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해군 소속 핵잠수함이 12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항에 정박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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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미사일 위기는 1962년 10월16일 시작해 열흘 넘게 이어진 미국과 소련(혅 러시아) 간의 핵전쟁 위기를 뜻한다. 그 시절 소련은 공산주의 국가 쿠바와 동맹을 맺었다. 쿠바에 소련 미사일 기지를 지은 다음 미국을 사정권에 두는 핵미사일을 배치하려 했다. 미국은 발칵 뒤집혔다. 강경파를 중심으로 ‘미국이 먼저 소련에 핵공격을 감행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당시 케네디 행정부는 해상봉쇄 카드를 꺼내들었다. 항공모함 등으로 쿠바를 사실상 포위한 뒤 핵미사일을 싣고 쿠바로 이동하던 소련 함대를 막은 것이다.
케네디는 당시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에게 “쿠바에서 미사일을 철거하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쿠바 해상에서 미국과 소련 양국 함대가 열흘 넘게 대치하는 동안 전 세계는 숨죽인 채 공포에 떨어야 했다. 인류 역사상 핵전쟁 발발에 가장 근접한 순간이었다. 결국 미국과의 정면승부에 부담을 느낀 흐루쇼프가 먼저 한발 물러섰다.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지 않기로 하고 핵미사일을 도로 회수했다. 그러자 미국도 상응하는 양보를 했다. 소련과 국경을 접한 튀르키예에 배치된 핵미사일을 전격 철수했다.
동서 냉전이 극심하던 1961년 미·소 정상회담에서 만난 당시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왼쪽)과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 그 이듬해인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가 터졌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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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러시아의 핵추진 잠수함이 쿠바 아바나항에 입항했다. 미국 플로리다주(州)에서 불과 160㎞ 떨어진 곳이다. 외신은 “러시아 해군이 쿠바 혁명군과 함께 미사일 타격 훈련을 실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62년 전 쿠바 미사일 위기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행여 미국을 자극할까봐 걱정이 되었는지 쿠바 국방부는 “러시아 군함은 핵무기를 운반하거나 탑재하지 않았다”며 “주변 지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옛말처럼 쿠바 앞바다에 러시아 핵잠수함이 출현한 것만으로도 핵전쟁 공포가 엄습해 오는 것은 어찌할 수 없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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