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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5 (화)

“생명보다 의사증원 반대가 중하냐”는 의대교수의 쓴소리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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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들의 집단 휴진 개시 전날인 16일 서울대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가 이동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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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17일부터 시작하는 무기한 휴진에 전체 진료 교수의 절반 이상이 참여한다고 한다. 또 세브란스병원은 27일부터 전면 휴진에 들어가고, 서울아산병원 등 다른 대형병원 교수들도 무기한 휴진을 논의하는 등 집단 휴진이 확산될 조짐이다. 이들에겐 “사람 목숨을 볼모로 삼지 말라”는 환자와 가족들의 절규가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6일 휴진 첫 주 동안 참여할 교수가 500명이 넘어 수술실 가동률이 평상시의 30%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전공의들의 집단 행동으로 수술실 가동률이 60%로 떨어졌는데, 이보다 절반이나 더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발표가 환자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 것이라는 사실은 교수들이 더 잘 알 것이다. 그럼에도 천연덕스럽게 “이해해달라”고 하니 참으로 황당하다. 교수들의 눈에 환자의 고통은 안 보이고, 전공의들의 미래만 걱정되는가. 이러니 “환자들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에 진정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게 아닌가.



그나마 의료계 집단 휴진에 불참을 선언하는 의사들이 늘고 있어 위안이 되고 있다. 전국분만병의원협회 소속 140여곳과 120여개 아동병원이 속한 대한아동병원협회는 정상 진료를 하겠다고 밝혔다.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는 정부의 낮은 수가 정책 등에 불만이 컸던 진료과다. 그럼에도 차마 환자를 외면할 수는 없다며 불참을 선언한 것이다. 대한의사협회가 주도하는 휴진일인 18일에 맞춰 휴진하겠다고 신고한 병의원은 전체의 4% 수준에 불과하다.



뇌전증 전문 교수들로 구성된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도 집단 휴진 불참을 선언했다. 홍승봉 위원장은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의대 증원 문제가 사람의 생명보다 더 중요한가. 환자가 죽는다면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정당화될 수 없다”고 동료들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그는 전공의들을 향해서도 “10년 뒤에 활동할 1500명 의사 증가를 막기 위해 현재 수십만명의 중증 환자들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의사로서 책임과 사명을 다해야 한다”며 의료 현장에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 의료계는 이런 의사들 덕분에 국민의 존경과 신뢰를 받아온 것이다. 의대 교수들의 집단 휴진은 이런 소중한 자산을 한순간에 날려버릴 수 있다. 의대 증원을 막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심사숙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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