장기 숙박하면 할인도 가능하다.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 탕치 숙박 시설에는 공동 조리장이 있어 인근 상점에서 식재료를 사와 직접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다.
간나와 온천지구의 또 다른 장점은 입장료가 100엔(약 872원)에서 1100엔까지 다양한 온천이 있다는 것이다. 100엔짜리 온천은 벳푸시나 벳푸온천조합이 관리하는데, 수건은 제공하지 않는다.
간나와 온천 무료 족욕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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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몇몇 온천에서는 왕대나무를 이용해 온천수를 식혀 공급한다. 간나와 온천지구에서 가장 큰 효탄온천은 높이 5∼6m, 넓이 50㎡ 규모의 간이 시설에 왕대나무를 걸어놓고 온천수를 흘려 온천수를 식힌다. 왕대나무를 거친 온천수는 온도가 섭씨 100도에서 40∼45도로 낮아진다. 또 온천지구 곳곳에는 무료 족욕장이 있어 발에 쌓인 여독을 잠시 풀 수 있다.
벳푸 시내 곳곳에는 약사보살을 모신 법당이 있다. 불교에서 중생의 질병을 고쳐 준다는 보살이다. 탕치 문화가 널리 퍼진 데 불교의 영향이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온천 요리 ‘지옥찜’
지옥 온천 순례는 눈 호강에도 안성맞춤이다. 지옥은 뜨거운 흙탕물이 수증기와 함께 분출하는 모습이 가히 비현실적이다. 벳푸에는 △바다 지옥 △피의 연못 지옥 △소용돌이 지옥 △흰 연못 지옥 △귀석 스님 지옥 △가마솥 지옥 △귀산 지옥 등 7개 온천이 있다. 이 중 바다 지옥, 피의 연못 지옥, 소용돌이 지옥, 흰 연못 지옥은 일본의 ‘국가 지정 명승(名勝)’이다. 1910년 바다 지옥을 유람 시설로 정비해 입장료를 받은 것이 오늘날 지옥 온천 순례의 시초다.
지옥 온천 중에서 가장 큰 바다 지옥은 867년 쓰루미다케산(鶴見岳) 화산 폭발로 생겨났다. 온천물 색이 바닷물 같은 코발트블루여서 바다라는 명칭이 붙었다. 온천수가 푸른색을 띠는 이유는 황산철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어서다. 온도는 섭씨 약 98도이며 수심이 200m를 넘는다. 온천 근처에 가면 열기가 느껴진다. 바다 지옥의 고열을 활용해 찐 ‘지옥찜 구운 푸딩’ ‘극락 만두’와 온천수로 삶은 달걀이 명물이다.
지옥찜이 온천 증기 아궁이 위에서 쪄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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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 증기와 물로 몸이 편안해졌다면 오감(五感) 중 다른 감각에도 기회를 줘야 한다. 빠뜨릴 수 없는 것은 미각 체험이다. 벳푸에 왔다면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지옥찜(地獄蒸し)은 꼭 먹어 봐야 한다. 신선한 채소와 고기, 해산물을 대나무 소쿠리에 담아 온천 증기로 쪄서 먹는 지옥찜은 에도시대(1603∼1868년)부터 내려온 이 지역 전통 요리다.
탕치 숙박 시설에서 식재료를 산 다음 근처 지옥가마솥(地獄釜)이 있는 여관에서 조리할 수 있다. 채소, 고기, 새우 등을 담은 대나무 소쿠리를 아궁이에 걸친 가마솥에 올리고 나무뚜껑을 덮어 8분 정도 익히면 된다. 취향껏 한 소쿠리에 담을 수 있는 식재료 값은 2000∼2500엔(1만7500∼2만1600원)이다. 탕치 숙박 시설인 다이코쿠야(大黑屋)에서는 지옥가마솥을 90분에 700엔이면 이용할 수 있다. 물과 조미료 등도 준비돼 있다.
벳푸만(灣)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 있는 그랜드 머큐어 벳푸만 리조트&스파는 색다른 경험을 더해 준다. 야외 노천탕에서 보는 일몰은 이 호텔의 자랑거리다. 아침, 저녁, 온천, 바(bar) 이용 등이 포함된 올 인클루시브 서비스는 1인당 18만∼21만 원.
그랜드 머큐어 호텔에서 제공하는 오이타 와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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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과 저녁은 특급 호텔 수준 뷔페로 제공된다. 저녁 메뉴인 오이타현 특산품 ‘오이타 와규’와 벳푸 근해에서 잡은 싱싱한 해산물은 일품이다. 생맥주를 포함한 다양한 주류와 디저트도 수준급.
이 호텔은 조만간 현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여행을 위해 ‘무스비비토(結びビト·이어주는 사람이라는 뜻)’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현지 사정에 정통한 안내인이 동행하며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조니치지(朝日寺)에서의 좌선(坐禪)과 향낭(香囊·향주머니) 만들기는 벳푸 여행을 더 뜻깊게 했다. 향낭 만들기는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이재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스님들이 피난소로 직접 찾아가 만들어 주면서 시작했다고 한다. 향낭은 10개 향초(香草)를 배합하는 방법에 따라 각기 다른 향기가 난다.
구도 다쿠겐(工藤卓元) 조니치지 주지는 “향낭은 길게는 6개월까지 향기를 뿜어낸다”며 “직접 만든 향낭은 집으로 가져가 서재나 옷방에 놔두면 좋은 기운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 벳푸 가는 길=두 가지 방법이 있다. 인천공항∼오이타 직항 비행기를 타고 벳푸로 들어가거나 후쿠오카를 통해 벳푸에 갈 수 있다. 제주항공이 월, 화, 목, 금, 토요일에 하루 한 번 인천공항에서 오이타 직항을 운항한다. 운항 시간은 2시간 5분. 공항에서 벳푸까지는 공항 특급버스 에어라이너를 타면 된다. 요금은 1600엔(약 1만4000원)이며 30분가량 걸린다. 후쿠오카를 통해 가는 경우 하카타역에서 벳푸역까지 급행열차 소닉을 타거나 하카타 버스터미널에서 벳푸 기타하마까지 고속버스를 타면 된다. 요금은 각각 2550엔(약 2만2300원), 3250엔(약 2만8500원).
글·사진 벳푸=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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