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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佛극우 압승 이유…“재정 적자 모르겠고, 세금 깎아 줄게” [★★글로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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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 공약 남발하는 극우 RN
“전기·가스 부가세 20%→5.5%
30세 이하 근로자 소득세 면제”

英 ‘리즈 트러스’ 예산과 비교해
연간 재정 적자 약 2배 커질 위험
“선물 보따리지만 살 돈이 없다”


매일경제

지난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 유럽의회 선거 운동에서 마린 르펜(왼쪽) RN 하원 원내대표와 조르당 바르델라 RN 대표가 미소 지으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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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럽의회 프랑스 선거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 여당 르네상스당이 14.6%의 득표율에 그쳐 31.5%의 득표율을 기록한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에 참패했습니다.

급기야 마크롱 대통령은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예상보다 강력한 극우 돌풍에 놀라 ‘정치적 도박’에 나선 셈입니다.

프랑스에서 극우 정당이 압승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이 주목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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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세의 조르당 바르델라 RN 대표. [사진=로이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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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RN이 재정적자가 심각하게 악화될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세금을 깎아 주겠다는 포퓰리즘 공약 선물 보따리를 건넨 결과라고 13일(현지시간) 분석했습니다.

RN이 내건 공약들 가운데 포퓰리즘 성격이 다분한 공약은 대표적으로 전기·가스 등에 대한 세금 인하가 있습니다.

조르당 바르델라 RN 당대표는 최근 이들 항목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기존 20%에서 5.5%로 인하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국민 불만이 많은 비싼 고속도로 통행료를 줄인다면서 고속도로 국유화라는 파격적인 조치도 약속했습니다.

바르델라 대표는 “자동차 운전과 집 난방이 명품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RN은 이외에도 해외로의 인재 유출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30세 이하 근로자들에게 소득세를 면제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특히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국민적인 반발을 무릅쓰고 추진한 연금 개혁에 반대하면서 지지세를 확보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재정 고갈을 이유로 연급을 지급받는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변경했는데, RN은 처음에 오히려 연령을 60세로 낮추자고까지 제안했다가 현행 유지 입장을 취했습니다.

RN은 당시 ‘우클릭’의 진수를 보여 줬습니다.

연금 개시 연령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부족한 자금은 이민자들에 대한 지원을 줄여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유럽에서는 최근 고물가와 경제 성장 정체, 집값 고공 행진 등으로 인해 이민자에 대한 불만 여론이 팽배합니다.

자신에 대한 재정 지원, 본인들이 일한 성과를 이민자가 무상으로 가로챈다는 인식입니다.

포퓰리즘은 통상 실현되지 않는 ‘미끼 공약’입니다. 하지만 극단주의 세력이 권력을 쥐게 될 경우에는 상황이 다를 수 있습니다.

마크롱의 오른팔이라는 별명을 가진 브루노 르메르 프랑스 경제부 장관은 지난 11일 “RN이 그들의 공약으로 정책을 시행할 경우 리즈 트러스식 부채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는 지난 2022년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했습니다. 대출 금리가 급등했고, 파운드화는 폭락했습니다. 그야말로 금융 위기가 닥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문제가 일파만파 커지자 그는 감세 방침을 철회하고 취임 44일 만에 총리직에서 물러났습니다.

독일의 컨설팅 기업인 아스테르(Asterès)는 RN의 정책들이 실제 실행될 경우 프랑스의 연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 비중이 3.9%로 추산된다면서 이는 리즈 트러스의 정책 추진으로 인한 재정 적자 규모 대비 비중보다 약 2배 큰 수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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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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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 선거 결과 이후 ‘비상사태’임을 직감한 마크롱 대통령은 즉각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선포했습니다.

시장은 요동쳤습니다. FT에 따르면 프랑스의 은행인 BNP파리바, 소시에테 제네랄, 크레디트 아그레콜 주가가 급락해 시총이 총 100억유로(약 15조원) 증발했습니다.

RN의 고속도로 국유화 공약에 고속도로 사업권을 가진 업체들도 타격을 입었고, 프랑스의 에너지기업인 엔지 역시 주가 하락을 겪고 있습니다.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경제학자 올리비에 블랑샤르는 “RN의 ‘프로그램’은 정부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에게 주는 선물 보따리”라며 “그러나 선물에는 비용이 드는데, 돈이 거기에 없다”고 FT에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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