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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의사들 '집단휴진' 최후통첩…정부 "협박에 굴복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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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18일 집단행동…서울의대·연세대의대 '무기한 휴진'

의료계 '집단행동=게임체인저'…정부, 여론악화 부담

뉴스1

14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오가고 있다. 2024.6.1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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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개원의를 주축으로 한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오는 18일 전면 휴진을 예고하면서 의대 정원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갈등이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은 오는 18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에서 집단휴진과 총궐기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날 집단휴진에는 개원의들을 포함해 40개 의과대학이 소속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전의교협 조사결과 지난 14일 기준으로 휴진에 참여하는 의과대학은 최소 35곳, 병원은 50곳 이상이다.

이에더해 서울의대와 연세대의대는 17일과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다. 충북대의대도 무기한 휴진에 동참한다. 울산대의대, 가톨릭대의대 등도 추후 무기한 휴진을 논의하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무기한 휴진에 나서는 의대들이 더 확산될 수 있다. 다만 이들은 중증, 희소질환 환자를 위한 응급실, 분만실, 투석실에 대한 필수적인 분야 진료는 유지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의사들이 휴진에 들어가면 의료공백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전공의 이탈 이후 의료현장 붕괴를 막기 위해 정부 주도로 추진 중인 비상 진료에도 큰 타격이 미칠 수 있다.

어떤 경우든 집단 휴진의 폐해는 최종 소비자인 환자의 몫으로 남게 된다. 이런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밀어붙이는 데에는 지금의 의정갈등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이저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집단휴진에 따른 환자들의 불편과 불안의 유탄은 정부로도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과거 의약분업(2000년), 원격진료(2016년), 의대증원 및 지역의대 신설(2020년) 등 의료개혁 과제들이 의사들의 총파업과 같은 실력행사로 번번이 좌절된 점을 강조하면서 이번 만큼은 과거 흑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뉴스1에 "의사들 협박에 굴복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의협은 정부에 휴진 철회 조건으로 대정부 요구안을 제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의협은 의대증원 원점 재논의, 전공의 관련 각종 행정명령 취소, 정부와 의협의 일대일 협의체 구성 등을 대정부 요구안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지난 13일 열린 의협-대한의학회-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연석회의 후 브리핑에서 "구체적인 대정부 요구안을 빠르게 정리해 이르면 13일 밤 혹은 14일 오전 중으로 발표하겠다"며 "이번 주말까지 정부가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휴진 사태는 막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다만 지난 14일까지도 대정부 요구안은 나오지 않았다. 이에대해 의협 관계자는 "주말이 되어서야 (대정부 요구안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며 "(정부에 답변을 받는 시일도) 미뤄질 수 있다"고 답했다.

가장 먼저 무기한 휴진을 발표한 서울의대-서울대학교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정부가 의정협의체 등 대책마련에 나서지 않는다면, 집단휴진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강희경 서울의대 비대위원장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서울의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우리를) 존중하고 신뢰한다는 확신이 들면 (전면휴진 철회를) 논의하고 싶다"며 "(정부는) 다양한 명령을 동원하고, 고집하는 대신, 긴 안목으로 함께 모여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해 나갈 '상시적 의정 협의체' 구성과 운영을 서둘러달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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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대·서울대학교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강희경 위원장(가운데)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의대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증·희귀질환 환자 진료 방침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4.6.1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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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총파업 참여율이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가 전날(15일) 발표한 서울의대 산하 4개 병원(서울대학교병원·분당서울대학교병원·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서울대병원 강남센터)의 임상 진료과별로 휴진 여부를 조사한 결과 오는 17일부터 22일까지 외래 휴진 또는 축소, 정규 수술·시술·검사 일정 연기 조치를 시행한 교수는 총 529명으로 파악됐다.

이는 진료에 참여하는 전체 교수 967명 중 54.7%에 해당하는 수치고, 수술장이 있는 3개 병원의 합계 수술장 예상 가동률은 62.7%에서 33.5%로 떨어질 걸로 조사됐다.

의대교수, 개원의들은 집단휴진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일부 필수의료 교수들은 집단휴진에 불참하겠다고 연일 선언하고 있다.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 대한아동병원협회, 대한분만병의원협회 등은 "환자를 두고 떠나기 어렵다"며 불참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3일까지 휴진신고를 완료한 의원급 의료기관은 총 1463곳으로 전체 명령 대상 의료기관 3만6371곳 중 4.02%에 그쳤다. 지난 2020년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의협이 주도한 집단휴진의 참여율은 10.8%였는데, 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이는 집단 휴진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들이 많다는 의협의 주장과 정반대의 결과이기도 하다. 의협이 지난 9일 발표한 의사 회원 11만1861명을 대상으로 집단행동에 관한 찬반 투표 결과에 따르면 7만800명(63.3%)가 참여했고, 이들 중 5만2015명(73.5%)이 휴진을 포함한 집단행동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었다. .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오는 18일 전체 의료기관에 대해 의료법 제59조 제2항에 따른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할 예정이다. 이를 위반하면 15일의 행정처분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각 의료기관은 휴진 신고를 했어도, 정당한 사유가 없는 경우라면 진료를 해야한다. 또 당일 휴진율이 30%를 넘으면 정부와 각 지자체가 현장채증에 나설 계획이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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